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 루시드 ‘생산 지옥’ 돌파 난항, 올해 생산량 전망치 낮춰 주가 직격탄

▲ 미국 네브래스카대 링컨 캠퍼스에 위치한 차량 안전 시험장에서 리비안의 R1T가 예비 충돌 테스트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제2의 테슬라’로 기대를 모았던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가 예상을 밑도는 생산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가격 인하까지 했는데도 두 기업이 생산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을 놓고 증권가에선 수익성에 ‘적신호’가 뚜렷해지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직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생산량 탓에 두 기업이 차를 팔 때마다 손실을 보는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각) 뉴욕증시 장 마감 직후 실적을 발표한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 주가가 폭락했다. 장외 거래에서 두 기업 주가는 각각 15%와 8% 넘게 하락하며 투자심리의 악화를 반영했다.  

투자자들은 두 기업이 2024년 전기차 생산 전망치를 증권가 예상보다 낮춘 것을 수익성 창출에 부정적 신호로 읽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두 기업의 주가 하락을 다룬 22일자 보도를 통해 “2024년 생산량 목표치가 실망을 안겼다”고 보도했다.  

리비안은 올해 5만7천 대의 차량 생산을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증권가 예상치인 8만1700대보다 30% 낮은 수준이다. 

루시드모터스 또한 증권가 예상보다 60% 가량 적게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된다. 

로이터는 “고금리로 (대출 비용이 커져) 소비자들이 비싼 전기차 구매에 신중하다 보니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도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생산 전망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차량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이면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의 주력 차량은 모두 7만 달러(약 9315만 원) 이상의 고가다. 최근 중저가 차량을 위주로 형성되고 있는 전기차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처지다.

그런데도 두 기업은 최근 차량 가격을 인하하면서 시장 수요를 따라가려 시도했지만 수요 창출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루시드모터스는 최근 7개월 동안 세 차례나 주력 차량의 가격을 연이어 내렸다. 리비안도 9일 전기픽업트럭 R1T와 스포츠유틸리치차량(SUV) R1S 가격을 3100달러(약 412만 원) 인하했다. 
 
리비안 루시드 ‘생산 지옥’ 돌파 난항, 올해 생산량 전망치 낮춰 주가 직격탄

▲ 루시드모터스의 전기 세단 에어(Air)가 2023년 3월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르테 마데라에 위치한 루시드 매장에서 충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산 전망치를 줄였다는 건 ‘규모의 경제’ 달성 즉 대당 평균비용을 줄이기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높인다. 생산 규모를 늘려야 장기 평균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모틀리풀은 루시드모터스가 전기차 업황 부진으로 생산을 갑자기 늘릴 수 없다보니 규모의 경제를 단기간에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바라봤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수익성 목표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IT전문지 테크크런치는 루시드모터스의 실적 발표를 분석한 기사를 통해 “루시드모터스는 여전히 구매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전기차를 만들 때마다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짚었다. 

수요 창출을 위해 가격을 인하했다는 점도 수익성에 불가피하게 타격을 주는 요소다. 

리비안은 고용 인력의 10%를 감원하고 자체 배터리 생산계획을 철회하는 등 수익성 확보를 위한 대응에 나섰지만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투자은행 바클리스(Barclays)의 분석가 댄 레비는 오토모티브뉴스를 통해 “전기차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리비안은 (수익성 측정 지표인) 매출총이익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며 주식 투자의견을 ‘보유’로 하향했다. 

투자자들은 두 기업이 생산을 안정적으로 늘릴 때까지 기업 운영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우려한다. 

두 기업의 2023년 4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Cash & Cash Equivalents)은 1년 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두 기업의 사업 전망을 다룬 20일자 보도를 통해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생산량 감소를 나타내면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설립 후 수년 동안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는 차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며 기대치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시기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여의치 않았던 것에 더해 이후 배터리 공급부족 사태까지 겪으면서 차량 생산에 난항을 보였다. 전기차 후발주자다 보니 공급망 구축에 난항을 겪었던 탓이다. 

꾸준한 투자 유치와 공급망 정비로 반도체와 배터리 조달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저가 전기차의 부상이라는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2021년 나스닥 상장 당시 시가총액 기준으로 완성차기업 포드를 추월했을 정도로 높았던 두 기업의 주가는 현재 8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다만 리비안과 루시드모터스 모두 올해 기존 자사의 차량보다 낮은 가격의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는 점은 향후 사업에 변수일 수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