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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지원' 없다던 이동걸, 왜 두산중공업에 1조 수혈 결정했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  2020-03-30 15: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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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두산중공업에 왜 1조 원의 긴급수혈을 했을까?

두산중공업은 사실상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게 되는 셈인데 산업은행 주도의 이번 결정은 이동걸 회장의 기존 방침에 비춰볼 때 총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등 복합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자칫 불거질 수 있는 혈세 투입 논란에도 두산중공업을 지원하기로 한 이유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보수야당과 원자력업계가 두산중공업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꼽으면서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 책임론’을 놓고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두산중공업 주주총회에서도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때문이라고 보느냐”,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하면 지금의 유동성 위기가 극복되는가” 등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산업은행의 발표는 27일 오전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 직후 이뤄졌다. 이 회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등이 참석하는 범정부 협의체다.

이동걸 회장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묻지마’ 지원은 없다고 강조해왔지만 민감한 시기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고육지책으로 지원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두산중공업이 겪고 있는 경영난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글로벌 발전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한 데다 정부의 탈원전정책이라는 결정타도 맞았다.

여기에 두산건설이라는 내부 악재까지 겹쳤다. 전적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으로 책임을 돌릴 수는 없지만 경영위기란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로 국내경제를 향한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점 역시 산업은행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이 무너지면 국내 대기업집단 순위 15위 두산그룹은 물론 국내경제에 미칠 유무형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두산중공업 지원을 발표하며  “두산중공업이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실업에 따른 사회적 악영향, 지역경제 타격을 고려해 정책적 자금지원 결정이 불가피했다”며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때문에 전체 주가, 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장 안정에 대한 지원도 필요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넘어 주력산업 기업까지 금융지원 범위를 넓히며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을 막겠다고 밝힌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산업은행은 이번 긴급 자금투입을 결정하면서 대주주의 고통분담을 거듭 강조했다. 지원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동걸 회장은 두산중공업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경영 정상화가 안 된다면 대주주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부행장도 “두산그룹 3~4세 32명 정도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있는데 우리 쪽에 담보로 다 들어온다”며 “그 외 여러가지 자구책을 만들어서 조기 경영 정상화에 큰 노력, 책임있는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두산그룹 오너일가 지분 대부분이 이미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 있어 실제 담보 가치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두산그룹 오너일가 대부분은 두산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태다.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27명 가운데 11명이 보유한 두산 주식 전량이 담보로 잡혀 있다.

두산중공업이 1조 원의 자금수혈에도 경영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서는 국민 혈세를 퍼부었다는 후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향후 대응책 마련을 놓고 고심이 커질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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