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팰리세이드’의 증산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는데도 생산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팰리세이드 구매를 확정한 고객들의 출고 대기기간도 길어지고 있는데 자칫 신차효과를 온전히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주문 몰리지만 노조와 증산협상 길어져 속앓이

▲ 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겸 울산공장장.


14일 현대차와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 노사는 1월 중순부터 한 달가량 팰리세이드 증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울산4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는 팰리세이드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며 “아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팰리세이드를 증산하려면 울산4공장에서 팰리세이드와 함께 생산되고 있는 스타렉스 물량을 일부 축소하는 등의 조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생산물량 조정은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에 따라 노사합의가 필요하다.

현대차 단체협약 제41조에는 ‘회사는 신기계, 기술의 도입, 신차종 개발, 차종 투입, 작업공정 개선, 경영상 또는 기술상 사정에 따른 인력의 전환배치, 재훈련 및 제반사항은 계획수립 즉시 조합에 통보하고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심의,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팰리세이드 증산과 관련된 사항에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증산 결정을 강제로 할 수 없다.

노조가 인력 전환배치를 놓고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팰리세이드 증산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현대차 안팎에서 나온다.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에 다른 차종을 생산하던 인력을 투입하면 새 라인 적응 문제로 한동안 노동자 1인당 작업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증산계획에 맞춰 무리하게 조정하면 노동자의 업무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증산을 위한 인력 전환배치 등과 관련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로서는 증산을 두고 노조와 논의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다.

팰리세이드(최상위 트림, 풀옵션 기준) 구매를 신청하고 차를 인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대 7개월가량 걸리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팰리세이드 구매를 확정했다가 대기기간이 너무 길다며 구매를 취소하는 고객들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주문 몰리지만 노조와 증산협상 길어져 속앓이

▲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현재까지 계약된 팰리세이드는 모두 4만5천 대가 넘는다. 현재 월간 최대 생산량은 6천 대 수준으로 파악되는데 단순 계산으로도 차 구매 이후 반 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팰리세이드 공식 론칭행사에서 “싼타페보다 판매량이 월 1천 대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생산량을 높여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1월 말에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구자용 현대차 상무가 “팰리세이드의 연간 판매목표는 이미 국내에서 초과 달성했다”며 “생산능력 증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요가 현대차의 내부 예상치를 웃돌고 있기 때문에 증산을 통해 높은 인기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인데 노조와 증산 협의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차가 증산 논의를 서둘러 마무리하지 않으면 자칫 신차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대리점을 통해 팰리세이드 구매를 신청했던 고객들이 싼타페 등으로 이전 계약하는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가 팰리세이드 증산을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는 2017년 10월부터 한 달 넘게 소형 SUV ‘코나’의 증산을 놓고 노조와 협상하다가 합의하지 못하자 11월 말부터 강제로 코나 증산을 강행하려고 했는데 이 때 노조는 파업으로 맞불을 놓았다.

다음날 다시 현대차가 증산을 강행하자 회사측 관계자와 노조 관계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해 2명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