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 TSMC가 올해 여름 전력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만매체 디지타임스는 7일 반도체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대만에서 예상치 못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사이에 전력소비 피크시즌인 여름에는 더 많은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파운드리업체는 짧은 전력 중단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TSMC 올 여름 전력부족에 시달릴 가능성 커, 삼성전자는 괜찮을까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대만 반도체업체들은 TSMC 대만 공장에서 3일 발생한 정전사태가 여름철 전력 부족을 예고하는 사건일 수 있다고 본다.

대만은 남부지역의 에너지 발전소에서 장애가 생겨 타이베이, 신주, 신베이 등 대만 수도권을 포함한 곳곳에서 갑자기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TSMC 주력 공장이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는 산업단지 신주과학원도 잠깐 정전이 발생했지만 피해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대만 반도체업체들은 대규모 정전사태가 여름에 더 발생할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TSMC는 현재 대만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있다. TSMC는 2020년 160억kwh를 소비했는데 이는 대만 전체 전력소비의 5.9%를 차지했다.

게다가 TSMC가 최근 지속적으로 도입을 늘리고 있는 EUV(극자외선)장비는 기존의 DUV(심자외선) 장비보다 전력을 10배 이상 소비하기 때문에 필요한 에너지가 더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TSMC는 2021년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오랫동안 물 부족에 시달리기도 했다. 반도체 생산에는 전력뿐만 아니라 막대한 산업용수가 필요하다.

TSMC 공장의 정상가동을 위협하는 변수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역시 TSMC와 마찬가지로 전력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은 2021년 2월 미국에 몰아친 한파와 대규모 폭설에 따른 정전으로 가동이 멈췄다. 당시 오스틴 공장이 재가동을 하는 데는 6주가 걸렸는데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 규모는 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상 멈추면 제품 수율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한 뒤 재가동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정전 문제는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메모리반도체와 관련해서도 여러 차례 정전사태를 겪었다.

2020년 1월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에서 정전으로 일부 생산라인이 멈췄다. 당시 2~3일 만에 생산라인이 복구됐지만 그 사이 수십억 원의 생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도 2018년 3월 정전사고로 500억 원의 손실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