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도 실적 성장세 유지 힘써
김용범은 2018년 들어 메리츠화재 기업문화의 새 캐치프레이즈를 ‘위 아래 모두 리더’로 결정하고 임직원 모두가 리더로서 생각하고 활동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할 뜻을 보였다.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고 연차를 쓸 때 필요한 부서장의 승인 절차를 없애는 등 그동안의 성과주의 드라이브에 따른 임직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2018년 1월 인공지능을 통해 고객을 응대하는 ‘세일즈 챗봇’을 국내 보험회사 가운데 최초로 도입하는 등 보험과 IT기술을 결합한 ‘인슈어런스’를 강화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3월에 장기보험 초회보험료 132억9700만 원으로 집계돼 삼성화재(129억8400만 원)을 제치고 보험업계 선두에 오르는 등 비교적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김용범은 4월부터 판매된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의 인수심사(언더라이팅) 기준을 완화하는 등 메리츠화재의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내는 데도 힘쓰고 있다.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은 일반 실손보험보다 가입심사 항목이 간편해 병력이 있는 고객도 가입할 수 있는데 늘어나고 있는 관련 수요를 발빠르게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시장이 질병을 보유한 고객 대상의 상품인 만큼 손해율이 높아질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김용범이 독립보험대리점(GA) 위주의 영업을 펼치면서 수수료 부담이 커졌고 시장금리 인상 기조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자본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메리츠화재는 2018년 6월 메리츠금융지주를 대상으로 7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을 결정했는데 이런 환경 변화를 감안해 지급여력(RBC) 비율을 끌어올리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부회장 승진과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연임
김용범은 메리츠화재의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점을 인정받아 2017년 12월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와 함께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은 오너가 있는 그룹에서 사실상 전문경영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로 꼽히는데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김용범에게 강한 신뢰를 보여준 셈이다.
당시 메리츠금융지주도 “이번 인사는 철저한 성과 보상 원칙에 따라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지속적이고 안정적 성장을 위한 주요 경영지표의 개선에 기여한 임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용범은 2018년 3월 메리츠화재 주주총회에서도 대표이사 연임이 확정되면서 메리츠금융그룹의 핵심 임원으로 자리매김했다.
| ▲ 메리츠화재 2010~2017년 실적 그래프. |
△메리츠화재 2017년 역대급 실적 이끌어
김용범은 2015년 2월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취임해 2018년 3월 첫 임기를 마쳤다. 그동안 메리츠화재는 매년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경신했다.
메리츠화재는 2014년에 연결기준 순이익 1127억 원을 내는 데에 머물렀지만 2015년 1713억 원, 2016년 2372억 원, 2017년 3846억 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김용범이 메리츠화재의 영업조직을 개편하고 독립보험대리점(GA)을 통해 공격적으로 영업한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메리츠화재는 2017년 보험 매출의 절반 이상을 독립보험대리점에서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독립보험대리점은 제휴를 통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파는 영업점을 말한다.
김용범은 구조조정으로 절감한 비용으로 독립보험대리점에 주는 수수료를 대폭 늘리고 업계 최초로 독립보험대리점의 판매량에 연계한 성과급제도를 도입해 성과를 냈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설계사없이 보험상품에 바로 가입하는 다이렉트채널도 강화했다. 2016년 캐릭터 ‘온디’ 마케팅을 시작했고 2017년 3월에 다이렉트 채널 전용 멤버십을 내놓기도 했다.
메리츠화재는 2017년에 온라인 다이렉트채널인 사이버마케팅(CM)채널에서 원수보험료 827억 원을 냈는데 2016년 561억 원에서 47.2% 증가했다.
△메리츠화재 구조조정
2015년 1월 메리츠화재 대표로 내정된 김용범은 취임 후 더 이상의 인위적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5년 2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메리츠화재는 비용 효율화 경영의 일환으로 원하는 임직원에게만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전체 직원의 15% 이상이 희망퇴직했다.
김용범이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취임한 뒤 감축된 인원은 600여 명에 이른다. 지역본부-지역단-영업점이었던 조직체제도 지역본부-영업점으로 바뀌었고 사업가형 본부장 체제도 도입했다. 개별 본부의 본부장이 개인사업가로서 일하는 방식이다.
2016년 6월 초대형 거점점포체제를 도입하고 두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때 메리츠화재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일각에서 메리츠화재 매각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김용범은 기자들에게 “비용 절감만 생각한 조치가 아니다”며 “영업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수당 수수료율을 높였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김용범의 취임 첫해인 2015년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인 순이익 1713억 원을 냈다. 그 뒤에도 순이익 증가세가 매년 이어져 구조조정전략의 효과를 봤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메리츠화재가 구조조정의 여파로 더욱 많은 민원을 받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메리츠화재는 2017년 3분기 기준으로 보유계약 10만 건당 민원 10.84건을 받았는데 이는 국내 손해보험사들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에서 2015년 희망퇴직을 받던 시절 “희망퇴직으로 감축된 인원 상당수는 경력 10년 내외의 부장과 차장급 인원”이라며 “실제 업무 지시와 실무를 행하는 직원이 크게 줄어 업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김용범은 메리츠금융그룹의 금융지주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만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범은 조정호 회장이 고액연봉 논란으로 물러났다가 경영에 복귀한 2014년 3월 메리츠금융지주 사내 등기이사로 함께 등재되면서 지주 대표이사 사장과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겸임하게 됐다.
김용범은 2015년 2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지주회사 대표 자리를 계속 겸직했다. 메리츠화재의 순이익 증가세를 2년 연속으로 유지하면서 지주회사 대표로서도 체면을 세웠다.
김용범은 2017년 3월 메리츠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다시 선임돼 2020년 3월까지 일하게 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김용범이 주요 계열사인 증권과 화재 대표를 역임하면서 탁월한 성과를 끌어내고 그룹에서 요구하는 통찰력과 조직 관리 역량 등을 고루 갖춘 것으로 판단돼 대표이사로 재선임했다”고 밝혔다.
| ▲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이 2018년 3월13일 서울 메리츠타워빌딩에서 뇌전증 환자를 위한 전용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김흥동 한국뇌전증협회장(가운데), 곽근호 에이플러스그룹 회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에이플러스에셋> |
△메리츠종금증권 실적 호조
김용범은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영입된 뒤 2012년 5월 메리츠종금증권 최희문 대표와 각자대표를 함께 맡아 실적을 크게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김용범은 지점 영업과 관리를 맡았고 최희문은 지점 영업을 제외한 투자금융(IB) 등의 영업조직을 전담했다.
김용범은 대한생명에서 일하던 시절 뱅커스트러스트에서 일하던 최희문과 고객 대 운용역으로 처음 만났다. 그 뒤 크레디트스위스에서 함께 일했고 2005년 삼성증권에서도 전무와 상무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서로의 업무 성향을 잘 아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범이 취임한 뒤 메리츠종금증권은 실적 성장세를 지속했다. 영업수익은 2012회계연도 기준 2775억 원에서 2014년 4112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익지표인 자기자본 이익률(ROE)도 2012회계연도 8.8%에서 2014년 15.2%로 늘었다.
김용범과 최희문이 종금업 라이선스를 적극 활용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발굴한 영향이 컸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이 기간에 영업점 수를 줄이고 초대형 거점점포체제를 구축한 것은 김용범이 주도한 작업으로 꼽힌다.
△메리츠종금증권 구조조정
김용범은 2012년 7월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에 오른 후 조직 슬림화를 목표로 12개 지점 통폐합을 실시했다.
메리츠종금증권측은 지점 통폐합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닌 거점점포 대형화를 통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금융노조는 일부 임직원만이 참석한 밀실회의에서 지점 통폐합과 관련된 모든 것이 결정된 일방적 구조조정이라고 비판했다.
2014년 3월 메리츠종금증권은 다시 조직 구조개편에 나섰다. 기존 수도권 11개를 비롯해 대구 3개, 대전과 청주, 경주, 창원, 부산 각 1개 지점 등 전국 19개 메리츠종금증권 점포를 수도권 3개와 대구와 부산 각 1개 지점 등 5개 지점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메리츠종금증권 노조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김용범 등 임원들에게 반대의사를 전달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조가 공개한 노사 단체협상안에는 회사가 휴폐업과 분할, 합병, 양도, 조직 개편, 업종 전환 등 조합원의 신분에 변화를 불러오면 사전에 조합과 협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회사가 거점 점포화 전략을 발표하기 전에 단 한번도 노조와 대화를 한 적이 없다며 단체 협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종금증권 측은 고용 승계를 할 것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아닌 인사 이동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연이은 구조조정 논란 속에서도 등기이사와 직원 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진 것으로 알려서 논란이 커졌다. 2013년 말보다 2014년 1분기에 메리츠종금증권은 9.5배에서 24.7배로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은 당시 6억9천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