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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담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회사 체제전환 등을 약속하면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호텔롯데가 기업공개에 나서면 유무형 기업가치가 20조 원이 넘는 초특급 대어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에 걸림돌도 많아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지적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호텔롯데의 상장과 호텔롯데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복잡하게 얽힌 이슈를 해결하고 승계문제까지 마무리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호텔롯데가 단독으로 지주회사가 되거나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를 합병해 지주회사를 만들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롯데호텔과 롯데쇼핑, 롯데제과가 인적분할을 해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회사끼리 합병을 하면 순수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며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만 분할해 롯데호텔과 합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호텔롯데 상장이 이르면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될 것”이라며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호텔롯데와 쇼핑쇼핑의 합병해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제시했다.
호텔롯데는 1973년 설립돼 롯데호텔 운영 외에도 시내 및 공항 면세점, 잠실롯데월드 어드벤처, 골프장, 아쿠아리움, 리조트 사업 등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기준 면세점 매출비중이 83.7%로 압도적으로 높고 호텔 10.4%, 월드사업부 4.9%, 리조트 0.5%, 골프 0.3%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호텔롯데 지분은 99% 이상을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L투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려면 일본 계열사 주주들의 동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신 회장이 지분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한 호텔롯데 상장이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약속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면세점 사업권 연장 승인 여부도 호텔롯데 상장의 걸림돌로 등장할 수 있다. 면세사업 비중이 워낙 높아 올해 말 서울 3곳과 부산 1곳 등 연장 만료를 앞둔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내지 못할 경우 기업가치가 대폭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면세사업에서 얻는 수익이 워낙 커 면세 사업권을 연장받지 못할 경우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 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호텔롯데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기업가치와 자체 보유자산을 포함해 몸값이 2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그 가치는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매출 4조7165억 원, 영업이익 4073억 원, 순이익 1846억 원을 냈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8.83%), 롯데케미칼(12.68%), 롯데제과(지분율 3.21%), 롯데리아(18.77%) 등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토지(4조 원), 건물(2조 원) 등 6조 원이 넘는 유형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 추진에 탄력을 받아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들의 기업공개가 줄줄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81개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는 8곳에 불과하다.
상장 계열사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손해보험,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현대정보기술이다.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상사, 한국후지필름, 롯데정보통신, 롯데물산, 롯데건설 등 주요 계열사는 비상장으로 남아 있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12일 “비상장사에 대한 적극적인 기업 공개가 이뤄질 경우 비상장사를 보유한 기업의 자산가치 현실화로 기업가치 개선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