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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헬기 '마린온' 추락사고는 무리한 개발일정 때문인가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8-07-18 15: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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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헬기를 놓고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헬기 국산화사업에 무리하게 속도를 낸 탓에 충분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병대 헬기 '마린온' 추락사고는 무리한 개발일정 때문인가
▲  17일 오후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1대가 추락해 승무원 6명 가운데 5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한 사고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군 관계자들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마린온’을 개발하는 데 들인 기간은 고작 1년 반에 불과하다.

마린온 개발사업은 해병대의 입체고속상륙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상륙군과 장비, 물자 수송이 가능한 헬기를 확보하는 사업으로 추진됐다.

2005년부터 도입이 추진됐지만 해병대와 해군이 상륙기동헬기 운용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도입시기가 미뤄졌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뒤 2013년 7월부터 개발이 시작됐는데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5년 1월에 마린온 초도비행을 실시했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에 기반한 모델이라고 해도 헬기를 개조하는 데 들인 시간이 매우 짧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마린온은 수리온보다) 기체가 좀 더 많이 무거워졌고 장비가 새로 달린, 자동차로 따지면 페이스리프트한 모델”이라며 “기체를 전반적으로 개량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를 충분히 검증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개발 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마린온을 함정 위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주로터(헬기의 회전익 부분)에 접이 장치를 추가했고 바닷물에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작업도 했다.

마린온에는 지상·함정 기지국과 교신하기 위한 장거리 통신용 무전기와 전술항법장치, 보조연료탱크 등도 탑재됐다.

자동차 개량모델을 내놓는 데도 최소 5~7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마린온 개발사업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빨랐고 이에 따라 복합적 변수들을 충분히 검증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애초 군이 상륙기동헬기를 2017년부터 전력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에 개발사업 기간을 정한 탓에 사업이 무리하게 진행돼 사고가 발생했다는 말이 방산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시제기를 보완한 완성제품이 나온 뒤에도 최소 5~6년 동안 시험비행 기간을 확보한다”며 “마린온의 전력화에만 몰두하다 보니 시험비행을 충분히 진행하기 전에 해병대에 배치된 것이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린온이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수리온에 기반해 개발된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수리온 개발사업은 군의 노후화한 소형공격헬기 500MD와 소형기동헬기 UH-1을 교체하기 위해 기동헬기를 국내 주도로 연구·개발하기 위한 사업으로 추진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06년 6월부터 수리온을 개발하기 시작해 2010년에 초도비행에 성공했고 개발을 시작한 지 73개월(6년 1개월) 만인 2012년 6월에 사업을 마무리했다. 육군에 처음으로 납품된 것은 2012년 12월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헬기로 평가받는 아파치 헬기를 보면 초도비행은 1975년 이뤄졌지만 약 10년 이상의 시험기간을 거쳐 1986년에야 도입됐다. 초도 비행부터 실전 배치까지 11년이 걸린 셈인데 수리온은 이 기간이 약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수리온은 실전 배치 초반부터 숱한 논란을 겪었다. 기체 흔들림과 누수 문제 등이 여러 차례 지적됐으며 체계결빙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육군 납품이 중단되기도 했다.

감사원도 2017년 7월 수리온과 관련해 엔진과 기체, 탑재장비 등에 문제가 있고 엔진 형식 인증도 거치지 않아 비행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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