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가칭)이 몸집 불리기에 나서며 정치권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창당을 공식 선언한 뒤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던 ‘천아용인’ 가운데 천아인(천하람·허은아·이기인)이 합류했다. 또 전직 의원들도 이준석 신당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준석 신당 몸집 불리기 본격화, 여야 공천 갈등 따른 파급력에 시선 집중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사진 가운데)가 1월6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에서 이기인(사진 왼쪽), 허은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과 함께 길거리 당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대구·경북을 방문해 현역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을 밝힌데 이어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만남도 갖는 등 몸집을 더욱 키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이준석 신당이 미칠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신당은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세력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준석 신당은 8일 개혁신당 정강 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비전과 가치, 방향성을 발표한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소속 대구·경북 현역 의원들 상당수가 개혁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공천과정에서 ‘물갈이’ 당한 영남 지역구 현역 의원들이 개혁신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6일 대구를 방문해 “TK(대구·경북)나 PK(부산·경남) 의원 중 김기현 대표를 강제 축출하는 과정을 보고 영남 지역 공천이 순탄하고 순리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없을 것”이라며 “(공천에) 무리수가 있을 경우 신속하게 움직이겠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이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 전 지역 중 도시 지역에서는 모두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민의힘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인 문병호 전 의원, 열린우리당 출신인 안영근, 한광원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 12명도 5일 '조건 없는' 이준석 신당 합류를 선언하며 몸집 불리기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허은아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들도 신당 합류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허 전 의원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가리지 않고 신당 합류를 타진한 의원들이 1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친명(친이재명)계 위주 공천이 이뤄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종민, 윤영찬, 이원욱, 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 의원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이재명 대표 피습으로 미뤘던 ‘최후통첩’을 다시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가운데 민주당을 탈당하면 이낙연 신당을 고리로 이준석 신당과 연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도 5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만약 탈당 후 신당을 하는 것으로 결정하면 이낙연 전 대표 뿐 아니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 세력이 한 지점에 모여야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탈당하면 이준석-이낙연을 모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도 제3지대 정당을 창당한 금태섭, 양향자 신당은 물론 이낙연 전 대표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정치권에서 개혁신당의 세력이 커지는 것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이준석 신당 몸집 불리기 본격화, 여야 공천 갈등 따른 파급력에 시선 집중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7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이번 주 안에 민주당을 탈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이낙연 전 대표는 오는 9일 양향자 한국의 희망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만난다.

이준석 전 대표는 5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연대 가능성에 관해 "공천 과정에서 교류가 있을 수도 있고 양당이 느슨한 연대로 선거를 치르는 것도 가능하다"며 "시너지가 나는 형태로 야권에 제3지대가 구축된다면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신당이 몸집을 불려 전국적으로 총선 후보를 낸다면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이나 부산·울산·경남 등 여야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의 지지율을 합치면 10%안팎인데 수도권이나 부울경 등에서는 3~5%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지역구가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케이스탯리서치가 TV조선·조선일보 의뢰로 지난해 12월30~31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표본오차95% 신뢰수준±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 28%, 더불어민주당 25%, 이준석 신당 7%, 이낙연 신당은 4%로 나타났다.

입소스가 SBS 의뢰로 지난해 12월29~30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는 민주당 33%, 국민의힘 27%, 이준석 신당 12%, 이낙연 신당 8% 순이었다.

다만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대위’를 출범시키면서 이준석 신당의 파급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을 쇄신하고 ‘공천 개혁’을 성공하면 그만큼 이준석 신당을 지지할 명분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지지세가 결집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4일 YTN뉴스큐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국민의힘 쇄신을 두고 "여당은 많은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그 카드를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다"고 바라봤다.

한 위원장도 4일 ‘2024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보기에도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멋있는 공천을 하기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제가 사심 없이 국민과 우리 당이 승리하는 방향을 정확히 잡고 균형을 잡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는 한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 공천을 무리 없이 성공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전 대표는 4일 KBS 뉴스레터K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멋진 공천은 아무 의미 없는 얘기”라며 “공정한 공천 기준을 세우고 탈 없이 마치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데 한 비대위원장은 공천을 받아보신 적도 없고 해 본 적도 없고 공천 위원으로 참여해 보신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