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이주열의 금리 딜레마, 관망과 예의주시 사이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8-06-12 1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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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4523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주열</a>의 금리 딜레마, 관망과 예의주시 사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관망 주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붙은 별명이다.

통화정책에 관련된 발표를 할 때 ‘지켜보겠다’나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의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도 “성장과 물가의 흐름,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의 불균형이 커질 수 있는 점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통화 완화정책을 이어갈 뜻을 보이면서 비둘기파에 가까운 태도를 지켰지만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의 불균형을 앞세워 매파로 돌아설 여지도 열어둔 셈이다.

이는 이 총재가 마주한 통화정책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현재 기준금리를 올리든 올리지 않든 각기 다른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를 비롯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은 그의 연임 이후에도 기준금리 연 1.5%를 유지하고 있다. 5월 인상설이 한때 제기됐지만 당시 금통위를 앞두고 힘을 잃었다.

물가가 한국은행의 목표기준 만큼 오르지 않고 있는 데다 고용 부진 등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금통위원들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가 쉽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와중에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까지 올리면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물가상승률이 더욱 떨어지고 경기 호전도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1.5% 오르면서 물가상승률이 최근 8개월 연속으로 1%대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를 계속 밑돌고 있다. 

1분기 취업자 수도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만3천 명밖에 늘어나지 않아 분기 기준으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적은 성장폭을 보였다. 

이 총재가 5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3개월 연속으로 취업자 수의 증가폭이 줄어드는 등 (고용) 부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도 중장기적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는 때를 5월에서 7월로 미뤘다가 이제는 8월 혹은 더 늦은 시기로 내다보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통화 완화정책을 축소하는 흐름을 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총재가 기준금리를 적절한 시기에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만만찮다. 

11일 블룸버그가 경제 전문가 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13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격인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기준금리는 현재 연 1.5%로 미국 연방기금금리의 연 1.5~1.75%보다 0.25%포인트 낮다. 연준이 금리를 더 높이면 역전된 기준금리 격차도 더욱 커지는 셈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매달 대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2018년 안에 마칠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다. 

아직은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투자자의 자본 유출이 본격화되지 않고 있지만 격차가 커질수록 관련된 위험성도 이전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총재도 ‘2018년 BOK(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서 “선진국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자본 이동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낮은 기준금리에 따른 금융 불균형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가계부채 증가폭도 여전히 크다. 현재 전체 금융권의 가계신용은 3월 기준 1468조 원으로 1500조 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가계신용 금액은 2017년 12월보다 17조2천억 원 늘어났다. 증가폭이 2017년 1분기보다 8% 많은 수준으로 관련 통계가 수집된 2002년 4분기 이후 가장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막대한 부채에 따른 가계와 금융기관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금리를 동결하면 가계부채 증가폭의 확대로 미래의 위험성이 커진다”며 “기준금리에 관련된 이 총재와 한국은행의 고민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망'의 뜻은 '한발 물러나서 어떤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을 바라봄'이다.

반면 '예의주시'는 '어떤 일을 잘하려고 마음을 단단히 차리면서 온 정신을 기울여 살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총재가 "지켜보겠다"는 말로 관망의 태도를 보인 것은 시장에 지나친 긴장을 전달하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시장은 '관망 주열' 의 속내에 '예의주시 주열'이 잘 자리잡고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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