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LCD 패널을 탑재해 내놓는 새 아이폰의 성능과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춰 올레드 패널을 적용한 고가의 '아이폰X' 라인업과 차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 따라 주력으로 판매하는 모델을 달리해 스마트폰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모두 지켜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3일 전자전문매체 GSM아레나에 따르면 애플이 9월 공개하는 새 아이폰 가운데 LCD 패널을 적용한 모델의 가격을 예상보다 낮출 가능성이 유력하다.

GSM아레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발견한 정보를 인용해 LCD 탑재 아이폰에 A10 프로세서가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애플 A10 프로세서는 2016년 출시된 아이폰7 시리즈에 사용됐다. 지난해 아이폰8과 아이폰X에 적용된 'A11바이오닉', 올해 아이폰X 후속작에 탑재될 'A12'와 비교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애플이 중국과 인도 등 중저가 스마트폰의 인기가 높은 지역에서 아이폰9를 주력 상품으로 앞세우기 위해 부품 원가를 최대한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9월 출시행사를 열고 LCD 패널을 탑재해 원가를 낮춘 '아이폰9'와 올레드 패널 및 고성능 프로세서를 적용한 아이폰X 후속 스마트폰 2종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능과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나는 두 종류의 스마트폰을 함께 내놓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주 영리한 전략을 펴고 있다고 평가한다.

고가 스마트폰의 수요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그동안 소비자들의 수요가 가격이 낮은 아이폰9에 대거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GSM아레나의 예상과 같이 아이폰9의 성능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진다면 자연히 아이폰X 후속 스마트폰에 눈길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GSM아레나는 "LCD 탑재 아이폰은 사실상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 후속작에 가까운 제품이 될 것"이라며 "중국에서만 출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보급형 아이폰의 성능을 낮춰 내놓으면 고가의 아이폰X 시리즈 수요가 잠식당하는 일을 방어할 수도 있다.

애플이 올해 출시하는 2018년형 아이폰X는 899달러, 아이폰X플러스는 1천 달러 이상의 고가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큰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999달러에 내놓은 아이폰X의 고가 전략으로 애플이 매출과 영업이익을 크게 늘린 만큼 올해도 고가 아이폰을 주력으로 앞세워 성과를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이미 태블릿PC '아이패드'의 보급형 모델에는 성능이 낮은 A10 프로세서를, 고가 '아이패드프로'에는 성능이 높은 'A10X' 프로세서를 탑재해 수요층을 차별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주력 상품인 아이폰에 이런 전략을 확대해 적용하면 신흥시장에서 보급형 LCD 아이폰으로 점유율과 판매량을, 미국 등 주력시장에서 고가 아이폰X 시리즈로 매출과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브스는 "애플의 새 아이폰 출시 전략은 중저가 스마트폰시장 경쟁에서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아이폰 라인업에 가장 기대되는 변화"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아이폰X 후속 스마트폰을 통해 꾸준한 교체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콘텐츠 등 서비스사업에서 지속 성장을 노리기 위해 신흥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가 절실하다.

6인치 대화면을 탑재하면서도 기존 아이폰보다 가격을 낮춘 아이폰9 출시는 애플이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업체와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9월 중순 출시행사를 열고 새 아이폰을 공개한 뒤 9월 말부터 세계 주요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