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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자산 매각한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 사들일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8-02-20 16: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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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처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더 사들이는 데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삼성물산, 자산 매각한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 사들일까
▲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하지만 자산 매각으로 막대한 현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삼성전자 주가가 현저히 높아 지분을 소폭 끌어올리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무리하게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2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놓고 매각 본입찰이 21일 마감된다.

현재 지분 인수전에 참여해 인수적격후보로 선정된 기업들은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한국투자파트너스, IBK증권-스톤브릿지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 등이다.

한화종합화학이 지분 50%를 들고 있는 자회사 한화토탈이 합성수지와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의 원료로 쓰이는 스티렌모노머(SM)와 파라자일렌(PX)의 업황 호조에 따라 해마다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어 한화종합화학 매각 본입찰이 흥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의 가치는 애초 1조 원가량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인수전이 흥행하면서 몸값이 1조 원 중반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삼성물산이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처분해 얻을 수 있는 금액은 1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 이외에도 보유하고 있는 서울시 서초구 사옥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초동 사옥 장부가격은 2016년 말 기준 약 6천억 원에 이른다. 삼성물산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기업에 사옥을 넘기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삼성물산이 한화종합화학 지분과 서초동사옥 등 두 자산 처분으로 손에 쥐게 되는 현금만 모두 1조6천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물산이 이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삼성물산은 자산 매각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집행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투자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부채비율이 90%대로 대형건설사 평균 부채비율인 250%를 크게 밑도는 점과 건설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더 사는데 자산 매각대금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 전반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이유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봤을 때 삼성물산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들고 있는 사실상 지주회사로 평가된다. 그러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주식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4.61% 밖에 보유하지 않아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삼성물산, 자산 매각한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 사들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재별개혁안에 금산분리 강화와 금융통합감독시스템 도입, 순환출자 해소 등이 포함된 점도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 선고 이후 삼성그룹과 관련해 낸 리포트에서 “최근 금융통합감독시스템 시행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압박받고 있다”며 “삼성물산이 비주력사업과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삼성전자 지분매입과 관련한) 연장선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자산 매각 대금을 모두 투입한다 해도 삼성전자 주식 가격이 워낙 비싸 지분율이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매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로 제시되기도 한다.

삼성전자 주가는 20일 종가 기준으로 237만 원이다. 삼성물산이 자산매각으로 얻은 현금 1조6천억 원을 전량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데 쓴다고 해도 지분율은 현재 4.61%에서 0.53%포인트 늘어난 5.14%까지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막대한 현금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얻게 되는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삼성물산이 소수지분이라도 확보하려 하지 않겠냐는 반론도 물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주주는 20일 현재 52.25%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사업회사와 투자회사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때 우호지분을 최대한 많이 끌어모으기 위해서 지분을 조금이라도 더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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