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Exynos)2200’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엑시노스팀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차기 모델에서 반격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새 AP 엑시노스 성능 미흡 평가, 박용인 개발역량 강화 고민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15일 해외 매체와 유명 IT 유튜버 등의 반응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2에 탑재한 ‘엑시노스2200’에 애초 기대했던 만큼의 성능 향상이 없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중국 IT매체 기즈차이나는 “엑시노스2200은 이전 모델인 엑시노스2100보다 CPU(중앙처리장치) 성능이 5%만 향상됐다”며 “거의 모든 면에서 경쟁제품인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보다 떨어지며 이런 점은 삼성전자 차기 모델인 ‘엑시노스2300(가칭)’이나 미디어텍의 디멘시티900을 기다리도록 만든다”고 평가했다.

또 50만 구독자를 보유한 테크유튜버 ‘테크올터(TechAltar)’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엑시노스2200 성능 테스트를 한 결과를 보면 AMD와 협업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GPU(그래픽반도체) 성능도 전작보다 17% 향상되는 데 그쳤다.

엑시노스2200은 이전 관행과 달리 국내와 인도에서 판매되는 갤럭시S22에서 빠졌다.

엑시노스2200은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 판매되는 갤럭시22 시리즈에만 탑재되는데 이를 두고 삼성전자 안에서도 엑시노스의 입지가 축소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나왔던 갤럭시S21 시리즈에는 국내 판매용 모델에 엑시노스2100이 적용됐는데 발열 등이 문제가 되며 국내 소비자 사이에 엑시노스 대신 스냅드래곤 탑재를 원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적도 있다.

기대 이하의 엑시노스2200은 박용인 사장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엑시노스2200은 박 사장의 작품이 아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2월 이뤄진 정기 사장단인사에서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모바일 프로세서가 아닌 이미지센서 전문가다.

박 사장은 LG반도체 출신으로 DB하이텍(동부하이텍) 대표를 맡아 이미지센서분야를 개척했다. 2014년 삼성전자로 옮긴 뒤 업계에서 최초로 0.7마이크로미터 이미지센서를 개발하는 등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 분야의 경쟁자인 소니와 격차를 좁히는 데 1등 공신이기도 하다.

다만 이제부터 박 사장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세계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중장기 사업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가장 우선해서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부터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아직까지 엑시노스는 애플의 A시리즈 바이오칩, 퀄컴의 스냅드래곤, 미디어텍의 디멘시티와 비교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엑시노스팀이 대대적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국내에 판매한 갤럭시S20에 엑시노스 대신 스냅드래곤을 탑재했고 이 결정에 엑시노스팀이 ‘굴욕감’을 느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에 국내 출시 제품에 엑시노스가 배제되면서 과거와 비슷한 말이 돌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새 AP 엑시노스 성능 미흡 평가, 박용인 개발역량 강화 고민

▲ 엑시노스2200.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애플과 AMD에 근무했던 개발자들을 엑시노스팀에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몇 년 째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았던 만큼 외부인재 수혈을 통해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200 개발부터 GPU부문에서 AMD와 협력하는 등 외부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반도체 설계분야에서는 핵심 개발자들의 이동이 잦아 삼성전자가 외부 인재를 영입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1월 애플에서 M1 칩셋 설계에 참여했던 마이크 필리포를 영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몇 년 전부터 클라우드서버와 서피스 PC용 칩셋을 개발하고 있다.

애플의 M1 칩 전환을 주도한 수석 디자이너 제프 윌콕스도 올해 1월 초 인텔로 복귀해 디자인엔지니어링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해외 IT매체 '나인투파이트맥(9to5Mac)'은 “애플이 자체 칩 개발이 성공하면서 반도체 설계 전문가 영입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자체 클라우드용 서버칩을 만들기 위해 반도체 엔지니어를 적극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