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0-06-26 16: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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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동차시장 변화에 대응해 전기차 전용 타이어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조 부회장은 동생 조현범 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의 사임으로 타이어사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부담이 더욱 커졌다.
▲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
26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차세대 타이어시장을 선도한다는 목표에 따라 전기차 전용 타이어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키너지EV’를 2세대까지 내놓은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전기버스 전용 타이어를 출시했는데 하반기에 관련 기술 개발을 더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제품 출시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을 세워가고 있다"며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향후 시장의 본격적 개화를 기다리며 상품과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어는 자동차 가운데 유일하게 지면과 닿는 부품으로 차량의 주행성능은 물론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전기차시대를 맞아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엔진소음이 적어 노면소음이 더 크게 들린다. 이에 따라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저소음 설계와 관련한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최소 100kg 이상 무거워 이를 버티는 단단한 내구성도 요구된다. 엑셀을 밟는 순간부터 최대 토크에 이르는 전기차 엔진의 특성 때문에 급격한 마모와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인 주행거리에도 큰 영향을 줄 정도로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전기차는 어떤 타이어를 끼우느냐에 따라 주행거리와 성능, 안정감, 안정성 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올해 들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업 다각화 대신 핵심사업인 타이어사업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을 주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
전기차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그린뉴딜에 힘주는 유럽 주요 국가들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예상보다 빨리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최근 몇 년 간 사업 다각화에 주력하는 사이 타이어사업에서 경쟁력이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서 타이어사업을 하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개별기준으로 영업이익 974억 원을 올렸다. 2018년과 비교하면 38%, 5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78% 줄었다.
이에 따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전체 영업이익도 2014년 7101억 원에서 2019년 2418억 원으로 66% 감소했다.
조 부회장은 2020년 1월 열린 그룹 임원회의에서 “그룹의 핵심사업인 타이어 제조부문 수익성이 심각하게 떨어졌고 이를 회복하지 못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린다”며 타이어사업의 경쟁력 회복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에 따른 타이어업황 부진으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최근 동생 조현범 사장의 사임으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2017년 말 조현식 부회장이 지주회사 대표를 맡고 조현범 사장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를 맡아 타이어사업을 이끄는 지금의 구조를 갖췄다.
조현식 부회장이 앞으로 조현범 사장의 빈 공간까지 채워야 하는 만큼 타이어사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조현범 사장은 계열사 자금을 정기적으로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19년 12월 구속 기소됐다가 올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서 내려왔다.
타이어업계에서는 조 부회장이 최근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은 점을 두고 앞으로 전기차 타이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나온다.
▲ 조현범 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
조 부회장은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만나 충남 태안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자동차 문화체험센터를 열기로 했는데 시장에서는 이런 협력이 타이어사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5년 현대차 제네시스에 납품한 타이어에서 편마모에 따른 진동과 소음 문제가 발생한 이후 현대차그룹 납품물량이 크게 줄었다.
이 영향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국내 매출이 해마다 줄어 2014년 1조3940억 원에서 지난해 8420억 원으로 5년 사이 40% 가까이 빠졌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자동차 문화체험센터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시설 안에 짓기로 한 것은 두 회사의 협력을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현재 납품 스케줄을 고려할 때 2022년부터 현대차그룹의 신차용(OE) 타이어 수주도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운전자에게 최상의 운전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