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를 향한 시장의 신뢰가 예전만 못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처셀 사태 등 연이은 악재로 업계 전체가 불신의 눈초리를 따갑게 받는다.
하지만 유틸렉스는 이런 시선에서 조금 어깨를 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병세 대표이사의 명성 덕분이다. 그는 세포면역학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데 유틸렉스를 설립해 항암면역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유틸렉스는 하반기에 코스닥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다. 기술특례 상장의 첫 관문인 기술성 평가를 이미 5월 통과했다.
권 대표가 회사를 세운지 3년 만이다.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과 시설 확충 등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상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틸렉스는 항암면역 치료제에 특화된 회사로 세포 치료제와 항체 치료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사람의 면역세포 중 T세포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인다.
T세포치료제는 암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만을 분리해 배양한 뒤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것이고 항체치료제는 T세포의 수용체 가운데 면역반응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수용체에 작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유틸렉스의 T세포 치료제와 항체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들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유틸렉스의 항체 치료제는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인 옵디보, 키트루다 등과 기전이 다르다. 면역관문억제제가 T세포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수용체를 차단하는 반면 유틸렉스의 항체 치료제는 T세포의 면역반응을 자극하는 신호전달 수용체를 활성화한다. 기존 치료제들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병용투여가 가능하다.
유틸렉스는 항체 치료제인 ‘EU101’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비임상시험 초기단계인데도 지난해 9월 중국화해제약에 기술 이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계약 규모는 3350만 달러다.
강하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EU101은 간 독성이 낮고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며 다른 항체치료제와 항원 결정기가 다르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EU101처럼 4-1BB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다른 항체 치료제들은 반감기가 짧아 투여량도 많다"고 평가했다.
권 대표는 T세포 치료제를 놓고는 기술이전을 하지 않고 직접 개발하려는 방침을 정해뒀다. 현재 T세포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3개인데 ‘앱비앤티셀(EBViNT Cell)’이 임상단계에서 가장 앞섰다. 국내 임상1상을 끝내고 임상2상 진입을 준비 중이며 림프종이나 후두암, 위암 치료제로 기대를 받는다.
이 밖에 악성 뇌종양을 치료하는 '위티앤티셀(WTiNT Cell)', 폐암을 치료하는 '터티앤티셀(TERTiNT Cell)'도 각각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권 대표는 유틸렉스의 T세포 치료제가 기존의 키메라 항원수용체 치료제(CAR-T)보다 안정적이고 가격 부담도 낮다고 자신한다.
둘 다 환자의 혈액을 이용해 생산되는 항암면역 T세포 치료제지만 유틸렉스의 T세포 치료제가 유전자 조작없이 생산되는 반면 CAR-T는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물질이다.
CAR-T는 인류가 암 정복에 한걸음 다가갔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항암 효과가 강력하다. 하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등 아직 안정적이지 못하고 제조 단가도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유틸렉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T세포치료제는 CAR-T와 달리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는 만큼 생산 원가가 월등히 경제적이고 아직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유틸렉스는 CAR-T도 개발하고 있는데 기존 CAR-T가 정상세포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싸이토카인 증후군 등을 발생하는 부작용을 개선했다. 유틸렉스의 'MVR CAR-T'는 정상세포가 악성세포로 변화할 때 발현되는 항원인 'HLA-DR'만 노리도록 했다.
권 대표가 이런 항암면역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결심을 품은 것은 십여 년이 넘었다.
학계에서도 이름이 높다.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지수)급 논문 인용건수가 1만3천 건 이상이다. 2005년에는 교육부가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국가석학(star faculty) 11인' 가운데 한 명으로 권 대표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초 서울대 치과대학에 갔다가 적성에 맞지않아 순수과학으로 눈길을 돌렸다. 서울대에서 미생물학 석사, 미국 조지아의대에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받고는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4년 동안 포스닥(박사후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인간유전학을 연구했다.
1988년에는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의과대학 교수가 됐다. 하지만 1998년 귀국해 울산대학교 화학생명과학부에서 교편을 잡았다. 현재 유틸렉스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권 대표는 10년 뒤 본격적 연구개발을 위해 의약품 제조품질관리(GMP) 세포 배양시설이 갖춰진 국립암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국립암센터에서 신치료 기술 개발사업단장 및 면역세포 치료연구과 석좌연구원으로서 세포 치료제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세포 치료제와 항체 치료제를 개발해오다 더 빠른 신약 개발을 위해 2015년 초 유틸렉스를 세웠다.
유틸렉스는 핵심인력도 이력이 화려하다. 사업개발실장인 아구스틴 델라카야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상임고문을 지냈고 3월 영입한 한정훈 부사장은 암젠, 베링거잉겔하임 등 글로벌제약사의 아시아태평양 항암사업부 메디컬 총괄을 거쳤다. 한 부사장은 현재 글로벌 임상개발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권 대표는 T세포 치료제 생산을 위해 6월 서울 가산동에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생산 공장을 여는 등 신약 개발에 더 속도를 붙이고 있다. 공장은 1038㎡(314평) 규모로 연간 2천 배치의 T세포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다.
유틸렉스 관계자는 "이 공장에서 '앱비앤티셀'의 임상시험용 약물을 생산할 것"이라며 "임상1상에서는 표준치료에 실패한 악성림프종(혈액암) 환자 2명이 앱비앤티셀을 통해 완치된 효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