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푸드 폐업 위기, '2대째 화장품사업' 조윤호 가업 흔들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6-27 13: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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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푸드 폐업 위기, '2대째 화장품사업' 조윤호 가업 흔들
▲ 서울 강남 한 스킨푸드 매장의 진열대. 인기품목인 블랙슈가 라인이 품절로 비어있다. 
“스킨푸드가 곧 문 닫는다는 말이 있네요. 쓰는 제품들 미리 쟁여두세요.”

요즘 미용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이런 ‘주의문’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스킨푸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 품절 상태가 길게 이어지다보니 폐업설까지 도는 것이다.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이사는 조중민 전 피어리스 회장의 장남으로 2대째 화장품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난을 수년째 벗어나지 못해 제품 수급마저 차질이 생긴 지 오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스킨푸드는 벌써 수개월째 가맹점주들에게 제대로 제품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스킨푸드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왜 이제야 화제가 되는지 모르겠는데 본사가 제품을 보내주지 않아 고생한 지 이미 반년이 넘었다”며 “상품 구색을 맞추려고 인터넷에서 직접 구입해 매장에 들여다 놓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사겠다는 고객이 있어도 팔 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스킨푸드 온라인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온라인몰을 둘러보니 선케어 제품 16종 가운데 ‘선플라워 에어리 선스틱’ 등 5가지를 빼면 전부 품절이었다. 고객들이 여름에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인데도 제품을 갖춰놓지 않았다. 

상품평란에는 ‘오프라인도 전부 품절인데 대체 언제 재입고가 되느냐’는 질문이 3개월째 답변이 달리지 않은 채로 남아있기도 했다. 

대표적 인기상품인 ‘착한 수분크림’과 ‘착한 토너’, ‘블랙슈가 퍼펙트 첫세럼’ ‘블랙슈가 클렌징 오일’ ‘로열허니 프로폴리스 인리치 에센스’ ‘복분자 탄력 아이크림’ ‘수분베리 앰플 및 앰플 라이트’ ‘수분베리 젤 크림’ 등도 모두 재고가 없었다. 

화장품 제조회사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스킨푸드로부터 주문은 들어오지만 물건을 납품해도 돈이 안 들어와 생산을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조 대표의 경영능력을 두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스킨푸드는 조윤호 대표가 2004년 설립했다. 중견 화장품회사였던 피어리스가 2000년대 초 외환위기로 사라지자 조중민 회장의 아들인 조 대표가 그 대를 이었다. 

스킨푸드 로고에 ‘since 1957년’이라고 적힌 데서도 부친의 사업을 재건하겠다는 조 대표의 뜻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먹지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문구가 인기를 끌면서 한때 화장품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2세 경영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년째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스킨푸드는 2014년부터 4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해에도 순손실 110억 원을 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스킨푸드는 유동부채가 337억 원을 넘었지만 유동자산은 291억 원에 불과했다. 부채비율은 2016년 257.2%에서 지난해 781.2%로 3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스킨푸드를 감사한 안세회계법인은 “스킨푸드는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 대표의 ‘노 세일’ 정책이 이런 쇠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애초에 무리한 전략을 내세웠다가 지키지 못하고 신뢰에만 금이 갔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스킨푸드를 설립하면서 ‘처음부터 정직한 가격을 붙여 365일 세일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할인기간에 집중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업계의 관행에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다른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매달 큰폭의 할인으로 고객을 뺏어가면서 조 대표는 원칙을 고수하기 버거워졌다. 2013년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줄자 백기를 들었다. 이듬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특정 상품들의 할인을 시작했고. 2015년 3월에는 처음으로 전 품목을 할인하는 '멤버십 데이'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뒤쳐진 스킨푸드가 다시 경쟁사들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스킨푸드는 2010년까지만 해도 브랜드숍 가운데 매출 3위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7위 밖으로 떨어졌다. 

초기 브랜드숍시장에서 스킨푸드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했던 에이블씨엔씨(미샤)는 매출이 2009년 1811억 원에서 지난해 3733억원까지 성장했다. 이니스프리는 2011년 만해도 매출이 1405억 원으로 스킨푸드보다 적었지만 지난해는 6420억 원을 냈다. 

반면 스킨푸드는 2012년 매출이 185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는 1269억 원을 버는 데 그쳤다. 연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킨푸드 미국과 중국법인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지분법 적용이 중단돼 있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전체 생산금액 중 일부가 줄었고 원부자재 수급이 지연된 데다 판매량이 예상치 못하게 증가하면서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면서도 "매장이 워낙 많고 해외사업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폐업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유럽시장은 법인은 따로 없으나 세포라 등에 입점해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유럽이나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말고도 다른 시장에도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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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이쯤되면 관계자 말고 대표가 공지해야하는거아닌가? 옛날 토니모리도그러더만   (2018-06-27 16:2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