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 타보니, 가장 무겁지만 가장 잘 나가는 플래그십 전기차

▲ 13일 경기도 하남시 도시공사 주차타워에서 EV9 시승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EV9 전측면.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EV9은 전세계 전동화 경쟁구조를 재편하고 기아가 전기차 탑티어 브랜드로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3월 EV9 세계최초 공개 행사에서 이렇게 자신감을 나타냈다.

기아는 EV6가 전동화 브랜드로 재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EV9은 브랜드 입지를 높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초의 국산 준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전기차의 등장에 EV9은 사전계약 8영업일 만에 1만 대를 넘기며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EV9이 실제 판매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어가며 전기차 브랜드로서 기아의 위상을 높이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EV9을 직접 타봤다.

◆ 콘셉트카 그대로 나온 미래적 외관, 간결한 멋과 친환경성 돋보이는 실내

13일 경기도 하남시 도시공사 주차타워에서 EV9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EV9 4륜구동(4WD) 어스 트림(8694만 원)에 21인치 휠, 부스트 옵션, 듀얼 선루프, 빌트인캠2, 그릴 및 헤드램프 옵션인 스타일,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2열 릴렉션 시트 등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간 9564만 원짜리 차량이 제공됐다.(개별소비세 5% 기준)
 
기아 EV9 타보니, 가장 무겁지만 가장 잘 나가는 플래그십 전기차

▲ EV9 정면. <비즈니스포스트>

시승차량을 보면서 2021년 LA오토쇼에서 최초 공개됐던 콘셉트카의 미래적 디자인이 거의 그대로 구현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에서 보면 내연기관의 그릴을 대체하는 매끈한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이 차체와 같은 색깔을 입고 있어 깔끔한 인상을 줬다.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에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가 작동하면 그릴 위로 여러 개의 조명이 다양한 패턴으로 나타났다.

그릴 양 옆에서는 여러 개의 작은 정육면체로 구성된 '스몰 큐브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와 별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맵 LED 주간주행등(DRL)'이 미래적 이미지를 더했다.
 
기아 EV9 타보니, 가장 무겁지만 가장 잘 나가는 플래그십 전기차

▲ EV9 측면. <비즈니스포스트>

옆모습에서는 정통 SUV를 지향하는 높고 각진 차체 비율이 가감 없이 드러나느데 다각형의 큼지막한 팬더(차 바퀴 덮개)와 부드러운 볼륨감이 느껴지는 차체 옆면이 조화롭게 느껴졌다.
 
기아 EV9 타보니, 가장 무겁지만 가장 잘 나가는 플래그십 전기차

▲ EV9 후면. <비즈니스포스트>

후면부는 밑에서부터 절반 지점부터 차지붕으로 올라가면서 좁아지는 형태를 하고 있어 실제 크기보다 작아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차량 가장자리를 따라 위치한 얇고 매끈한 '스타맵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전면부와 통일감을 준다.

실내에서는 플래그십 모델의 고급감보단 간결한 하이테크 감성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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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9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기아 EV9 타보니, 가장 무겁지만 가장 잘 나가는 플래그십 전기차

▲ EV9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기아는 브랜드 최초로 EV9에 12.3인치 클러스터, 5인치 공조,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3개의 디스플레이를 매끄럽게 이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간결한 수평의 대시보드에 높인 수평의 긴 디스플레이와 그 아래 얇고 긴 공조기는 세련미를 내뿜으며 탁 트인 개방감을 줬다.

인테리어에는 바이오 폴리우레탄을 활용한 시트, 업사이클링(재사용) 어망과 플라스틱을 각각 활용한 플로어 매트와 가니시(장식) 등 지속가능한 10가지 필수 소재가 적용됐는데 1대 당 약 70개 이상의 페트병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가 들어갔다고 한다.

준대형 SUV인 만큼 실내공간은 충분히 넓었다.

시승차량의 제원은 전장 5010mm, 전폭 1980mm, 전고 1755mm로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보다 더 길고, 넓고, 높다. 특히 실내공간에 더 큰 영향을 주는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는 팰리세이드보다 200mm, 기아의 미니밴 카니발보다도 10mm 더 길다.

다만 실제 차량에 올라탔을 때 팰리세이드와 공간감의 차이가 눈으로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3열에 앉으면 2열을 상당히 앞으로 당겨도 다리가 닿을락 말락 해 3열에서 긴 여행을 즐기긴 쉽지 않아 보였다.

◆ 역동적이고 안정적 주행성능, 패밀리카에 운전의 재미 가득 채워

시승은 경기도 하남시 도시공사 주차타워를 출발해 기착지인 충남 아산시 영인면의 한 카페에 들렀다 충남 부여군에 위치한 리조트까지 가는 약 21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주차장에서 벗어나 가속패달에 힘을 주자 미끄러지듯 치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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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9 주행. <기아>

99.8kW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시승차량은 산업부 인증 454km의 긴 1회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으나 공차중량이 2585kg으로 국산 승용차 가운데 가장 무겁다.

시승차량은 중후한 차체를 짊어지고도 속도를 내고 싶은 만큼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안정적이고 경쾌하게 움직였다.

시승차량은 현대차그룹 라인업 가운데 주행모드에 따라 가장 크게 모습을 바꾸며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노말(보통) 모드로 차를 몰다 스티어링 휠 하단의 드라이브모드 버튼을 눌러 에코(환경) 모드를 활성화하자 출발선 앞의 경주마 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부드럽고 신사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액셀을 다소 거칠게 밟아도 고급 세단처럼 부드럽게 움직여 에코모드는 연비주행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가벼운 여행을 떠날 때 사용해도 좋을듯 했다.

고속도로에 올라 스포츠 모드를 발동하자 시승차량은 액셀을 밟을 때마다 육중한 차체를 튕겨내며 입가에 미소를 흘리게 했다.

기아는 기착지에서 간담회를 열고 "EV9과 카니발은 모두 패밀리카 수요를 타겟으로 한다"며 "다만 카니발이 좀 더 가족 친근한 모델이라면 EV9은 운전자를 지향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가족을 케어하면서도 나만의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시승차량은 전·후륜 모터를 기반으로 최고출력 283kW(킬로와트), 최대토크 700Nm(뉴턴미터)의 성능을 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 만에 가속할 수 있다.
 
기아 EV9 타보니, 가장 무겁지만 가장 잘 나가는 플래그십 전기차

▲ EV9 주행. <기아>

반자율주행 기능의 사용성이 크게 개선된 점도 돋보였다.

시승차량에는 고속도로주행보조2(HDA2)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됐는데 이 기능을 활용하면 앞차와 간격을 스스로 유지하고 방향지시등만 켜면 차선변경도 알아서 한다.

HDA2를 활용할 때 12초가량 손을 떼면 경고가 작동하는데 직선 코스를 주행할 때는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어도 간간히 경고가 울려 성가신 때가 많았다. 또 경고를 해제하려면 스티어링 휠을 틀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기아는 EV9에 기존 토크센서 뿐 아니라 정전식 감지 센서를 적용해 이런 불편함을 완전히 해소했다. 시승차량은 HDA2 작동 중 손을 떼 경고가 울렸을 때 손가락 하나만 살짝 갖다 대도 상황이 종료됐다.
 
기아 EV9 타보니, 가장 무겁지만 가장 잘 나가는 플래그십 전기차

▲ EV9 주행. <기아>

정숙성도 훌륭했다. 

시승차량의 가공할 가속성능은 눈과 몸으로 느껴질 뿐 귀로 들리는 변화는 거의 없었다.

기아는 시승차량에 대구경 흡은 타이어와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 전기차 PE 시스템(구동시스템) 흡차음재 등을 적용했다고 한다.

3시간가량 이어진 약 210여km의 시승 코스에서 EV9의 1kWh당 전비는 출발지에서 기착지까지 4.6km, 기착지에서 도착지까지 4.2km를 보였다. 시승 차량의 공인 복합전비는 1kWh당 3.9km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