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 할 줄 몰라서 돈 이체하려면 은행 지점에 꼭 가야해요.”

67세인 김모씨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는 매일 보지만 은행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모바일뱅킹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설치와 아이디, 비밀번호 설정 등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어렵다는 것이다.
 
"모바일뱅킹 못해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시니어고객 모시기 경쟁

▲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난곡지점의 현금자동인출기(ATM)에 '시니어 고객 맞춤형 ATM 서비스'를 적용한 모습. <신한은행>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20~30대의 '비대면' 적금 가입 비율은 82.8%인 반면 60대 이상 노년층은 19.1%에 불과하다.

또 한국소비자원의 설문 조사를 살펴보면 75세 이상 고령자의 97.8%가 “온라인뱅킹을 할 줄 모른다”고 답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점포 폐쇄를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흐름을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는 시니어들은 여전히 많은 것이다.

은행 지점에서도 키오스크나 현금자동인출기(ATM)를 사용해도 되는 업무를 은행 창구에서 대기표를 뽑아 상담하는 시니어들이 많다. 이 때문에 바쁜 시간에 창구 업무가 마비되는 지점이 많고 이와 같은 시니어들을 놓고 ‘키오스크 포비아(공포증)’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시니어들의 접근성을 높인 ATM을 선보였다.

커다란 글씨와 직관적 디자인,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이용한 것이 눈에 띄는데 은행업무의 75%를 차지하는 돈 찾기, 돈 넣기, 돈 보내기, 통장정리 등이 큰 글씨로 쓰여 있다.

신한은행은 60대 이상 시니어고객의 내점 빈도가 높고 창구 업무의 75% 이상이 단순업무인 서울 신림동 등 5개 고객중심영업점에 시니어 맞춤 ATM 서비스를 도입했다.

시니어 맞춤 ATM을 사용해 본 고객들은 "일단 눈이 편해서 좋았다"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대상 디지털 금융교육도 12월부터 진행한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고객들에게 모바일뱅킹이나 화상상담창구 이용 방법 등을 알려줘 비대면 금융 확산에서 시니어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리딩뱅크'를 놓고 신한은행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KB국민은행도 시니어 고객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5월 시니어 고객 전용 은퇴설계 서비스 ‘KB 골든라이프 X’를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은퇴자산관리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는 'KB골든라이프센터'도 열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2017년부터 'KB골든라이프 고객 자문단'을 만들어 시니어 특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은행들이 시니어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초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시니어계층이 은행의 주요 고객층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고령인구는 2020년 815만 명에서 2024년 1천만 명을 넘어서고 2049년에는 1901만 명(전체 인구의 약 39.8%)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시니어는 100세 시대에 발맞춰 전문적 자산 관리를 받을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어 은행권에서는 많은 자산을 쥐고 있는 시니어들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바일뱅킹 못해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시니어고객 모시기 경쟁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디지로그 브랜치 서소문지점에서 컨시어지 직원이 시니어 고객에게 카드 업무 전용 디지털 키오스크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다. <신한은행>


이에 따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시니어 계층의 자산관리 서비스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개인의 건강검진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기대수명과 건강을 분석해 노후 생활을 돕는 자산관리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공감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함께 은퇴와 관련한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돈이 많은 시니어 계층만 우대받고 그렇지 못한 시니어 고객들은 금융 접근성이 더욱 악화되면서 소외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는 16일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신한은행 월계동지점 폐쇄를 반대하며 “어르신들이 어떻게 핸드폰으로 은행업무를 보느냐”며 “부자 동네는 그냥 놔두고 서민들이 밀집해 사는 지역의 지점만 돈이 안 된다고 폐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한은행은 2022년 1월17일 월계동지점 등 42곳의 지점을 폐쇄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점포 수를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며 "최근 몇년 동안의 점포 폐쇄 추이를 살펴보면 신한은행은 최대한 천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점포 폐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대면 금융의 장점이 크지만 디지털 금융에 대한 수용성이 낮은 고령의 금융소비자가 미래에는 금융의 주류가 될 수밖에 없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지점 수가 줄어드는 추세는 피할 수 없겠지만 비대면 금융과 오프라인 지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