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주식 70억 원어치 장내 매수
정몽진은 2018년 9월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KCC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틀에 걸쳐 사들인 주식은 총 9565주로 모두 32억2500만 원가량을 쓴 것으로 추산됐다.
아들 정명선씨와 딸 정재림씨도 9월19일 KCC주식을 각각 5700주씩 장내매수했다.
이번 자사주 매수를 통해 정몽진의 KCC 지분율은 18.11%에서 18.20%로 높아졌다. 수치상으로 보면 큰 의미를 지니는 매수는 아니다.
정몽진은 9월13일 미국 실리콘회사인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를 인수한 뒤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기 위해 장내에서 매수를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멘티브 인수로 실리콘사업에 승부수
정몽진은 2018년 9월13일 실리콘회사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모멘티브) 인수 계약서에 서명했다.
모멘티브는 24개의 글로벌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100여개 국가에 4천여 개 판매처를 확보해 미국의 다우코닝, 독일의 와커와 함께 세계 3대 실리콘회사다.
KCC는 이번 모멘티브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SJL파트너스, 반도체용 석영 제조회사 원익QnC와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모두 30억 달러(3조5천억 원가량)에 이르는 인수비용 가운데 SJL파트너스가 50%, KCC가 45%, 원익QnC가 5%를 부담했다.
KCC의 모멘티브 인수는 역대 국내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합병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거래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 달러),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49억 달러) 다음이다.
장문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매출액이 세계시장 7위권인 KCC 실리콘부문은 단숨에 2위 수준에 오른다”고 파악했다.
단순히 규모 확대를 넘어서 KCC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크게 변했다.
KCC는 실리콘사업부문에서 연 매출 2천억 원가량을 내 전체 연 매출 가운데 10% 미만의 비중을 보였다.
그러나 모멘티브를 인수해 실리콘사업부문의 연 매출이 2조5천억 원가량으로 늘고 비중은 40% 이상으로 크게 확대된다.
실리콘사업은 정몽진의 아버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이전부터 KCC의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사업이다.
정몽진은 2000년 KCC그룹 회장에 오르기 전부터 유럽과 중국 등의 해외 회사들을 돌며 기술을 익혔다. 이러한 열정은 2003년 국내에서 최초로 폴리실리콘의 원료가 되는 모노머를 개발하고 2008년 독자 기술로 폴리실리콘 생산에 성공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정몽진은 2008년부터 태양광발전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태양광전지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 태양광발전시장의 70%를 차지하던 유럽이 경제 위기로 태양광발전 보조금을 줄였고 중국산 저가 원료 공세가 겹쳤다. 이에 KCC는 2012년 국내에서 폴리실리콘사업을 접었다.
모멘티브 인수는 정몽진이 실리콘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기존의 종합건자재나 도료 등 사업과 함께 새로운 수입원을 확보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으로 KCC의 재정적 안정성을 높이려는 경영수완을 보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수합병의 규모가 크다는 점은 정몽진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9월14일 “KCC가 모멘티브 인수로 차입금이 상당히 증가하고 사업 위험이 확대되는 변화가 예상된다”며 KCC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몽진은 모멘티브 인수로 KCC의 사업체질 개선 가능성과 동시에 재무 안정화 리스크도 떠안은 셈이다.
△연구시설 확충으로 연구개발 역량 강화 나서
정몽진은 경기도 용인의 KCC중앙연구소에 최신 시설을 갖춘 종합연구동을 신설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나섰다.
2018년 7월25일 신축 종합연구동의 준공식에 참석해 안전 기원제를 지냈다.
신축한 종합연구동은 2016년 4월 착공해 2년 3개월 공사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KCC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미래기술 연구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비용을 2015년 704억 원, 2016년 751억 원, 2017년 759억 원으로 계속해서 늘려 왔다. 이번 종합연구동 신축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용 판유리 생산라인 증설
2018년 3월3일 KCC 여수 공장의 자동차용 판유리 2호기 생산라인 증설을 마치고 용융로를 재가동했다. 정몽진이 직접 화입식에 참석했다.
여수 공장의 판유리 2호기는 2017년 5월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가동을 멈췄다. 이번에 생산라인 증설을 마쳐 4월부터 본격 상업 생산을 재개했다.
판유리 2호기에서 생산되는 유리 제품은 기존 제품들보다 폭과 길이가 50%가량 늘었다. 이는 시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리 인출물의 크기를 넓게 설계한 것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KCC 관계자는 “이번 생산라인 증설 가동을 통해 자동차용 유리시장에서 KCC의 경쟁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세계 표준을 뛰어넘는 고품질 유리 생산을 통해 세계적 유리 생산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소재부문도 본격 육성
정몽진은 2017년 소재부문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사업구조 다각화에 박차를 가했다.
KCC의 사업영역은 크게 건자재부문과 도료부문, 기타부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건자재부문에서는 내외장재와 판유리, 보온단열재, 폴리염화비닐(PVC) 창호재·바닥재 등을 생산하고 도료부문은 자동차와 선박 등에 쓰이는 도료를 만든다. 기타부문에서는 전기전자용 소재 등을 생산하지만 매출비중이 10% 안팎에 그친다.
KCC는 주택경기 호조 덕에 2017년 건자재부문에서 안정적 실적을 냈다. 하지만 조선업황과 자동차업황이 좋지 않아 상반기에 도료부문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면서 건자재부문의 이익증가분을 도료부문이 까먹는 모습을 보였다.
KCC는 2017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4265억 원, 영업이익 2763억 원을 냈다. 2016년보다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15.4% 줄었다.
정몽진은 KCC의 건자재와 도료부문이 아닌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소재 등 기타부문을 육성하는 데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소재사업은 건자재와 도료부문과 비교해 매출 규모가 현재는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KCC는 소재사업을 통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핵심 부품의 재료를 공급한다.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을 제때 내놓아야 하는 전방산업의 특성상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꼽히지만 한 번 주도권을 쥘 경우 선점 효과도 크게 누릴 수 있다.
KCC는 3월 중국 상해에서 열린 반도체소재 전시회 ‘세미콘차이나2017’에 참석해 차량용 반도체 제품들을 선보였다. KCC는 반도체 보호 소재(EMC)와 반도체칩 접착제(DAF) 등을 대표 제품으로 보유하고 있다.
KCC는 2017년 6월에 충청남도 서산시 대죽 공장에 ‘최신 석고보드 생산라인 3호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KCC는 3호기 증설로 연간 약 8천만 평 규모의 석고보드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KCC는 한국유에스지보랄과 국내 석고보드시장을 55대 45로 양분하고 있는데 공장 증설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백기사’
2015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앞두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장으로 난관을 맞자 정몽진에게 삼성물산 주식 5.76%를 매입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진은 이 부회장의 요청대로 삼성물산 주식 899여만 주를 6700여억 원에 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통합은 무난히 이뤄졌다. KCC가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았다.
△합작사업 실패
KCC는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2008년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모두 2400억 원을 투자해 폴리실리콘 생산기업 KAM을 설립했다. 지분비율은 51(KCC)대 49(현대중공업)였다. 사촌인 정몽진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결합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태양광 업황악화로 원재료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KAM의 실적은 날이 갈수록 나빠졌고 2012년 순손실 2천억 원을 낸 뒤 KAM은 40억6천만 원의 자본금만 남았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5월 KCC와 협의 없이 지분 49%를 무상소각하며 사업에서 발을 뺐다.
KCC는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중재신청서를 냈다. KCC는 결국 2013년 7월 KAM을 흡수합병하며 사건을 수습했지만 2018년 10월 현재까지 KAM은 폴리실리콘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인테리어사업으로 KCC 사업 다각화
정몽진은 2000년 KCC 회장에 오른 뒤 실리콘과 건축자재 유통사업에 진출해 회사 대 회사 거래(B2B) 중심이던 사업구조를 회사 대 개인 거래(B2C)로 넓히는 데 공을 들였다.
2007년 건자재·인테리어 종합유통점 ‘홈씨씨인테리어’를 선보이고 인천과 목포에 대형 매장을 열며 B2C사업에 뛰어들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홈씨씨인테리어를 홍보했고 전국 주요 지역에 전시판매장을 열어 일반고객들이 친근하게 KCC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정몽진은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 전문매장 등을 통해 직접 인테리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려 홈씨씨인테리어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건자재부터 도료·소재·실리콘까지 아우르는 KCC의 성과
2003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유기실리콘 ‘모노머’의 독자 개발과 상업생산에 성공했다.
2008년 7월 독자 기술로 초고순도 폴리실리콘 생산에 성공해 미국 등에 수출했다.
2012년 12월 국내 최초로 가장 얇은 판유리인 1mm 박판유리를 개발했다.
2013년 4월 국내 최초로 건물의 주요 철골 구조인 보와 기둥에 바르면 불이 나도 3시간을 견딜 수 있는 내화도료를 개발했다.
2014년 6월 국내 최초로 1200도 불에도 견디는 실리콘 스펀지를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2018년 9월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를 인수해 실리콘사업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