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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검찰총장 옷 벗은 윤석열, 보선판 뛰어들어 ‘반문’ 결집할까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1-03-04 15: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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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검찰총장 옷 벗은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765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석열</a>, 보선판 뛰어들어 ‘반문’ 결집할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물러났다. 대통령선거에 뛰어들기 위해 검찰총장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드디어 벗어던진 것으로 보인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치인 윤석열'로서 당장 4월 재보궐선거에 뛰어들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윤 총장은 4일 오후 대검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며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서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총장 임기(2년)를 4개월 정도 남긴 시점이다.

윤 총장이 이날 적접적으로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치를 시작했다는 데 거의 이견이 없다. 

사실 그가 총장 자리를 지키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으로 임명됐다는 근본적인 한계 속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기 때문이다. 중수청 추진에 반발하자 여권에서 당장 '공무원답게 행동하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 총장은 올해 들어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추미애-윤석열 갈등’ 속에서 권력의 핍박을 받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야권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여론의 관심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었다. 청와대를 정면 겨냥했던 월성원전 수사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속영장의 기각으로 동력을 상실했다. 이대로 가면 잊혀질 수 있는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는 그에게 기회로 보였을 수 있다. 큰 정치무대가 펼쳐졌으니 이번에 등판해 정치적 입지를 확실하게 구축하자는 전략을 세웠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 윤 총장은 2일부터 이틀 연속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갑작스럽게 중수청 문제를 꺼내 들었다. 아직 법안 발의도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칼을 뽑아든 것이다. 

이어 3일 보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대구를 방문해 "고향에 온 것은 기분"이고 말했다. 모종의 계획 아래 움직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은 3일 대구고검을 방문할 때는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중수청 설치 추진을 거세게 비판했다. 스스로 신조어까지 만들어 비판하는 모습은 이미 검찰총장이라 부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윤 총장이 대구에 방문했을 때 국민의힘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이 그를 맞은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권 시장이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노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환영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대선주자를 맞는 모습을 방불케했다.

윤 총장이 돌아오질 못할 강을 건넌 만큼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모종의 역할을 맡을 것이란 예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하필 이 시점을 고른 것을 보면 이번 선거판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이미 섰다는 얘기다. 

실제 윤 총장이 이번 선거판에서 반문 지지층을 결집해 선거 승리에 기여한다면 살아있는 권력에 저항했다는 이미지를 정치 브랜드로 굳히며 야권에서 ‘윤석열 대세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윤 총장의 '계산'처럼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강력한 권력기관인 검찰의 울타리를 벗어난 순간부터 그는 '정치인 윤석열'이 됐다.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하며, 여권의 총공세가 시작될 것이다.

그동안 말을 아꼈던 여권 인사들도 사퇴한 윤 총장을 향해 곧바로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이날 윤 총장의 기자회견 한 시간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한 번 신임한 인사는 계속 믿어주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을 비춰보면 강한 불쾌감이 느껴진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현안 브리핑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치적 득실을 따진 야당발 기획 사퇴”라고 비판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국민의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검찰 스스로 개혁 주체가 돼 중단없는 개혁을 하겠다는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며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에 대한 개혁은 하지 못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검찰총장이었다”고 비판했다.

윤 총장이 야권에 둥지를 트는 데도 변수가 많다. 오랫동안 야권에서 활동했던 터주대감들과 관계 설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에 이르게 한 전력 때문에 보수진영 안에서 윤 총장을 향한 거부감도 크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날 윤 총장의 사의를 표명하기 직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총장이 지금 사표를 낸다면 그것은 잘못된 결단이 될 것”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은 수사하지 않고 지금 사표를 내면 죽은 권력이던 이명박,박근혜 수사를 매몰차게 한 것이 벼락출세를 위한 문재인 청부 수사였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며 힘을 키울 것이란 시선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국민의힘 밖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만큼 윤 총장과 안 대표가 접점을 찾으며 함께 세력을 키울 것이란 가능성도 있다.

이날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다음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9%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7%,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2%의 응답을 받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당분간 윤 총장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보고 있다. 어디까지 오를지, 이제부터 정치인 윤석열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이 조사는 1~3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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