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팰리세이드’의 미국 수출을 시작하면서 단기적으로 국내 고객에게 제때 차를 인도하기 위한 수준의 내수용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도 인기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을 계약한 고객은 최소 반 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이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노사의 팰리세이드 증산합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미국 수출로 국내 판매량 맞추기 힘에 부쳐

▲ 현대자동차의 미국 수출용 '팰리세이드'.


5일 현대차에 따르면 7월부터 미국에서 팰리세이드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5월부터 울산 공장에서 수출용 팰리세이드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팰리세이드는 전부 울산4공장에서 생산된다. 기존에 국내용만 생산했는데 수출용을 따로 만들면서 국내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물량은 줄었다.

현대차 판매통계를 봐도 팰리세이드 내수판매가 확 줄었다.

현대차가 5월에 국내에서 판매한 팰리세이드는 모두 3743대다. 올해 1~4월 월 평균 판매량이 6158대였는데 이보다 40%가량 급감했다.

3월 노사합의로 팰리세이드 생산량을 기존 월 6240대 수준에서 8640대 수준으로 늘렸음에도 국내용과 수출용을 함께 만들다보니 공급 부족으로 국내 판매량은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내수용 팰리세이드 생산량이 상당 기간 지금처럼 축소된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팰리세이드 판매목표를 2만7천 대로 잡고 있다.

앞으로 매달 4500~5천 대가량의 팰리세이드를 미국에 수출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에 따라 국내용 팰리세이드 생산량은 월별 3500~4천 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사가 팰리세이드의 추가 증산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팰리세이드 계약을 마친 국내 고객들이 차를 받게 되는 시점이 계약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본사에서 각 영업지점 대표들에게 보낸 공문을 보면 이미 일명 ‘깡통차(최하위 트림 가운데서도 옵션 등을 포함하지 않은 차)’ 등 비인기 차량을 제외하면 5일 현재 계약하면 2020년 1분기에나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

이 공문이 노사가 팰리세이드 생산량을 약 40% 늘리기로 합의한 이후 발송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수출량 물량의 선적이 시작된 현재 시점에서는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출고일정이 2020년 2분기 이후로 밀릴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우선 국내용 팰리세이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울산4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을 놓고 8일을 제외한 6월 모든 토요일에 특근을 진행하기로 했다. 5월31일 현대중공업 노조와 연대파업을 위해 부분파업을 실시했을 때도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은 풀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월별 9천 대를 소폭 밑도는 수준에서 국내용과 수출용 팰리세이드가 병행 생산된다면 미국 판매가 예상을 웃돌 때 내수용 차량의 출고량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