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키운 김준구, 지금도 만화에 즐겁게 빠진다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6-29 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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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키운 김준구, 지금도 만화에 즐겁게 빠진다
▲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이사.
두루 잘 아는 ‘제너럴리스트’인가 아니면 한 분야에 통달한 ‘스페셜리스트’인가, 어느 쪽이 21세기에 적합한 인재인지는 저마다 말이 다르다.

다만 요즘은 ‘덕업일치’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한다. 특정 분야에 열중하는 이를 가리키는 ‘덕후’에서 따온 신조어인데 좋아하는 것과 하는 일(직업)이 같다는 뜻이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이사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사원으로 입사한지 11년 만에 유일한 취미인 만화로 네이버 신사업의 한 축을 이끌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최근 네이버로부터 수혈받은 1500억 원을 활용해 미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 웹툰 사업에 투자해 두 나라 웹툰 비즈니스의 교두보를 만드려고 한다"며 "현재 네이버의 미국 웹툰사업도 500만 이상의 월간 사용자(MAU)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를 더 빠르게 성장하는 데도 투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웹툰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초에도 네이버웹툰에 600억 원을 투자했는데 반 년도 안돼 2배 규모의 추가 출자를 했다. 

특히 일본시장 공략에 열심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일본 웹툰시장 규모는 올해 4억800만 달러(4565억 원가량)에 이르며 2021년에는 4억7900만 달러(5360억 원가량)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웹툰시장도  규모의 10배에 이른다. 

네이버가 웹툰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성장세가 가파른 데다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해 영화와 게임 등 여러 콘텐츠로 수익화하기 좋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웹툰 ‘여중생A’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직접 제작해 영화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웹툰은 이미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이 줄줄이 등장하고 고소득 웹툰 작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콘텐츠 진흥원의 만화산업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웹툰 연재작은 5년사이 10배가 증가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유튜브가 동영상 광고시장을 독식하면서 주요 수익원인 모바일 광고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돌파구를 찾기위해 웹툰과, 스노우, V라이브 등의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성과의 절반은 김 대표가 일궈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그는 네이버뿐 아니라 국내 웹툰산업의 생태계를 개척해 가장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2004년 27세에 네이버 말단 개발자로 입사했다. 당시 네이버는 출판만화를 디지털로 바꿔보내는 만화 서비스를 막 시작했는데 비중도 작고 대중의 관심도 미지근했다.

김 대표는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던 이 사업 책임자를 자청했고 회사는 만화 좋아하기로 유명한 그에게 ‘잘 됐다’며 일을 맡겼다.

김 대표는 소장한 만화책만 8천 권 이상인 알아주는 '덕후'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용돈은 전부 만화책에 바쳤고 만화책을 보기 위한 권리를 얻기 위해 공부도 했다.

마침내 네이버에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모든 시간과 노력을 일에 쏟아부었다. 개발 업무와 병행해 하루 3시간밖에 잘 수 없었지만 만화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힘든 줄을 몰랐다. 

2004년 말에는 다른 업무에 배당된 예산을 대담하게도 허락없이 돌려 네이버의 첫 웹툰을 만들었다. 바로 김규삼 작가의 '정글고'다.

당시는 먼저 웹툰사업을 시작한 다음 포털의 '만화 속 세상'이 대세였다. 하지만 김 대표가 마니아다운 안목으로 ‘골방환상곡’ ‘낢이야기’ 등 스타 콘텐츠를 잇달아 골라 키우면서 다음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네이버웹툰의 최장수 연재작인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도 당시 사원이던 김 대표가 발굴해냈다.

그는 만화의 연재주기에 예민한 독자로서의 경험을 적용해 업계 최초로 요일제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가장 먼저 선보인 첫 번째 모바일 앱 역시 네이버웹툰 앱이다. 김 대표가 이용자 처지에서 불편한 점을 고민한 결과다.

해외 진출을 위해 머리도 노랗게 염색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김 대표를 불러 '머리가 왜 그 모양인지' 묻자 웹툰 작가들을 만나려면 이래야 한다고 대답한 일화도 있다. 자주 만날 수 없는 사업 파트너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2015년에는 네이버웹툰이 네이버의 첫 사내독립기업(CIC)이 돼 리더를 맡았고 지난해에는 분사하면서 대표에 올랐다. 사원 한 명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팀이 자회사로 독립까지 한 첫 사례다.

이제 네이버웹툰은 전 세계 사용자가 4천만 명을 넘어서고 해외 사용자는 2200만 명으로 절반 이상이다. 지난해도 네이버웹툰 매출은 전년보다 40%가량 급등했다. 

김 대표는 성공 배경을 두고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밌으니 집요하게 파고들게되고 계속 동기유발이 되며 결국 성공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아마추어 작품까지 포함해 한국에 나오는 대부분의 웹툰을 챙겨본다. 오직 일 때문만이라면 이 정도까지하기 힘들테지만 스스로 즐겁기 때문이다. 

“열정을 품어야 한다는 말은 헛소리다. 열정은 누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좋아할 때 저절로 나온다.” 김 대표의 말이다. 

수천 년 전 공자도 "타고난 자는 노력하는 자를 못 당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논어에서 가르쳤다. 그는 오늘도 웹툰을 보는 일이 즐겁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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