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상속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2021년 4월30일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보유주식을 포함한 재산 상속안이 확정 발표됐다. 상속세만 12조 원 이상으로 추정돼 ‘세기의 상속’으로 불렸다.
이건희 전 회장은 2020년 10월25일 세상을 떠났다. 이후 재계는 이재용이 삼성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부친인 이건희 전 회장의 주식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느냐를 상속의 핵심으로 봤다.
이건희 전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4.18%, 삼성생명 지분 20.76%을 비롯해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삼성전자 우선주 0.08%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아내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아들인 이재용,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3대 2대 2대 2로 나누는 것이 법정 상속비율이다.
삼성 오너들은 법정 상속비율을 따르기보다 이재용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보유지분은 법정비율대로 상속됐지만 삼성생명 지분은 이재용이 절반을 상속했다.
홍라희 전 관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하지 않는 대신 그의 몫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에 배분했다.
상속 결과 이재용은 삼성생명 지분율이 0.06%에서 10.44%로 크게 높아졌다.
상속 이후 삼성그룹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통주 기준 5.01%,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8.51%씩 각각 들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재용이 지분 18.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생명은 삼성물산이 지분 19.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이재용도 삼성생명 지분 10.44%를 들고 있다.
이재용은 삼성전자 지분도 1.63% 보유했다.
이재용은 이번 상속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도를 강화한 셈이다.
주식재산 상속안이 발표되자 시선은 12조 원이 넘는 상속세에 쏠렸다. 삼성 오너들은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삼성 오너들은 첫 상속세 납부분인 2조 원가량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의 주식 담보대출을 받았다.
재계에서는 삼성 오너들이 앞으로 삼성SDS 등 비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고 계열사들도 배당을 늘려 지원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나온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2020년 10월25일 딸 이원주양(왼쪽), 아들 이지호군(오른쪽)과 함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세기의 상속 그 뒷이야기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재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이재용, 또는 이재용을 포함한 3남매가 삼성전자 주식을 법정 상속비율보다 많이 상속할 것이라는 시선이 재계에 많았다.
홍라희 전 관장이 상속분을 일정 부분, 혹은 전부 포기할 것으로 예상했다.
법정비율대로
홍라희 전 관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상속하면 삼성 오너들은
홍라희 전 관장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상속할 때 다시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 오너들은 이 부담을 감수하기로 했다.
홍라희 전 관장은 삼성전자 지분율이 기존 0.91%(5415만3600주)에서 2.3%(1억3724만4666주)로 높아져 개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재용의 1.63%(9741만4196주)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직접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지배구조 상의 부담까지 안았다.
이런 상속구도에는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3남매의 우애를 지키겠다는
홍라희 전 관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건희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8%(2억4927만3200주)는 상속구도가 결정된 2021년 4월30일 장 마감가격 기준으로 20조3천억 원어치다.
이건희 전 회장이 남긴 유산이 대략 26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지분은 상속재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이런 대규모 주식재산을 이재용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4조5천억 원가량의 상속재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홍라희 전 관장이 상속해야 할 지분만 이재용에 넘겨준다는 선택지도 같은 관점에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반발할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홍라희 전 관장이 상속한 삼성전자 지분의 가치는 6조8천억 원에 이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으로서는
홍라희 전 관장이 삼성전자 상속지분을 받지 않는다면 이를 이재용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3분의 1씩 나누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칫 삼성전자 주식재산이라는 ‘금전적 실리’를 놓고 3남매가 다투게 될 수도 있었던 셈이다.
대신 이재용은 이건희 전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을 절반 상속해 삼성전자를 향한 간접적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는
홍라희 전 관장이 삼성생명 주식 상속분을 포기하고 3남매의 몫에 더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홍라희 전 관장은 이번 상속에서 잡음을 없애 가족의 우애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3남매도 이를 수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실적
삼성전자는 2020년 연결기준 매출 236조8070억 원, 영업이익 35조9939억 원을 거뒀다. 2019년보다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29.6% 늘었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메모리반도체는 모바일, 소비자용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탄탄했다. 시스템반도체는 주요 고객사 스마트폰 출시 등으로 모바일 디스플레이구동칩(DDI)과 이미지센서 수요가 증가했다.
디스플레이사업(삼성디스플레이)은 중소형패널 가동률이 높아지고 대형패널의 업황도 좋아져 실적이 개선됐다.
스마트폰 등 무선사업은 연말 경쟁으로 마케팅비가 증가했지만 원가 개선 노력을 지속해 전년 수준의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네트워크사업은 국내 5G장비 증설에 대응하고 해외에서 4G와 5G 매출이 늘어 실적이 개선됐다
가전사업은 원가 상승의 영향을 받았지만 선진시장의 연말 성수기에 따른 판매 호조로 상쇄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글로벌 D램시장에서 판매금액 기준 점유율 43.1%로 1위를 유지했다.
글로벌 TV시장에서는 판매금액 기준 점유율 31.9%로 1위에 올랐다. 2006년 이후 15년 연속 1위다.
스마트폰시장에서는 애플과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에 판매대수 기준 점유율이 2019년 17.5%에서 2020년 16.2%로 낮아졌다. 다만 1위는 지켜냈다.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시장에서 판매금액 기준 점유율 43.8%로 1위를 유지했다. 2007년 이후 14년 연속 1위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은 삼성그룹 전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현황 자료를 보면 삼성그룹은 2020년 전체 계열사들의 별도 및 개별기준 실적 합산 기준으로 매출 333조8546억 원, 영업이익 26조7389억 원을 거뒀다.
2019년보다 매출은 6.1%, 영업이익은 37.8% 늘었다.
△삼성그룹 총수로 전면에 나서
이재용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실질적 오너로서 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19로 재계 경영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됐음에도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사업장은 물론 종합기술원, 부품자회사, 장비자회사, 가전매장, 사내벤처, 디자인센터 등 사업 전 영역에 걸쳐 20여 회의 현장경영에 나섰다.
이재용은 2020년 5월13일 재계 2위 기업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과 만나 전기차배터리와 차량용 반도체 등 두 기업 협력의 길을 트기도 했다.
이재용은 2020년 5월6일 대국민 사과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며 총수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재용은 특히 삼성이 한 차원 높게 도약할 수 있도록 성별,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며 이들이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도록 하는 것이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재용이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 방침을 철회하면서 삼성그룹 계열사에 노조가 잇따라 설립되고 과거 해고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중단하는 등 삼성그룹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재용이 삼성의 변화를 이끌면서 그를 향한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재용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19년 10월 첫 공판에서 “심리기간 중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총수로서 해야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건희 전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선언을 들며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도 2019년 5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로운 삼성을 만드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이라며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현재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이재용은 삼성그룹 총수로 정부와 삼성의 관계 개선에 앞장서고 대외행사에도 보폭을 넓히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 역할을 계속 확대해나갔다.
이재용은 2018년 9월 열린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와 함께 평양을 찾아 남북 경제협력 추진 가능성을 논의했다.
2018년 7월에는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2018년 8월 삼성그룹이 정부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에 맞춰 3년 동안 180조 원 규모의 막대한 투자를 결정한 점도 이재용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은 인공지능과 5G, 바이오와 전장부품 등 이재용이 특별히 공을 쏟던 신사업분야에만 2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도 내놓았다.
2019년 4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사업장에서 진행된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이재용과 함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둘러보고 EUV(극자외선) 기반 미세공정 반도체의 출하를 축하했다.
이재용은 2019년 10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이 자리한 가운데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올레드(QD올레드)의 투자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2020년 2월 대한상의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도 문 대통령을 만나는 등 현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을 모두 10차례 만났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020년 10월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삼성전자> |
△삼성의 외교관 역할로 바쁜 행보
이재용은 글로벌기업 CEO와 정치인 등 세계 유명인사와 폭넓게 교류하면서 삼성전자 및 다른 계열사의 외부 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현장경영에 나선 것이다.
2020년 들어 코로나19의 확산 등으로 글로벌 경영행보가 위축됐지만 이재용은 같은 해 5월 글로벌 경영인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안 반도체공장이 위치한 산시성 후허핑 당서기를 만나는 등 대외 현장 활동을 펼쳤다.
같은 해 10월에는 네덜란드를 방문해 반도체 미세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생산하는 ASML 최고경영진을 만났다. 이어 베트남에서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했다.
앞서 2019년 하반기에는 달마다 외부인사들과 만날 정도로 이재용의 발걸음이 빨랐다.
2019년 12월에는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과 만났고 11월에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찾았다. 10월에는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 9월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을 만나 투자와 협력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게 외교적 압박을 넣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을 상대로 반도체소재 수출규제를 시작했을 때 이재용은 곧바로 일본을 방문해 기업과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이재용은 일본으로 출국하기 직전에 평소 친분이 두터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일본 정부의 제재에 두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따로 만나 무역분쟁 등으로 불안한 국제정세와 경제상황에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12월 열린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딸의 결혼식에 퀄컴과 노키아,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해외 주요 기업의 CEO와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등 글로벌 정재계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재용도 이 행사에 초청을 받아 결혼식 사전행사에 참석하면서 삼성과 릴라이언스그룹 사이 협력관계를 재확인하고 글로벌 주요 인사와 만났다.
이재용은 이외에 인도와 중국, 일본과 유럽, 북미 등을 다니며 현지 스마트폰업체와 통신사 등 다양한 기업의 경영진을 만나 삼성전자와 사업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한국에서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나 사업을 논의한 적이 있다.
이재용은 다양한 글로벌 인맥을 갖추고 있어 삼성의 외교관 역할을 도맡아 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인 엑소르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준법경영 강화 약속과 대국민 사과
이재용은 삼성그룹에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재용은 2020년 5월 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라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재용은 경영권 승계문제가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도록 법을 어기거나 편법에 기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무노조경영 포기를 선언하고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을 다짐했다.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이 독립적이고 지속적 운영을 약속한 준법감시위원회는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제안에 따라 마련됐다. 재판부는 총수도 따를 수 있는 실효적 준법 감시제도를 마련할 것을 이재용에게 요구했다.
삼성그룹은 이전부터 인연이 깊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재용이 김 전 대법관을 직접 만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법관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조정위원회와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며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이전에는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관련 판결에서 무죄 의견을 내기도 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김 전 대법관을 중심으로 법조계, 언론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2020년 2월 정식으로 출범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와 준법감시 협약을 맺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삼성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행위와 관련한 신고와 제보를 받아 처리하고 있다.
7개 계열사는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20년 6월 노사관계 자문그룹 설치 등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해 제출했다.
△삼성전자 경영의 큰 틀 주도
이재용은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 삼성전자 경영 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2020년 11월 사업부별로 진행되던 ‘디자인 전략회의’를 처음으로 통합해 주재했다. 2020년 6월에는 주요 사업부 경영진과 반도체, 무선, 생활가전 전략을 논의했다.
이재용은 2019년 11월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미래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기술혁신으로 사회와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되고,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해 세계 최고가 되자는 뜻을 나타냈다.
이재용은 2019년 10월 말 사내이사 임기를 마치고 재선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부회장으로서 역할은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용은 삼성전자 지배구조와 경영체제를 투명하게 바꿔내고 주주환원도 강화하는 변화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부터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세계 선진기업과 같은 문화를 도입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앞세운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주주총회 이후부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역할을 분리했다. 2020년 3월에는 처음으로 사외이사인 박재완 전 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모두 25조 원을 현금배당하는 등 배당을 대폭 확대하고 2018년 보통주 4851만 주, 우선주 896만 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환원정책도 강화했다.
기존 주주환원정책이 종료됨에 따라 2021년 새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반도체로 삼성전자의 새 비전 제시
이재용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유례없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스템반도체를 삼성전자의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5월21일 평택캠퍼스에 극자외선(EUV) 기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규모는 10조 원으로 추정된다. 5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대만 TSMC를 향한 추격의 고삐를 당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자료를 보면 2020년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18.8%로 TSMC(51.5%)와 상당한 격차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19년 자체 CPU 연구개발을 중단하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도 자체 AP인 엑시노스 대신 퀄컴 스냅드래곤을 탑재하는 등 시스템LSI 분야도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극자외선을 활용한 미세공정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위탁생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고객사를 늘려 TSMC을 추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스템LSI 쪽에서는 정부의 인공지능 국가전략과 보조를 맞춰가면서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9년 4월에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 원을 투자한다는 공격적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 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 원을 각각 투자하고 시스템반도체 관련 전문인력 1만5천 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단일사업 투자로는 한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이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는 사실상 삼성전자에 ‘이재용 시대’를 맞아 내놓은 중요한 전략 변화이자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규모가 전문경영인 선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수준인 데다 이재용이 삼성전자의 투자발표를 앞두고 경영진과 전략회의에서 꾸준히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 대부분의 실적을 의존하고 있다.
다만 메모리반도체는 업황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엇갈리고 기술 진입장벽도 상대적으로 낮아 중국의 반도체시장 진출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메모리반도체보다 크고 자동차 전장부품과 사물인터넷, 5G통신 등 신산업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의 새 성장동력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말부터 글로벌 산업계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시작으로 시스템반도체 공급 부족현상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2021년 들어서는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완성차회사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이를 투자기회로 판단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1년 5월13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투자규모를 171조 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2019년 내놓은 133조 원의 투자계획에 38조 원을 더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김기남 부회장은 2021년 5월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비공식 경제인사절단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에 170억 달러(19조 원가량)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4월30일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하만 인수합병으로 전장사업 새 성장동력 확보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를 주도했다.
인수 후 4년이 지난 2020년 말 현재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다. 삼성전자에 인수된 다음 하만의 매출 규모는 2017년 7조1026억 원에서 2019년 10조771억 원으로 늘었다.
하만은 2020년 12월 자동차부품업체 로버트보쉬 오토모티브스티어링의 크리스천 소보트카 최고경영자 겸 최고기술책임자를 전장부문장으로 영입하는 등 전장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처음 인수 합의를 발표한 지 약 4개월 만에 하만 주주들의 동의와 각국 당국의 승인을 모두 받아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인수 금액은 80억 달러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이재용은 미국 본사에서 하만 경영진과 직접 만나 인수 협상을 담판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뒤 얼마 되지 않아 대규모 인수합병에 성공하며 경영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재임한 기간 전략적 대형 인수합병을 성공하는 등 경영역량을 발휘해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사업팀을 새로 출범하며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전장사업 특성상 완성차 고객사를 새로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삼성전자가 관련 사업에 경험이 거의 없어 성과를 낼지 부정적 시각도 있었지만 세계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갖춘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하만은 전장사업뿐 아니라 음향기술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뒤 스마트폰과 TV 등 주력제품에 하만의 음향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부품에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도 공급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18년 1월 CES에서 하만과 함께 만든 첫 작품인 ‘디지털 콕핏’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와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차량 디지털 계기판에 적용한 제품이다.
2018년 8월에는 첫 공동브랜드로 삼성전자-하만카돈 사운드바를 출시했다. 2019년 10월에는 프리미엄 오디오 하만카돈 사이테이션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구도 확립
이재용은 2015년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구도를 거의 완성했다.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지분 지배력을 갖췄고 이건희 전 회장 대신 전면에 나서면서 경영을 이끌었다.
2014년 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잇달아 상장됐다. 2015년 9월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이재용은 이 과정에서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6.54%를 보유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 19.4%, 삼성전자 4.1%의 지분에 간접지배력을 갖췄다.
이재용은 이건희 전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그룹의 경영을 총괄해 왔다.
이재용이 경영을 총괄한 이래 삼성그룹은 사업구조가 달라졌다.
과거 삼성그룹은 상사, 제당, 모직의 3대 축을 기반으로 성장했는데 이재용은 IT, 금융, 바이오 등 새로운 3대 축을 기반으로 그룹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적극적 사업재편과 인수합병
이재용은 삼성그룹의 경영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14년 방산사업과 화학사업 일부를 한화그룹에, 2015년 남은 화학사업을 롯데그룹에 매각한 ‘빅딜’이 대표적이다.
이후 이재용은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프린팅사업과 해외업체 지분 등을 모두 매각하고 각 계열사의 조직 효율화를 추구하는 강도 높은 사업재편을 이어갔다. 2016년 말 삼성그룹의 전체 직원 수는 2015년 말보다 1만 명 가까이 줄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이전에도 꾸준히 대규모 인수합병을 이어왔다. 미국 신생기업 ‘루프페이’를 인수해 모바일결제 ‘삼성페이’를 출시했고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와 디스플레이업체 차이나스타의 지분 등을 사들였다.
인공지능업체 ‘비브’와 클라우드기업 ‘조이언트’, 메시지 서비스기업 ‘뉴넷캐나다’ 등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폰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의 인수합병도 계속 이어갔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삼성 사자’와 ‘삼성 팔자’로 나눠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일각에서 나올 정도로 활발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비주력사업을 매각한 뒤 전장사업과 바이오사업 등 삼성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신사업에서 성과가 본격화되면 이재용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후계자로 경영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재용은 2014년 11월 한화그룹에 석유화학 및 방산부분을 팔았다. 2015년 하반기에는 삼성SDI 케미칼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e삼성 실패
삼성그룹이 2000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e삼성’은 이재용이 경영활동에 사실상 처음으로 참여한 사례로 꼽힌다.
e삼성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보안과 전자결제 등 IT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로 이재용이 500억 원 정도 사재를 출연해 최대주주로 오르며 설립한 기업이다.
e삼성의 성공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았지만 대규모 적자를 내다 결국 1년 만에 사업을 정리해 실패의 역사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