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오늘날의 롯데그룹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복병 오릭스의 등장으로 신 회장의 올해 인수합병 성적은 좋지 못할 것 같다. 오릭스는 롯데그룹이 눈독을 들인 현대로지스틱스를 채간 데 이어 LIG손보 인수전에 등장해 롯데그룹과 맞붙었다.
|
|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28일 자베즈파트너스가 LIG손해보험 인수를 위해 조성한 사모펀드에 오릭스PE와 새마을금고를 투자자로 유치했다고 밝혔다. 자베즈는 3월 LIG손보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고 롯데그룹, KB금융지주, 동양생명, 중국 푸싱그룹, MBK파트너스와 함께 인수적격 후보로 선정됐다.
새마을금고는 MG손해보험에 이어 LIG손보 인수전에서도 자베즈와 힘을 합치게 됐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MG손보를 인수한 자베즈컨소시엄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MG손보 인수에 성공하면서 새마을금고는 보험업 진출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새마을금고는 그 동안 MG손보 경영정상화를 위해 LIG손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MG손보가 빠르게 경영정상화 궤도에 오르면서 LIG손보 인수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자베즈컨소시엄이 등장하면서 LIG손보 인수전의 판도가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마을금고와 함께 투자자로 참여한 오릭스의 막강한 자금 동원력 때문이다.
오릭스는 일본 종합금융그룹으로 10여 년 동안 한국에서 펀드를 운영 중이다. 오릭스는 2007년 대한생명과 지난해 STX에너지 등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매각하는 과정에서 큰 차익을 챙겼다. 현재 미래에셋에 300여억 원, 셀트리온에 1천억 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운용자산만 1조 원이 넘는 큰손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LIG손보 인수전에 대해 “자베즈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롯데그룹, 동양생명과 함께 3강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KB금융지주, 중국 푸싱그룹, MBK파트너스 등은 상대적으로 인수 의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롯데그룹은 오릭스가 자베즈컨소시엄 참여했다는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앞서 인수전에서 오릭스의 막강한 자본력에 무릎을 꿇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현대그룹이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물류계열사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대그룹은 롯데그룹이 시장 예상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해오자 애초 현대로지스틱를 기업공개 하려던 것에서 매각하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현대그룹이 경영권 프리미엄에 부채 등을 포함해 1조여 원의 매각가격을 제시하면서 롯데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에 차질을 빚게 된다. 롯데그룹이 애초 제시한 인수 가격은 3500여억 원으로 알려졌다.
그러는 동안 오릭스가 등장해 일사천리로 현대로지스틱스 인수했다. 현대그룹이 롯데그룹뿐 아니라 GS그룹, 베인PE 등 인수의사를 밝힌 후보들 중 가장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한 오릭스에 현대로지스틱스를 넘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오릭스가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에 투자한 자금은 5천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이 이번 LIG손보 인수전에서 오릭스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 번의 패배를 맛보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그룹은 3월 진행된 예비입찰에서 최고 인수가을 제시하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다. 롯데그룹이 제시한 금액은 5천억 원대로 알려졌다. 그러나 LIG손보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6천억 원 이상을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LIG손보 예비입찰이 흥행에 실패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LIG손보는 자베즈컨소시엄의 등장이 인수전에서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IG손보는 매각가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LIG손보가 만족할 만한 인수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베즈컨소시엄의 자금 동원력이 롯데그룹보다 뛰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LIG손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예상보다 많이 들 것이라는 점도 롯데그룹보다 자베즈 컨소시엄이 LIG손보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LIG손보가 내놓은 지분은 시가로 370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고 인수 후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진행될 유상증자 자금(약 3천억 원)까지 합쳐지면 실제 인수 자금은 총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LIG손보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이달 19일 본입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