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 대비해 현대그룹 전열 정비
2018년 5월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는 남북경협사업을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현정은은 위원장을 맡아 직접 팀을 진두지휘했다.
현대아산은 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8월 북측으로부터 전력사업, 통신사업, 철도사업, 통천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등 명승지 관광사업 등 7대 SOC사업권을 얻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2003년부터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을 실시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일어난 뒤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됐고 2015년 개성공단 폐쇄로 개성공단 사업도 멈춰 섰다. 2008년 영업손실 54억 원을 낸 뒤 2017년까지 12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일주일에 한 번 남북 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의 정기회의를 열기로 했으며 사안이 발생할 때는 수시로 회의를 소집하는 등 남북 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기존 사업의 분야별 준비사항 등을 점검하고 북측과 체결한 7대 SOC사업권을 토대로 다양한 사업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대아산은 별도로 대표이사를 팀장으로 하는 '남북 경협재개 준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내부조직 정비 등을 시작했다.
현대그룹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개성공단 개발, 개성관광 등 20여 년 동안 남북 경협사업을 이끌어왔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관광객 206만 명(금강산 195만 명, 개성 11만 명)을 유치했다.
△현대아산 사업 재개 기대감
현대아산은 대북사업 재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8년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이 11년 만에 개최됐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엔 대북 제재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남북 정상회담 결과 발표 이후 “남북경협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모토 아래 멈추지도 흔들리지도 않을 것”이라며 “담담하게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대아산은 1988년부터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대북사업을 펼쳤으나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건이 터지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10년 넘게 이름만 유지하면서 지난해까지 1조5천억 원을 넘는 매출 손실을 봤다. 1천 명을 넘던 임직원도 지금은 불과 150여 명만 남았다.
2018년 8월15일 열리기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현대아산의 희망에 불을 지폈다.
현대아산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호를 딴 기업이자 대북사업 의지를 물려받은 곳이다.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현대아산에 긍정적이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 공단에서 호텔과 면세점, 식당, 주유소 등 지원시설을 운영해 왔다.
특히 무산됐던 개성공단 2단계 건설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현대아산은 과거 개성공단에서 공장구역 150만 평과 생활·상업·관광구역 100만 평 규모의 2단계 건설사업을 구상 중이었으나 측량만 끝낸 상태에서 좌절됐다.
△금융업 확장 시도
현정은이 금융업을 다시 확장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현정은의 아들 정영선씨가 2017년 5월부터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정영선 이사가 1985년생으로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보다 현정은이 그만큼 현대투자파트너스에 애착이 큰 것으로 금융업계는 바라봤다.
현정은은 현대투자파트너스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모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정은은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신기술금융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현대투자파트너스 지분도 늘렸다.
현대투자파트너스 지분은 2016년 말 기준으로 현정은과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가 각각 40%씩, 현대유엔아이가 20%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 뒤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자본시장법상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받는 과정에서 91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주요주주의 구성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현정은이 직접 사재를 털어 현대엘리베이터와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정은 44%, 현대엘리베이터 31% 등으로 주요주주 구성이 바뀌었다.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는 유상증자에 따로 참여하지 않아 소액주주로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정은이 사재를 털 만큼 금융업에 애착을 보이는 것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대투자파트너스는 2017년 4월 벤처캐피탈사였던 현대투자네트워크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받은 뒤 2017년 5월 이름을 바꾼 금융회사다.
신기술금융은 정부의 창업·벤처기업 육성책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업종으로 벤처투자뿐 아니라 사모투자까지 다룰 수 있다. 다양한 투자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새 수익원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정은은 중장기적으로 현대투자파트너스를 벤처투자에 초점을 맞춘 그룹의 종합투자사로 키우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과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 등을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한 상황에서 현대투자파트너스를 바탕으로 금융권에 재진입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대투자파트너스를 활용해 금융 계열사를 매각한 뒤 막혔던 자금 조달 창구를 다시 확보하고 이를 중심으로 금융사업을 다시 확대해 그룹 재건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12조 원대였던 그룹 자산규모가 현대증권 및 현대상선 등을 매각하면서 중견그룹 수준인 2조7천억 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가 현대투자파트너스에서 일하면서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와 정영이 현대유엔아이 차장 등 현 회장의 세 자녀가 모두 현대그룹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게 됐다.
|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8년 2월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보고 있다.<뉴시스> |
△2016년 현대그룹 외형 축소
현정은은 2016년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와 현대그룹 간의 오랜 갈등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75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에서 현대그룹이 승소했다.
현정은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사업에 집중해서 이 곳에서 얻는 이익으로 그룹의 다른 계열사를 이끌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핵심회사로서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상선을 잃은 현대그룹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매출규모는 가장 크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연결실적에 반영되는 종속자회사는 현대엘앤알, 에이블호텔앤리조트, 현대아산, 현대종합연수원이다. 이 중 현대엘앤알과 에이블호텔앤리조트, 현대종합연수원은 2015년 말과 2016년 2분기까지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현대엘리베이터가 사들이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종속자회사가 됐다.
2016년 현대그룹은 전체 매출에서 70% 비중을 차지하던 현대상선을 잃었다. 게다가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현대택배는 롯데에, 현대증권은 KB금융에 넘겼다. 한해에 계열사 세 곳을 잃은 것이다.
이로써 현대그룹의 자산규모는 2조7000억 원대로 줄었다. 현재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등이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지키기
2016년 현정은은 현대그룹의 핵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쉰들러로부터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현정은은 취임 후 시숙부인 정상영 KCC회장, 시동생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지켜냈는데 쉰들러로부터 또 경영권 공격이 들어왔다.
쉰들러는 현정은이 2003년 정상영 회장의 KCC와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 현정은의 편에 서면서 경영권을 지켜주는 백기사 노릇을 했다.
그러나 쉰들러는 그 뒤 KCC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사들여 2대주주로 오르면서 2011년부터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노렸다.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하면 국내 승강기시장에서 경쟁자가 없어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쉰들러는 2010년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자 이를 반대하며 표면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쉰들러는 2014년 1월 현정은과 현대엘리베이터 전 경영진을 상대로 718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재판이 지연되면서 이자가 붙어 배상액은 7500억 원이 됐다.
현정은은 2016년 쉰들러와 해묵은 갈등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75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현대그룹이 승소한 것이다.
△대북사업 의지
현정은은 2003년 취임 직후부터 줄곧 대북사업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현정은이 대북사업에 두는 의미는 각별하다. 대북사업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인 데다 남편 정몽헌 회장이 끝까지 지켜낸 사업이기 때문이다. 현정은이 현대그룹의 적통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도 있다.
1998년 11월 시작되어 2003년 9월 육로관광으로 확대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까지 193만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2008년 7월11일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이 발생한 바로 다음날부터 전면중단돼 9년째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2009년에는 현대아산의 직원이 137일 동안 북한에 억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정은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대북사업 재개를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다.
현정은은 그 누구보다 대북사업 의지가 강하다. 현정은은 개인홈페이지에서 “단 1명의 관광객이라도 있다면 금강산 관광을 계속하겠다”고 할 만큼 대북사업에 의지를 보였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로 2016년까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추모식 참석과 금강산 관광 기념행사 등을 이유로 현정은은 북한에 6차례 다녀왔다.
현정은은 2009년 2박3일 일정으로 방북한 뒤 북한 체류 일정을 연장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다. 2013년 정몽헌 전 회장 10주기 추모식 때에는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구두친서를 전달받았을 뿐 아니라 그 뒤 대북사업의 단독 운영권을 확인받는 등 현정은은 대북사업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2015년 북한은 중국의 관광담당 관리 등 관련자 50여 명을 불러 금강산 관광사업을 독자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금강산과 원산 일대에 국제관광지대를 조성해서 관광객 1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현대그룹의 ‘뒷통수를 쳤다’는 평가도 내렸다.
대북사업의 핵심인 금강산 관광사업이 2008년 이후 10년 가까이 재개되지 못하면서 현대아산의 피해는 약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현정은은 신년사에서 대북 사업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신년사를 발표한 이튿날인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위성을 가장해 장거리 미사일을 실험한 것으로 추정되는 '광명성4호'를 발사한 것이다.
이로써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개성공단마저 가동을 중단했고 현대아산은 연간 100억 원의 매출손실을 보게 됐다. 또 현대아산이 그동안 개성공단 시설에 투자했던 400억 원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 토지주택공사와 함께 250만 평 규모로 개발하고 있던 2단계 개성공단 시설도 백지화할 위기에 처했다.
현정은은 2017년 신년사에서도 대북사업 재개를 두고 여전히 강한 의지를 보였다.
|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2017년 8월4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의 창우리 선영에서 열린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14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
△구조조정의 격랑
현정은은 구조조정을 통해 현대상선을 지키려 했으나 결국 잃고 말았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해운업에 먹구름이 꼈지만 고가로 장기 용선계약을 지속하는 등 무리한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증권에 이어 2016년 해운업 구조조정의 격랑을 거치며 현대상선마저 떨어져나갔다. 300억 원의 사재까지 출연하며 매달렸으나 결국 현대상선도 잃었다.
△현대그룹 경영권 방어
남편 정몽헌 회장의 타계 후 2003년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현정은은 두 차례에 걸쳐 범현대그룹의 경영권 공격으로부터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지켜냈다.
2000년 정씨형제들의 경영권 다툼으로 정몽헌 회장이 차지한 당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현대증권, 현대상선, 현대전자 등 26개 계열사로 이루어졌다.
회장에 오른지 얼마 안돼 현정은의 시숙부인 정상영 KCC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6.2%를 사들이면서 현대그룹을 공식적으로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상영 회장은 정씨가 아닌 현씨가 현대그룹 회장을 맡는 데 불만을 표시했다.
현정은은 이때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민기업화’를 내세우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반 공모방식으로 당시 상장주식 수 561만 주의 178% 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일반 국민들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길을 열어놓으려 한 것이다.
현정은은 국민이 직접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을 사들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KCC 지분이 크게 줄어들고 현정은에 우호적 주주가 대폭 늘어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당시 현정은은 추가 지분을 확보할 만한 자금여력이 없는 대신 국민으로부터 동정여론이 생기고 있었다.
이 방식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지만 여론을 현정은 편으로 돌려놓았고 마침내 증권선물위원회가 KCC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면서 현정은은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었다.
2006년 4월에는 시동생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에게 경영권을 위협받았다. 정 이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우호지분을 포함해 현대상선의 지분을 39.6%를 보유하면서 경영권을 위협한 것이다. 당시 현정은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40%을 약간 넘게 소유하고 있었다.
현정은은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한 현대상선 지분 매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넥스젠’이란 파생상품 회사와 현대상선의 주식 600만 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스와프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은 현정은에 우호적인 기업이 현대상선의 주식을 사들여 일정 기간 보유하면서 현정은은 대주주 자격을 유지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현대상선 주식 600만 주에 대한 스와프거래를 체결했고 최대 4.5%의 현대상선 지분을 넘겨받아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