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 쉼없는 인수합병, 김상철 "한 우물만 파면 죽는다"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6-04 15: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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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컴퓨터 쉼없는 인수합병,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8614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상철</a> "한 우물만 파면 죽는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
“망치 하나만 들고는 세계시장에 못 나가지만 철물점을 들고 나가면 팔 게 많아진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은 이런 말을 자주힌다. 아무리 뛰어난 중소기업이라도 한 분야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고집해서 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공격적 인수합병(M&A)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회사를 키워왔다. 올해는 스마트시티사업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인수합병 본능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한글과컴퓨터그룹을 2019년까지 매출 1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스마티시티사업이 이 계획의 중심에 놓여있다.

김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시티는 반도체 이후로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이 분야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10년대 초 모바일 혁명이 시작됐을 때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투자가 맞았지만 이제는 스마트시티 등 다시 하드웨어 경쟁이 시작되고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만 갖춰서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지난해 안전장비업체인 산청을 인수한 것 역시 스마트시티의 안전분야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한글과컴퓨터그룹은 지난해 말 2650억 원을 들여 국내 안전장비분야 점유율 1위 회사인 산청을 인수했다. 산청은 국내 호흡기와 마스크, 보호복분야에서 140여 건의 특허기술을 개발하는 등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전통 제조업과 IT를 접목해 신사업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며 "방독면에 센서, 카메라 등을 부착하면 중앙관제시스템과 연결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글과컴퓨터그룹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회사인 한컴MDS가 있다는 점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하는 데 유리하다고 자신한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란 기기에 내장돼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로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꼽힌다. 

한컴MDS는 이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인데 한글과컴퓨터그룹이 2014년 인수했다. 

김 회장은 IT(정보기술)업계에서 손 꼽히는 인수합병 전문가다. 평범한 사원에서 기업의 수장이 되기까지 수많은 인수합병을 성공시켰다.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으며 가장 빠른 성장과 변신의 방법은 인수합병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한 우물만 파다간 죽는다, 있는 물을 사다가 잘 팔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목민이 양떼를 몰고 풀이 자란 곳을 찾아 떠돌아다니듯 기업 역시 먹거리를 찾아 끊임없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1978년 금호전기의 영업사원으로 시작했다. 영업본부장으로 근무하다 IMF 외환위기 때 회사가 어려워지자 금호전기의 사업부 중 하나였던 금호미터텍(현 두레콤)을 종업원지주회사 형식으로 떼내어 독립했다.

이대로는 길이 없다싶어 당시 글로벌 자금이 모이던 라트비아에서 발품을 팔았다. 마침내 수출길을 뚫어내고는 자금이 쌓이자 바로 인수합병시장에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보안회사 소프트포럼을 비롯해 내비게이션 유통업체 에스켐, 의료기기 전문업체 썸텍, 볼트너트 생산 전문업체 유성금속, 소프트웨어업체 아이티플러스, 반도체 설계업체 다윈택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2010년에는 670억 원을 들여 한글과컴퓨터 지분 28%를 사들였다. 당시 한글과컴퓨터 주가가 4400원 수준이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130%나 붙여 주당 1만367원을 줬다.

그러자 '너무 비싸게 산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때 한글과컴퓨터는 대표이사가 횡령 혐의로 기소돼 상장폐지 심사 기업으로 결정된 데다 20년 동안 주인이 8차례 이상 바뀌면서 회생이 쉽지 않다고 점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글과컴퓨터 매출은 인수 당시 400억 원대였으나 2년 만에 659억 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매출은 1341억 원이다. 

김 회장에게 ‘인수합병의 귀재’ ‘미다스의 손’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도 이런 성공 때문이다.

이후에도 인수힙병은 계속됐다. 2012년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회사인 이지포토, 2013년 영국의 모바일 프린팅기업 소프트웨어이미징’, 2014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회사인 MDS테크놀로지,  2015년 국내 1위 모바일 포렌식 전문기업 지엠디시스템과 기업형 SNS업체인 DKB네트웍스, 벨기에의 기업용 PDF솔루션기업인 아이텍스트(iText) 등을 줄줄이 품에 안았다.

지난해에는 산청과 지능형 로봇 전문기업 ‘코어벨’을 인수했다. 현재 한글과컴퓨터그룹의 계열사는 15개, 지난해 기준으로 합산 매출은 5천억 원 수준이다.

김 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기업은 성장을 포기하는 순간 효율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며 여력이 되는 동안은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그룹의 철학”이라며 “한글과컴퓨터그룹의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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