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겸손하고 소탈, 할아버지 정주영이 롤모델
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 2018-06-20 1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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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Who Is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정기선은 현대중공업 부사장이자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이며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맏아들로 1982년 5월3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육군 ROTC로 군 복무를 마쳤다.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지만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느라 실질적으로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한 것은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재입사했을 때부터다.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현대중공업 기획재무부문장 상무로 곧바로 승진해 당시 재계 최연소 임원이 됐다.

전무로 승진하면서 회사 핵심부서를 모두 총괄했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후계자로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전문경영인체제를 끝내고 다시 오너경영인체제로 돌아가도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또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로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신사업을 발굴하고 현대중공업 수주경쟁력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적 시너지를 내야 한다.

재벌 3세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겸손하고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중역에게 몸을 낮추고 부하직원에게도 말을 높인다.

경영활동의 공과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확보하며 경영권 승계 본격화
정기선이 2018년 3월29일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 5.1%를 확보했다. KCC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중공업지주 주식 83만1천 주를 매입한 것이다. 정기선이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정기선이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사는 데 쓴 돈은 모두 3540억 원이다.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 3040억 원을 증여받았고 500억 원은 현대로보틱스 주식 23만4742주를 담보로 NH투자증권으로부터 빌렸다.

정기선은 이전까지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이 상여금 명목으로 임직원에게 준 주식뿐이었지만 이번 주식 매입으로 단숨에 현대중공업지주 3대주주가 됐다.

정기선이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을 얻기 위해 정몽준 이사장으로부터 물려받아야 할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규모는 26%에 가깝다. 정기선이 이를 물려받으려면 상속세만으로 약 1조 원을 내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Who Is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 현대중공업 실적.
△현대중공업 선박 수주 부진
정 전무는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돌아와 2015년 인사에서 조선해양영업본부 총괄부문장을 맡는 등 현대중공업그룹 수주 일선에서 뛰었지만 일감은 갈수록 줄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의 수주잔고는 2013년 말 인도 기준으로 637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2018년 5월 말에는 234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조선업황 악화로 극심한 수주절벽에 몰리면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들도 큰 타격을 받았다.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맡아
정기선이 2017년 11월 이뤄진 현대중공업그룹 인사에서 현대중공업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도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기선이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지 8년 만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12월 설립된 현대중공업지주의 100% 자회사인데 선박의 정비와 수리와 친환경설비 설치사업, 스마트선박개발 사업 등을 담당한다.

정기선은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이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자원해서 맡았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2018년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 부사장이 선박 AS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서 만든 회사인 만큼 정 부사장이 책임지고 경영해 (능력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에 대표를 맡겼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기선의 경영능력 시험대이기도 하다.

권 부회장은 당시 "승계라는 게 지분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며 “능력, 믿음, 종업원의 지지만 있으면 지분 1~2%만으로도 오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해 정 부사장의 능력 발휘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현대글로벌서비스가 경영능력을 입증할 무대인 셈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성장 전망이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5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선박을 대상으로 한 국제적 환경 규제 강화에 힘입어 2019년까지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제해사기구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선박에 각종 친환경 선박설비를 설치하려는 문의가 늘고 있는데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이를 담당하면서 실적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람코와 중동 조선소 건설사업 진행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이자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조선소를 짓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람코 조선소 프로젝트는 정기선이 주도하는 첫 해외사업이기도 하다.

정기선은 2015년 11월 현대중공업가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직접 서명해 체결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이를 놓고 "아람코 프로젝트는 정기선 총괄부문장이 더 잘 안다"고 밝히며 합작사업 체결의 공이 온전히 정기선에게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기선은 2016년 7월 조선소 건설 프로젝트를 놓고 협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장관과 아람코 경영진을 만났다. 정기선은 두 시간 전쯤 회동자리에 도착했고 상대방에게 줄 선물로 은 거북선도 준비했다고 한다. 은 거북선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특별한 손님을 만날 때 주던 선물이다.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를 세우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수차례 방문하면서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사장은 정기선을 두고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은 정주영 일가의 DNA”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2018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는 IMIC(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 company)라는 이름으로 일부 공사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 지분은 아람코가 50.1%, 람프렐 20%, 바흐리 19.9%, 현대중공업 10% 정도 보유하고 있다.

아람코 등은 이 조선소를 짓는 데 2021년까지 모두 5조 원 정도를 투입해 해양시추설비 4기, 초대형원유운반선 3척, 기타 선박 40여 척 등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로 짓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의 생산능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대 규모다.

현대중공업은 IMIC를 발판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되는 선박에 수주 우선권을 확보하고 조선소 운영에 참여해 여러 부가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기선에게 중동 합작 조선소 건설사업은 ‘정주영의 DNA’를 물려받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정기선의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그리스 선주에게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우리는 300년 전에 세계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을 지었던 민족이오! 돈을 빌려주시오!”라고 설득해 울산의 허허벌판에 조선소를 지었다.

정기선도 사우디아라비아의 허허벌판에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짓고 조선사업 전반에 이해도를 높이면서 고 정주영 명예회장 못지 않은 ‘오너경영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Who Is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2016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합작조선소 건설예정 부지에서 열린 킹 살만 조선산업단지 선포행사에서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사장으로부터 커피와 다기세트를 선물로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체제 재편
현대중공업그룹이 2017년 4월을 기점으로 현대중공업지주(전 현대로보틱스)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 등 4개 기업으로 쪼개졌다.

이 과정에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도 25%를 훌쩍 넘어서면서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국제무대에서 보폭 넓혀
정기선이 2015년 10월27일부터 3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텍 2015’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국제 3대 가스분야 행사로 꼽히는데 글로벌 에너지기업 관계자, 각국 정부 에너지 담당관, 주요 선주 등 국제 에너지 분야에서 핵심적 인물들이 참여한다.

정기선은 당시 행사에 가삼현 현대중공업 그룹선박영업 대표와 함께 현대중공업 대표로서 참석했다. 정기선은 2014년에도 미국에서 열린 세계 해양 박람회와 독일에서 열린 국제 선박·조선·해양 기술 기자재 박람회 등에 참석했지만 당시에는 부장이었다는 점에서 정기선이 임원 타이틀을 단 2015년을 국제무대에 데뷔한 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정기선은 그 뒤에도 꾸준히 국제행사에 참석하며 선주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현대중공업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인물로서 선주들로과 친분관계를 넓히고 있다.

정기선은 2016년 4월 LNG18에 참석했고 그해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박람회인 '포시도니아 2016'에 방문했다. 2018년 열린 포시도니아 2018에도 참석했다.

2016년 6월 현대중공업은 그리스의 선엔터프라이즈의 조지 리바노스 회장과 함께 원유운반선 2척의 명명식에 참석했다. 리바노스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 당시 현대중공업에게 처음으로 선박을 발주했던 인물이다.

정기선은 해외 유수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는 자리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면서 입지를 넓혔다.

정기선은 2016년 현대중공업과 제너럴일렉트릭이 사업협력을 맺는 자리뿐 아니라 그해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합자조선소를 짓는 데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에도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상무 승진
2014년 10월 이뤄진 2015년도 현대중공업그룹 인사에서 정기선이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승진했다. 그룹 기획실에서 재무와 기획 등 업무를 맡았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당시 이를 놓고 "회사의 체질을 개선할 뿐 아니라 젊고 역동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 능력 있는 리더를 발탁하려는 노력의 일환"며 “조직을 간소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여기에 맞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선이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지 5년 만이자 회사에 복귀한 지는 1년 만이다. 현대중공업 사상 ‘최연소 임원’이자 재계에서 가장 나이 어린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정기선이 상무로 승진하던 2014년 권오갑 당시 사장도 현대오일뱅크에서 현대중공업으로, 최길선 회장도 경영일선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현대중공업이 당시 1조 원 넘는 적자를 보는 등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정몽준의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정기선을 비상경영체제 전면에 포진시켜 자연스럽게 경영권 후계의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2015년도 인사에서는 가삼현 현대중공업 그룹선박영업 대표도 현대중공업 사내이사로 올랐다. 가삼현 사장은 정기선의 선박영업부문에서 멘토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에서 본격적 경영수업 받아
정기선이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것은 2009년 1월이었지만 실질적으로 현대중공업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정기선은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돌아와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타이틀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이지만 정기선은 당시 재무와 기획, 영업, 기술 등 다방면에 걸쳐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기선은 경영학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부문에 취약했는데 이 부문에서는 이충동 당시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경영부문은 이재성 당시 현대중공업 회장이 멘토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성 전 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서울 중앙중, 중앙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기동창으로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비전과 과제/평가

◆ 비전과 과제
[Who Is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2017년 5월 알리 알하르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해운사 바흐리CEO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스마트십부문을 놓고 협력관계를 맺기로 MOU를 맺었다.
정기선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전문경영인체제에 종지부를 찍고 다시 ‘오너경영인체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선은 시장과 임직원에게 전문경영인 못지 않은 경영능력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정기선의 경영능력 시험대로 꼽히는 사업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정기선이 2013년 현대중공업그룹에 자리를 잡았을 때부터 영업 관련 직함을 달고 있었던 만큼 현대중공업그룹 도크를 채울 수 있도록 일감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기선은 본인이 욕심내서 맡은 현대글로벌서비스를 키워야 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사업과 스마트선박사업 등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 조선사업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끝으로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짓고 있는 합작 조선소사업을 무사히 마무리지음으로써 현대중공업 수주확대를 위한 발판을 놔야 할 뿐 아니라 허허벌판에 조선소를 세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사업적 DNA를 타고 났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2년까지 그룹매출 70조 원을 달성하고 신사업 계획도 내놓겠다고 2018년 4월 발표했는데 정기선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힘을 보태야 한다.

정기선이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승계하려면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물려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속세로 1조 원 정도가 나갈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정기선이 지분 상속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 평가

정기선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은 데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기 때문에 경영안목과 실무능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사업 개편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기술적 분야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분야의 전문용어나 최신 기술동향 등을 습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지니어들은 보통 경제부문에서는 다소 취약한데 정기선이 경제를 보는 안목을 갖추고 있어 이런 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

정기선은 재벌 3세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겸손하고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중역에게는 자신을 낮추고 부하직원에게도 말을 높인다고 전해진다.

울산 본사의 현대중공업 직원은 한경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정기선을 놓고 “육군 중위 출신이라 그런지 남자들 사이에서 리더십을 보인다. 시장통 허름한 밥집이나 술집에서 같이 어울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키가 크고 덩치도 좋은 사람이 직원들에게 살갑게 다가오니 직원들도 큰 부담 없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정기선은 허름한 선술집에서 소주를 마시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막걸리를 즐겼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나 와인 모으는 취미가 있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답게 회식 자리에서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직접 폭탄주를 제조하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또다른 직원은 “엘리베이터를 탈 때 손수 문을 열어줄 정도로 소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도 2018년 4월 기자간담회에서 “정기선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때까지 모두 지켜본 바로 그는 정말 겸손하고 성실하다”며 최근 재벌 2세나 3세가 겪고 있는 갑횡포 등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보기도 했다.

정기선이 연세대학교에 진학하고 ROTC에서 군복무를 한 것은 아버지 정몽준 이사장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기업을 경영하려면 경제 전반을 통찰할 수 있는 탄탄한 이론적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정몽준 이사장이 조언했다는 것이다.

정기선은 ROCT 43기로 2005년 2월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이후 경기도 파주 701특공연대(흑표범부대)에서 2년4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2007년 6월 중위로 전역했다.

정몽준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ROTC 출신으로 정기선의 30기수 직속 선배다. 정몽준 이사장은 ‘ROTC의 날’ 등 관련 모임에 대부분 참석할 정도로 ROTC에 애정을 보인다고 한다.

정기선은 정몽준 이사장을 보통 사람의 생각을 뛰어넘을 정도로 존경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30년 가까이 정치인의 길을 걷는 동시에 각종 재단을 운영하며 부의 사회환원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특히 자랑스러워한다.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경영자로서 롤모델이자 스승으로 여긴다고 알려졌다.

정기선은 승부욕이 강하다고 한다.

정기선과 함께 훈련을 받은 한 연세대학교 ROTC 후배는 "정기선이 방학 때마다 열린 군사훈련에서 다른 학교 생도들에게 밀리는 것을 유독 싫어했다"며 "특히 사격 훈련 때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고 자기보다 실력이 뛰어난 동기생에게 굉장한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기선은 보통 아침 8시 전에 출근하지만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정기선은 2017년 11월 말 이뤄진 인사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맡은 뒤 현대글로벌서비스 본사가 있는 부산에 거처를 마련했다고 한다. 정기선은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에서도 각각 직함을 두고 있는 만큼 스케줄을 시간 단위로 쪼개 서울과 부산, 울산을 오가면서 일정을 소화한다고 전해진다.

사건사고
[Who Is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2016년 3월 현대중공업과 제너럴일렉트릭의 ‘가스터빈 추진 선박에 대한 포괄적 사업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석했다.
△희망퇴직 논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현대중공업그룹 주요 계열사 4곳이 2018년 4월 약 보름 동안 희망퇴직을 접수받으면서 노조가 거세게 반발했다. 정기선 시대를 앞두고 회사가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이 흑자기조를 이어갈 정도로 현대중공업보다 재무상황이 좋은데도 희망퇴직을 접수받는 것은 회사가 정규직 직원을 자르고 비정규직 직원을 늘려 이익을 확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국정 제1 과제로 챙기는 상황에서 노조의 반발을 무릎쓰며 희망퇴직을 밀어붙이는 상황을 놓고 현대중공업그룹이 정기선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데 온힘을 쏟아 붓고 있다”며 “정기선 부사장의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기 위해 회사 체질을 바꾸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을 신청받자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직원들도 희망퇴직을 실시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현대미포조선 상태가 현대중공업보다 낫다고 하지만 도크 1개 가동을 중단할 만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 현대미포조선 직원들도 희망퇴직을 요구했다”며 이러한 희망퇴직이 직원들의 자발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속 승진 논란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가 2015년 12월 현대중공업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기선이 상무에서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것을 비판했다.

정기선이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복귀한 지 2년 만에 전무 타이틀을 달았는데 특혜라는 것이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에서 진급 한번 하려면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기도 하지만 최대주주의 장남은 역시 달랐다”며 “회사가 말하는 혁신이 노조 임금은 틀어막고 대주주 장남에게 3년 만에 전무 명함을 안겨주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노조는 또 “정기선 전무는 정몽준 최대주주의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사 3년 만에 일반인은 상상조차 못 할 초고속 승진을 해 많은 사람의 비난을 받아온 인물”이라며 “회사는 연일 사상 최악의 위기라 떠들고 있는데 경험이 부족한 초짜 전무에게 실질경영을 맡긴다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이 아니겠는가”라며 “현대중공업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씨 일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놓고 태도 요구받아
현대중공업이 2016년 극심한 일감 절벽으로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그룹 차원에서 구조조정도 이뤄지면서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가 정기선에게 명확한 입장 발표를 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2016년 6월에도 소식지를 통해 “대주주가 사재출연을 선언하고 현대중공업그룹 자본이 책임을 통감하고 고통분담에 나서면 구조조정 자체가 필요 없는 것 아닌가”라며 “정기선 전무는 정확한 입장을 발표하라”고 말했다.

노조는 “정기선 전무는 현대중공업그룹 기획실 부실장 등 중요 직책을 맡고 있으나 그는 회사가 어렵다고 언론이 연일 보도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회사가 진정 어렵다면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정기선 전무가 입장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력/학력/가족
◆ 경력
[Who Is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 왼쪽부터 스타브로스 리바노스, 리타 리바노스(조지 리바노스 회장 부인), 조지 리바노스 선엔터프라이즈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 2016년 6월 13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 인턴사원과 동아일보 인턴기자를 거쳐 2009년 1월 현대중공업에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입사한 지 7개월 만인 2009년 8월에 미국 유학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과정(MBA)을 마치고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2013년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현대중공업에 복귀해 본격적 경영수업을 받았다.

2014년 10월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바로 승진했다.

2015년 11월 전무로 승진하면서 현대중공업 기획, 재무부문장 역할만 해온 것에서 그치지 않고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까지 맡아 핵심부서를 모두 총괄하게 됐다. 33세에 ‘현대중공업 사상 최연소 전무’ 타이틀을 달면서 재계에서도 역대 최연소 남자임원이 됐다.

2017년 11월 현대중공업 부사장이자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 학력

1998년 청운중학교, 2001년 대일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장남 유석훈 유진기업 상무와 중학교 동창이다.

2001년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과에 입학해 2005년 졸업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사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와 중학교 동창이고 연세대학교를 함께 다녔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도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 가족관계

정몽준 현대중공업 전 회장과 김영명 예올 이사장 사이에서 2남2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고 외할아버지는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이다.

동생으로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과 정선이씨, 정예선씨가 있다. 정남이 이사는 철강회사 유봉의 서승범 대표와 결혼했다.

◆ 상훈

◆ 기타


정기선은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이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맏아들과 친구사이다.

어록
[Who Is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2017년 10월 서울 중구 현대빌딩에서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과 만나 초대형 광석운반선 10척을 놓고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가장 효율적 조선소를 우선 가동할 수밖에 없다. 군산조선소를 가동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이는 절대적으로 일감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2017/06/16,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의 결혼식에서 기자와 만나)

“살만 국왕의 이름을 딴 첫 국가적 사업에 현대중공업그룹이 참여하게 돼 기쁘다. 40년 전 현대그룹이 킹 파드 국왕의 이름을 딴 주베일항만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그룹 성장은 물론 사우디 산업발전에 기여한 것을 본보기로 삼겠다.” (2016/11/29,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라스 알 헤어 지역을 방문해 ‘킹 살만 조선산업단지 선포 행사’에 참여한 자리에서)

“1개 사업본부에 규제가 걸리면 그와 무관한 전체 사업부가 영향을 받는다. 굉장히 불필요한 제약을 많이 달고 사업을 해온 셈이다. 지금까지는 조선사업에 매몰돼 다른 사업들을 독립사업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이제는 다각도에서 우리가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2016/10/19,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세계조선소대표자회의에서 분사방침에 대해 묻자)

“시장이 좋아질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앞으로도 우리의 역량을 지키면서 성장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 우리의 사업 지위(시장 1위)를 지키기 위해 최악의 시장상황을 가정해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일개 기업으로서 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근로자들과 노조 등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2016/10/19,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세계조선소대표자회의에서 2017년 사업전망에 대해 묻자)

“아람코사업은 현대중공업만 할 수 있는 비경쟁영역을 확보한 좋은 사례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긍정적이고 열심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6/10/19,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세계조선소대표자회의에서)

"창업자를 향한 리바노스 회장의 믿음이 오늘날의 현대중공업을 만들었다." "현재 글로벌 경기 침체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는 최고의 선박으로 그 믿음에 보답하며 앞으로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 나갈 것." (2016/06/13, 정기선이 그리스 선엔터프라이즈의 조지 리바노스 회장과 현대중공업의 원유운반선 2척의 명명식에 참여한 뒤 오찬을 하면서)

“친환경 선박이 (조선업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2016/04/13, 호주에서 열린 제18회 세계 LNG 콘퍼런스에서)

“조선업은 사이클이 분명히 있는 사업으로 어떻게 보면 건설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서 필요할 때는 린(lean:군더더기 없는) 해질 필요가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업이다." (2016/04/13, 제18차 세계 LNG컨퍼런스에서 한 매체의 취재진과 만나)

“최근에 사업 대표들의 권한을 강화했다.” “사업 대표들이 책임경영을 해야 한다.” (사업 대표 책임 경영을 강화한 배경에 대해) “단기적으로 필요한 조치와 장기적으로 필요한 조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가 어렵다.” (2016/04/13, 제18차 세계 LNG컨퍼런스에서 한 매체의 취재진과 만나)

“우리도 노조를 충분히 이해한다.” “이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설득을 해나가겠다.” “계속 사업을 영위해 나가려면 같이 나아가야 한다.” (2016/04/13, 제18차 세계 LNG컨퍼런스에서 한 매체의 취재진과 만나 노조와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는 질문에)

“지난 1976년 현대그룹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그룹의 성장을 이룬 것은 물론 사우디 산업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이번 현대중공업과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관계 구축은 우리나라 조선·플랜트 산업을 재도약 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사우디 경제발전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15/11/12,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주 내용으로 하는 MOU를 체결할 때 직접 서명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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