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하드웨어로 돈 버는 애플, 챗GPT 경쟁에 뛰어들 필요 없다"

▲ 애플이 인공지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보다는 핵심 경쟁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인도 뭄바이 지오 월드 드라이브 쇼핑몰에 입점한 ‘애플 BKC’ 내부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챗GPT가 문을 연 언어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에 애플이 무리하게 도전할 필요가 없다는 주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언어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출시 계획을 별도로 가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언어생성형 기술은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한 후 문장 형식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답을 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오픈AI가 2022년 11월 언어생성형 서비스 챗GPT를 공개해 전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그리고 아마존과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이 관련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블룸버그는 2023년 4월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이 언어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에 주목했다. 

아이폰 등 기기에 적용되는 '시리'를 통해 음성인식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주도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 애플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 의아하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소프트웨어 이용요금보다 하드웨어 판매로 이익을 주로 내므로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에 무리해서 뛰어들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아이폰과 노트북,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경쟁사에 보이는 우위가 애플의 핵심 경쟁력이므로 기기판매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언어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개발 및 유지에 막대한 초기투자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 또한 애플이 관련기술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언어생성형 인공지능은 수억 달러에 달하는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한다.

각자의 저장장치를 가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달리 인터넷 서버에서 프로그램을 구동시키므로 대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요하는 것이다. 

실제 언어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자원을 투자하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그리고 아마존 같은 업체들의 공통점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초기설비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공산이 크다.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마저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 'AWS'에 사용료를 내며 제공하는 애플로서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주력 상품으로 개발할 필요성이 적다.  

언어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대다수가 앱(어플리케이션) 형태로 출시된다는 점 또한 애플에게 유리한 요소다.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선점한 애플은 인공지능 경쟁에서 누가 승리하든 앱 배포 및 결제 수수료로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 전반에 더해서 향후 발매할 증강현실(AR) 헤드셋과 애플카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보조기능 용도로 계속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기술이 가지는 거대한 잠재력이 경쟁구도를 바꿔 애플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과거 애플이 블랙베리보다 더 뛰어난 휴대폰 키보드를 만들어 블랙베리와 경쟁하기보다는 버튼 키보드를 없애는 전략을 선택해 우위를 점했듯이 인공지능 기업들이 혁신을 거듭해 애플의 핵심 경쟁력 외의 사업부문에서 애플 수요를 잠식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모든 기술기업은 현재 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중국 알리바바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다니엘 장 발언을 인용해 애플 또한 언제까지나 최고의 기업 위치를 점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