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대차3법 시행 2년이 다가오면서 이른바 전세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8월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매물들의 전세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최근 금리까지 오르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 여름 전세가격 급등 전망, 금리 올라 전세의 월세화 심화 우려

▲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4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임대차시장에서는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도 전세보다 월세 매물을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20년 7월 시행된 임대차3법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전세계약 기간을 최대 4년까지 보장해주고 재계약 때 인상률도 상한을 5%로 제한했다.

임대차3법은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보장해준 측면이 있지만 그동안 집값이 너무 크게 올라버린 게 문제다.

계약갱신권을 이미 한 번 사용하고 올해 새롭게 계약을 맺거나 전셋집을 옮기려는 세입자는 집값을 따라 함께 오른 전셋값 시세를 한 번에 맞춰줘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에 최근 기준금리 상승으로 대출이자도 높아지다 보니 추가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가 오히려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등은 전세 보증금 1억 원을 월세로 전환할 때 약 30만 원 정도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세입자가 현재 전세가가 7억 원인 매물을 보증금 2억 원에 5억 원은 월세로 전환해 반전세로 계약하면 매달 월세로 150만 원이 나간다. 

그런데 전세대출 금리가 연 4%만 돼도 5억 원 대출에 관한 이자는 1년에 2천만 원, 한 달에는 167만 원가량이다.

게다가 최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6%대를 돌파했고 전세대출 금리도 5%대 수준을 보였다.

지난 1일 기준 하나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신규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 3.57~4.97%, 국민은행은 3.61~4.81%, 신한은행은 3.33~4.23%다.

더구나 올해에는 기준금리가 두세 차례 더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기조에 따라 대출 문턱 자체가 높아진 점도 세입자들이 월세로 돌아서게 하는 데 한 몫을 한다.

무엇보다 시장 매물 자체가 반전세나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여전하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등이 늘어나면서 월세 전환 등으로 이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세에 부담을 느껴 전세를 살고 싶은 세입자도 일단 매물 자체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셈이다.

임대차 신고제 자료와 확정일자 신고자료 등을 합산한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7.1%에 이르렀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41.7%)보다 5.4%포인트 오른 것이다. 최근 5년 평균인 41.3%와 비교해도 5.8%포인트 늘어났다.

월세 계약 비중이 절반에 가까워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셈이다.

2월 전월세 거래만 살펴봐도 월세 거래량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2월 전세 거래량은 12만4102건으로 1월보다 11.5%, 1년 전보다는 8.2% 증가했다. 5년 평균 거래량과 비교하면 11.4% 늘어났다.

반면 월세 거래량은 11만6779건으로 전달인 1월과 비교해서는 25.3% 늘어났다. 또 2021년 2월과 비교하면 무려 38.3%, 최근 5년 평균치보다는 47.9% 증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임대차시장 안정 등을 부동산부문의 주요 국정과제로 앞세우면서 임대차3법 개편, 대출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이들은 단기간에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당장 8월 전세대란이 불안한 세입자들은 손 놓고 정책 변화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는 월세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세입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 평균가격은 2021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연속 오르면서 125만 원을 넘어섰다. 2020년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12만7천 원 수준이었다.

서울 강남에서는 한 달 월세 4천만 원 집도 등장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더펜트하우스청담 전용면적 273㎡은 올해 3월21일 보증금 4억 원에 월세 4천만 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월세 4천만 원은 역대 월세 최고 가격이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