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인수에 따른 자금 마련을 위해 웅진에너지 매각 계획을 내놓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태양광산업의 불황을 함께 버텨내며 웅진에너지를 수렁에서 끌어올릴 매수자가 있을지를 놓고 의구심이 번지고 있다.
 
윤석금, 태양광업황 부진한데 웅진에너지 매각할 수 있나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31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금 회장이 늦어도 2019년 초까지 웅진에너지 매각을 마치고 다른 비주력 계열사들도 추가로 매각해 코웨이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첫 단추를 꿰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업황은 현재 세계적으로 깊은 침체기에 빠져있다. 누가 맡아도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선뜻 웅진에너지를 사겠다는 기업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 투자금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웨이퍼와 잉곳 등 웅진에너지와 같은 제품을 생산했던 넥솔론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번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결국 팔리지 않았다. 

태양광산업은 2010년 이전에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태양광 제조기업들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2010년 이후 산업은 1차 구조조정기를 맞이하게 된다.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한 와중에 올해 5월 태양광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태양광 보조금 삭감정책까지 시행하면서 태양광산업은 현재 2차 구조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웅진에너지의 실적도 태양광산업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설립 2년 만인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흑자를 냈지만 이후 중국 태양광업체들의 치킨게임에 직격탄을 맞았다.   

웅진에너지는 2012년에 영업손실 1068억 원을 내 적자로 전환한 뒤 최근 6년 동안 대부분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잉곳 중심의 사업구조를 웨이퍼 주력으로 바꿔내며 영업이익 38억 원 규모를 거두는 데 성공했지만 올해 다시 적자로 돌아가고 말았다. 웅진에너지는 올해 상반기에 영업손실 370억 원을 냈다. 

웅진에너지 결손금은 2분기 말 기준으로 2902억 원까지 쌓였다. 자본잠식 상태(자본금 1490억 원·자본총계 1083억 원)에 빠져 있기도 하다. 

혹독한 조정기를 거친 뒤 태양광산업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웅진에너지가 그때까지 버틸 체력이 있을지 불확실한 셈이다. 

웅진에너지의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점도 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웅진에너지 주가는 이날 1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주가는 1만 원대를 보였지만 꾸준히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계속 고쳐 쓰고 있다.

한화그룹이 태양광사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어 태양광 계열사들을 통해 웅진에너지를 인수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한화케미칼은 2017년에 웅진에너지 지분 8.04%를 매입해 2대주주에 올랐다가 올해 6월 보호예수기간이 끝나자마자 웅진에너지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다시 웅진에너지 투자에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한화그룹은 태양광사업에 9조 원을 쓰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8조 원을 태양광발전사업에, 1조 원을 해외 셀·모듈 제조사업에 쓰기로 했다.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웅진에너지를 인수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이유로 꼽힌다.

OCI도 웅진에너지 인수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가능성이 낮다.

OCI는 태양광 전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태양광 업황 악화로 폴리실리콘 가격 역시 폭락함에 따라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인수합병에 나설 뜻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OCI는 계열사인 넥솔론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인수는 절대 없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