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분기 순이익 성장세 순항
한국투자증권이 모든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 덕분에 2018년 1분기 순이익이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 1분기 순이익 1513억 원을 냈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16.3% 늘었다.
매출은 2조3642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3.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22.2% 오른 2355억 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인 데다 기업금융 실적이 좋았고 주식·채권 등 운용수익이 증가하는 등 모든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경영인으로서 10년 넘게 자리 지켜
유상호는 2018년 3월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11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1년이다.
2017년 뚜렷한 경영성과를 낸 점이 높이 평가됐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순이익 5244억 원을 거둬 2016년보다 121.5% 급증했다.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지정되면서 발행어음을 찍을 수 있는 단기금융업 인가도 받았다.
유상호는 2007년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으며 1년 동안 일하고 추가 임기 1년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지난해까지 10번 연속 연임했다.
증권업계에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10년 이상 최고경영자를 맡은 사례는 유상호가 유일하다.
△베트남에서 사업 규모 키워
유상호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베트남 현지법인(KIS Vietnam)의 자본금을 크게 늘렸다.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 2월 380억 원 규모로 베트남 현지법인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베트남 현지법인의 자본금이 900억 원으로 확대되고 신용제공 한도가 2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베트남 현지법인은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베트남 증권업계에서 7위의 대형 증권사가 될 것으로 파악됐다.
유상호는 늘어난 자본금으로 베트남에서 증권중개영업을 강화하고 베트남에서 한국기업 성장 추세에 발맞춰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투자금융사업도 더욱 활발히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 최대 투자금융그룹과 협력
한국투자증권이 중국 푸싱CMF와 2017년 12월 투자금융분야에서 전략적 사업제휴(MOU)를 맺었다.
푸싱CMF는 중국 최대 투자금융그룹인 푸싱그룹이 운영하는 해외전문 사모펀드(PEF)다.
두 회사는 금융, 유통, 인공지능 등 유망한 분야의 기업을 대상으로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 인수금융 등 투자금융 업무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상장 주관에서 미래에셋대우 제쳐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에도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실적에서 우위를 지켰다.
2017년 12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초부터 상장한 종목 91곳 가운데 회사 14곳의 기업공개를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해 미래에셋대우(12건)와 NH투자증권(9건)을 앞질렀다.
2017년 3분기 기준 기업공개 주관수수료도 183억 원으로 집계돼 NH투자증권(172억 원)과 미래에셋대우(142억 원)를 웃돌았다.
다만 전체 공모금액을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에 다소 뒤처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기업공개를 대표주관한 회사들의 공모금액은 6812억 원 규모로 NH투자증권(3조916억 원)과 미래에셋대우(1조9678억 원)는 물론 삼성증권(1조391억 원)보다 현저하게 적다.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중소·중견기업 상장 위주로 대표주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랜드리테일과 한국동서발전 등의 상장 대표주간사도 맡았지만 회사들이 기업공개 일정을 2018년 이후로 미뤘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올해 넷마블게임즈(2조6617억 원), 미래에셋대우는 셀트리온헬스케어(1조87억 원), 삼성증권은 ING생명(1조1055억 원) 등 덩치 큰 기업의 공개를 대표주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넷마블게임즈의 기업공개에 공동주간사로 참여했지만 NH투자증권의 주관규모가 더 컸다.
△인도네시아 현지 증권사 인수
한국투자증권은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단빡증권 지분 75%를 신주발행 이후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대금은 400억 원 규모다.
단빡증권은 1989년 설립된 비상장 증권사다. 자본금 62억 원 규모로 현지 증권사 114곳 가운데 중간 수준이다.
주식과 채권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강점을 보유했고 상반기 기준 인도네시아 국채중개 10위권 안에 들어가기도 했다. 최근 4년 연속으로 영업수익 30억 원 안팎을 냈으며 수익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16년 14.9%로 집계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상호는 2018년 초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단빡증권을 한국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2018년 상반기 안에 현지영업을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온라인 주식거래를 위한 한국형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인도네시아에 도입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채권중개와 소매금융 주식중개(BK)를 위한 영업 인프라를 확충한다.
△발행어음 초기 흥행 성공
유상호는 2017년 11월 발행어음 판매 초기에 흥행을 이끌어냈다.
높은 금리를 앞세워 성과를 냈는데 은행이나 다른 초대형 투자금융회사와 경쟁이 치열해질 상황에 대비해 투자처를 확보하는 데도 힘썼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27일부터 첫 발행어음상품 ‘퍼스트 발행어음’을 팔았는데 그날 4141억 원을 조달했고 다음 날 1차 목표 5천억 원을 모두 채워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유상호는 2017년 발행어음으로 1조 원을 조달하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상품출시 이틀 만에 절반을 채웠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금리를 만기 1년 기준으로 따지면 시중은행보다 높고 저축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높은 금리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약정형 ‘퍼스트 발행어음’ 상품의 연간 확정금리는 만기에 따라 다른데 7~180일 1.2~1.6%, 181~270일 2.0%, 271~364일 2.1%, 1년(365일) 2.3% 순이다.
한국신용평가 등이 은행의 예금금리와 국고채 금리 등을 고려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금리를 만기 1년 기준으로 1%대 후반에서 2%대 초 사이로 예상했던 것을 웃돌았다.
‘퍼스트 발행어음’의 만기 1년 금리는 29일 기준 국내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 1.47%보다 높다. 저축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 2.38%와 비슷하다.
|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2017년 12월5일 탕빈 푸싱CMF 동사장과 투자금융 분야에서 전략적 사업제휴를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
△단기금융업 인가 획득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11월13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지정되고 당시로는 유일하게 단기금융업(발행어음사업) 인가도 받았다.
금융위는 2017년 11월13일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곳을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하고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에만 단기금융업(발행어음사업) 인가를 내줬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2018년 3월 말까지 발행어음으로 모두 2조2756억 원 자금을 조달했다.
△한국투자증권 체력 키워 대표이사 10연임
메리츠증권 전략기획본부장 겸 기획재정본부장 상무이사로 일하다가 2002년 동원증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유상호를 영입하는 데 1년 동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했으나 반복되는 구애에 결국 받아들였다고 한다.
2005년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이 됐다. 2007년에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됐는데 당시 나이 47세로 증권업계 최연소 CEO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유상호가 취임할 당시 자기자본 1조7900억 원 수준이었는데 2017년 기준으로 4조 원을 넘어섰다. 증권사의 수익지표인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증권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한국투자증권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보기도 했지만 기초체력을 탄탄히 쌓은 덕분에 2009년부터 실적을 다시 끌어올렸다.
유상호는 기업 인수합병과 기업공개(IPO) 주관 등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투자금융업무를 강화해 한국투자증권의 실적과 몸집을 키우고 있다. 자산관리(WM)에도 신경 쓰면서 주식위탁매매 외의 다른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유상호는 2020년에 한국투자증권을 아시아 최고 수준의 투자금융회사로 만드는 중장기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투자증권의 해외 진출에도 힘썼다.
한국투자증권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가에 진출하는 데 집중했다. 주식 위탁매매뿐 아니라 자기자본투자, 금융 자문, 인수 중개 등 투자금융업무를 현지기업 상대로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2016년 기준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유상호는 2016년 6월 매일경제 기사에서 “해외시장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이를 다른 신흥시장에 이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진출을 성공의 경험, 성공의 DNA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상호는 한국투자증권을 이렇게 키운 공을 인정받아 임기 1년을 채우고 연임하는 방식으로 10연임 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김남구 부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자기자본 4조 원을 넘어서는 다른 증권사(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들도 투자금융사업을 강화하면서 유상호도 더욱 치열한 경쟁 앞에 서게 됐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해외진출에 힘쓰고 있어 한국투자증권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이전만큼 살리기 힘들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투자금융의 은행업 진출 도우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평소 은행업에 관심을 보여왔는데 유상호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 말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지분매각에 참여해 지분 4%를 인수해 과점주주가 됐는데 당시 사업영역 확장과 투자기회 확대를 지분인수 목적으로 제시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지분 58%를 보유한 대주주인데 한국투자증권도 카카오뱅크와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증권상품 영업채널로 활용하거나 카카오뱅크의 자산관리(WM)서비스를 돕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증권사 인수 실패와 유상증자
2015년 KDB산업은행에서 계열사인 KDB대우증권을 매물로 내놓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의 전폭적 지원 아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합병하면 NH투자증권을 제치고 곧바로 증권업계 자기자본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대우증권 인수가격으로 2조4천억 원을 제시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인수전에서 승리했다.
유상호는 2016년 현대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함께 쓴잔을 마셨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에 밀렸다. 당시 윤종규 회장은 한국투자증권보다 500억 원가량 더 많은 인수가격을 제시해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이 2016년 9월 매물로 나온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한국투자증권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합병하면 자기자본 4조 원을 넘어서 어음발행 등을 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기준을 충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상호는 2016년 11월 1조7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모기업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도움을 받았다. 이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을 3조3천억 원에서 4조 원대로 확충하면서 초대형 투자금융회사의 기반을 쌓았다.
△대우증권 ‘전설의 제임스’
유상호는 1988년 대우증권 국제부 직원으로 입사했다. 유학경험을 살려 국제금융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992년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 부사장으로 임명된 뒤 7년 동안 외국인들과 한국 주식을 거래했다. 이때 한국 주식 일일거래량의 5%를 혼자 매매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유상호의 외국이름을 따 ‘전설의 제임스’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제임스는 유상호가 런던현지법인으로 발령받고 007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에서 따와서 지은 이름이다. 불가능한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제임스 본드를 닮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