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증시가 주요 상장기업의 주주환원 강화 등 노력으로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닛케이지수를 나타내는 전광판 이미지. <로이터>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증시에 대한 외국 투자기관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주요 상장기업에서 주가 저평가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이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질적 문제로 안고 있는 만큼 일본의 대응 방식이 해외 투자자 유입을 이끄는 긍정적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8일 “다수의 일본 기업이 주주행동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외국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일본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한 외국 투자자들의 요구에 대응해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정책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일본 인쇄 및 반도체 소재기업 DNP에 투자한 뒤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고 주주와 소통을 확대하도록 이끈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혔다.
DNP 주가는 이러한 변화가 이뤄지면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올해만 50% 가까운 상승폭을 보이는 등 저평가 상태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닛케이는 이러한 움직임이 일본 증시 상장사 전반으로 퍼져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자의 활발한 주주행동에 우호적 태도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제프리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이러한 주주행동이 “일본 기업들이 취약한 지배구조와 비효율적 사업 체질, 현금 활용 방식 등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미국 현지시각으로 6일 연간 주주모임에 참석해 일본 기업의 주식 매수를 선호한다며 일본 증시의 발전이 놀라울 정도라는 평가를 전했다.
오랜 기간 지속되던 주가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려는 일본 기업들의 열린 태도가 외국 투자자들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며 증시 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변화가 한국 기업들에도 중요한 선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도 장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주가 저평가 현상을 겪고 있는 만큼 최근에 일본에서 이뤄지고 있는 변화를 충분히 참고할 만한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가운데)이 현지시각으로 5월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23 밀컨 콘퍼런스'에 참가해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 자본시장을 홍보하고 있다. <밀컨연구소> |
현재 한국 증시의 주요 상장사는 대부분 삼성과 SK, LG와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 계열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재벌기업 특성상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사례가 많다.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강화 요구를 일반적으로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안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일본의 사례와 같이 외국 투자자들의 요구에 더욱 열린 태도를 보이고 배당 확대 등 주문을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약점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주주환원 확대는 기업의 안정적 사업 운영 및 미래 투자를 위한 현금 보유량을 줄인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지로 꼽힌다.
그러나 비슷한 입장에 놓였던 일본 기업들이 태도를 바꿔 외국 투자자들에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이러한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증시가 지난 10년 동안 주요 신흥국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16%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을 최근 내놓으며 소극적 주주환원 정책과 지배구조 측면의 불확실성을 문제로 꼽았다.
한국 대기업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계기를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블룸버그는 현대자동차가 대부분의 한국 재벌기업과 달리 최근 들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 확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행동주의 펀드의 활발한 활동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에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 해소는 정부와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목표 가운데 하나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금융콘퍼런스에 참석해 한국 정부 차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호소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글로벌 헤지펀드에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기업들도 이에 맞춰 경영 투명성 확보와 주주환원 강화에 힘쓰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