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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부회장들, 정의선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  2019-12-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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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단은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시대에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

1일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모두 6명으로 구성된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에서 오너일가를 제외한 4명 가운데 비교적 분명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들도 있지만 모호한 이들도 있다.

입지가 비교적 단단하다고 볼 수 있는 부회장은 윤여철 현대자동차 정책개발담당 겸 국내생산담당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다.

윤 부회장은 2018년 12월 실시된 현대차그룹 부회장단 인사에서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 2008년 부회장에 오른 뒤 1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최장수 부회장이면서 부회장단 가운데 최고령자임에도 자리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정 수석부회장이 윤 부회장을 유임한 것은 그만한 역할을 해낼 인물을 그룹 안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손꼽히는 노무관리 전문가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사건사고 탓에 2012년 고문으로 잠시 물러나기도 했으나 1년 만에 바로 노무총괄 부회장으로 다시 복귀했을 만큼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윤 부회장을 중용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이다. 급변하는 자동차산업에서 노동조합과 관계를 원만히 이끌어나갈 수 있는 적임자로 윤 부회장을 꼽고 있다는 것이다.

윤 부회장이 현대차 노사문제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정 수석부회장이 그를 신임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윤 부회장은 3월 현대차그룹의 협력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년퇴직으로 줄어드는 인원을 그대로 채용할 수는 없다”며 “자연감소하는 인원만큼 충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정년퇴직에 따른 인원감소분을 놓고 2025년까지 새 직원 1만 명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윤 부회장이 현대차 노무관리의 선봉에서 이렇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정 수석부회장의 짐을 상당히 덜어주는 효과를 낳는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에서도 정규직 인력충원과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글로벌 여러 완성차기업들이 감원과 공장폐쇄 등에 나서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가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파업 등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로서도 이를 무조건 외면하기는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윤 부회장이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일찌감치 밝힌 덕에 협상 실무자인 하언태 현대차 사장도 노조의 협상에서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인력 충원과 정년 연장 문제에서 노조의 양보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런 역할이 앞으로도 완성차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분간 윤 부회장의 역할이 계속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로 꼽힌다.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역시 정 수석부회장 체제에서 비교적 뚜렷한 역할을 맡고 있다.

정진행 부회장은 애초 정 수석부회장 시대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현대건설로 돌아가 일정 역할을 맡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 부회장은 그의 바람대로 2018년 12월 인사에서 현대차의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에서 공격적 수주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 부임 이후 현대건설이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여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애초 현대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1989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겼다. 30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만큼 건설업계 1위로 꼽혔던 현대건설의 위상을 높이는데 주도적 역할을 맡고 싶어하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가 현대차그룹 부회장단 가운데 가장 연차가 어린(만 1년) 부회장인 만큼 앞으로도 정 수석부회장이 정 부회장에게 현대건설의 역량 확대를 당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정몽구 회장의 숙원 프로젝트인 새 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정 부회장의 역할론에 힘을 싣는 요소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에 근무할 때 서울 삼성동의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 인수 태스크포스 소속이었다. 새 사옥 건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현대건설에서 정 부회장의 역할을 무시하기 힘들다.

윤여철 부회장이나 정진행 부회장처럼 뚜렷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왼쪽),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과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이 바로 그들이다.

김 부회장과 우 부회장은 2018년 11월까지만 해도 그룹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김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조정실을 총괄하면서 그룹 현안을 주도했으며 우 부회장은 현대제철 대표이사만 10년 맡았을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고 있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중용했을 정도로 높은 신임을 얻었던 이들은 사실상 정몽구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12월 김 부회장의 현대제철 부회장, 우 부회장의 현대로템 부회장 발령을 놓고 사실상 용퇴를 앞두고 계열사 부회장으로 발령된 것 아니냐는 말이 재계 안팎에서 나왔다.

정 수석부회장이 새 시대를 위해 아버지시대의 인물들을 단번에 물러나게 하기보다 예우하는 차원에서 각 계열사로 돌려 배치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각 회사에서 대표이사뿐 아니라 사내이사에도 오르지 않기로 한 것은 김 부회장과 우 부회장의 영향력이 더욱 좁아졌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물론 각 계열사 관계자들은 이사회 구성원만 아닐 뿐 부회장들이 여전히 회사 현안을 챙기는 등 일정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전한다.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임무는 대표이사가 맡고 부회장들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이용해 회사의 큰 방향성을 설정하거나 신사업을 발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낙 두 인물의 상징성이 크다는 점 등을 놓고 볼 때 올해 연말인사에서 변화가 없더라도 김 부회장과 우 부회장이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재계는 바라본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본인만이 김 부회장과 우 부회장의 거취를 알고 있지 않겠느냐“며 ”정 수석부회장이 연말에 어떤 인사를 들고 나오느냐에 따라 그동안 의견만 분분했던 여러 부회장들의 역할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지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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