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위험이 기업 덮친다, 블룸버그 "기후변화는 상어, 워터리스크는 이빨"

▲ 사진은 북부 프랑스 베니퐁텐에 위치한 맥주 생산업체 카스틀랭에서 지난 4월25일 한 직원이 맥주병을 점검하는 모습. 프랑스에 닥친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지면서 프랑스 주류 생산 기업에 워터리스크가 커졌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가 수자원 공급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물 부족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는 ‘워터리스크’를 겪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후변화가 상어라면 워터리스크는 상어 이빨”이라고 비유했다. 워터리스크가 투자 결정에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워터리스크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모두 3920억 달러(약 506조6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라라 윌리엄스는 국제비영리기구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3909곳의 기업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워터리스크의 잠재적 영향력을 짚었다. 

기업들이 워터리스크로 막대한 비용을 치른다는 분석의 근거로는 기후변화가 세계 곳곳에 가뭄을 불러와 물이 부족해지는 지역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유럽의 심각한 가뭄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프랑스는 최근 심각한 가뭄으로 수자원 수급이 어려워지자 정부 차원의 ‘물 절약’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반도체 생산 주요 국가인 대만 또한 불안정한 수자원 공급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이처럼 세계 각지에서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지며 물 부족으로 타격을 받는 기업들 또한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증류주 회사인 영국 디아지오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수자원 안보가 회사의 최우선 해결 과제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주류와 같이 제품에 물을 직접 사용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의류와 의약품 생산기업, 빅테크 기업 또한 물 사용량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은 데이터 서버 냉각을 위해 2021년 한 해에만 46억 갤런(약 174억 리터)에 달하는 물을 사용했다. 

전 세계적 수자원 부족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미래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3월 미국 뉴욕시에서 개최된 ‘국제연합(UN) 수자원 콘퍼런스‘에서 2030년 세계 수자원 공급량이 수요량의 60%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관적 예상치가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이번 수자원 콘퍼런스에 금융기관과 펀드매니저들도 다수 참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자원 문제가 국가나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됐다는 의미다. 

특히 글로벌 기업이 수자원 소비량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워터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이 지적됐다. 

블룸버그는 “빅테크 기업인 애플이나 테슬라, 에너지기업 영국 셸 등이 여전히 수자원 소비량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며 “기업이 물 부족으로 언제 어떻게 수익에 영향을 받는지 투자자로서는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워터리스크를 줄이려면 투자자가 기업에 더 자세한 수자원 사용 정보를 적극 요구해야 한다는 해결책이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각국 정부에 기업 수자원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만들라고 촉구한 사례를 들었다.

투자은행 UBS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서치 책임자 비키 칼브는 블룸버그를 통해 “(워터리스크와 같은) 기후 문제가 투자자 포트폴리오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