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금융감독원장 지명
윤석헌은 2018년 5월4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임명 제청하고 그날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면서 금융감독원장에 올랐다.
윤석헌은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이후 정부에 입성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꼽혀왔다. 2018년 2월 신성환 전 금융연구원장의 후임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결국 2018년 3월에 물러난 최흥식 전 원장, 4월에 사퇴한 김기식 전 원장에 이어 이번 정부의 세 번째 금감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금융 개편의 칼자루를 쥐게 됐다.
학문적 업적은 물론 금융행정혁신위원장과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주요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등 공공과 민간업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기식 전 원장의 위법 여부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질문하는 자료에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에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던 점을 감안하면 윤석헌도 금융학자 출신으로서 과감한 금융개편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윤석헌은 2018년 5월8일 취임식에서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의 역할은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되면 곤란하다”며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위험 관리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헌이 취임식을 치른 이날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배당사고에 관련된 검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따라 관련 임직원을 엄정하게 제재하고 직원 21명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윤석헌이 취임하기 전에 진행된 검사 결과였지만 그가 재벌개혁을 주장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증권 사태를 거울삼아 대기업 대상의 금융감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018년 5월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상견례를 했다. 이때 최종구 위원장은 금감원이 금융감독기구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뜻을 밝혔다. 윤석헌도 최종구 위원장과 협력관계를 잘 유지할 방법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금감원장이 된 뒤에는 육성을 반대한 적 없고 직접금융 활성화로 가야 한다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NH투자증권이 2018년 5월23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데에는 윤석헌의 태도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왔다.
|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018년 5월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8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취재진을 보고 있다. <뉴시스> |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서 금융 개편 적극 추진
윤석헌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2017년 8월 금융위원장의 민간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금융혁신위) 위원장으로 결정됐다.
윤석헌이 평소 금융당국의 정책과 감독기능 분리를 주장해 왔던 점을 감안해 문재인 정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017년 8월29일 금융혁신위 발족과 첫 회의에 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금융혁신위는 10월 말까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의 행정 개편안을 만들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권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윤석헌은 금융혁신위 첫 회의의 모두발언으로 “소통 없이 앞서 나간 정부 정책,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유지된 비효율적이고 불투명한 행정절차,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 등이 잔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혁신위는 2017년 10월 1차 권고안을 내놓았는데 금융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인가와 허가 재량권을 행사하는 적정성, 금융권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금융권의 영업관행 개편 등을 큰 틀로 제시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금융위 전체회의와 증권선물위원회의 회의록 공개,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 CEO 후보 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서 공정성 제고 등을 요청했다. 기존 사례와 다르거나 내부에서 결론을 내리기 힘든 금융회사 인허가는 법제처 등 중립적 외부기관의 의견을 받아야 하는 것도 담겼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인가받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주주적격성 등을 놓고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었다는 금융감독원의 판단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대형 투자금융(IB)회사의 업무범위 확대가 감독행정보다 금융산업정책에 더욱 힘을 실어 이뤄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20일에 나온 최종 권고안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와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밖에 금융공공기관 중심으로 근로제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고 금융지주사 회장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내용 등도 들어갔다.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바로 다음날인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행정혁신위의 최종 권고안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 부과,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 규제의 적용 유지,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등을 실행하는 데 난색을 보였다.
윤석헌은 2017년 12월25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최 위원장이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에 난색을 표시한 것을 놓고 “서운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문제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한 은산분리 완화 등에서도 금융위에 쓴소리를 했다.
금융위원회는 2018년 1월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최종권고안 가운데 일부를 받아들여 금융위 직원의 행동강령 마련, 금융업 진입 규제 개편, 금감원 직원을 채용할 때 면접위원의 50%를 외부 전문가로 위촉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 등에는 유보적 태도를 지켰다.
△금융감독 ‘쌍봉체계’ 개편 적극 주장
금융학계에서 일하면서 금융감독원과도 상당한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다.
한림대학교 교수 시절인 2000년 말 ‘금융감독조직혁신 작업반’ 팀장을 맡아 잇따른 비리에 시달리던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통합방안을 내놓는 데에 기여했다. 이 통합방안에는 금감원이 금융정책과 구조조정 등의 권한을 재정경제부에 넘기고 건전성 규제 등을 통한 상시 구조조정 업무만 맡는 등 금융감독 본연의 역할에 주력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2004년 5월 정부혁신위원회가 금융감독기구의 공무원화를 추진할 때 김대식 당시 한양대학교 경영대 교수와 함께 낸 ‘금융감독기구의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한국은행과 같은 공적 민간기구로 만들 것을 주장했다.
2012년 6월 ‘한국금융학회 특별 정책심포지엄’에서 다른 학자들과 함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구분해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돌려놓고 감독 기능을 민간 공적기구가 담당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더불어 금융위와 금감원 중심의 체계를 해체하고 가칭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을 신설하는 ‘쌍봉 형태(트윈픽스)’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건전성감독원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감독업무를, 금융시장감독원이 시장 규제와 금융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2013년 7월에는 김상조 당시 한성대학교 무역학 교수 등 금융과 관련된 경제학·경영학 전공 교수들과 함께 ‘금융위원회를 해체하라’는 내용의 기자간담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금융정책을 기획재정부에 넘기고 금융회사의 감독과 제재를 금감원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2월에도 다른 교수들과 함께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동양 사태’와 카드사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의 재발을 막으려면 금융감독체계를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해 하반기에 터진 KB금융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놓고도 금융위와 금감원의 분리체계가 금융감독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2017년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다시 제기되면서 윤석헌의 의견도 조명을 받았다. 당시 윤석헌은 동아일보의 3월 기사에서 “현재 가속페달(정책)과 브레이크(감독)이 묶여있는 꼴이니 경기 부양과 산업 진흥에 감독기능이 밀리고 있고 이 때문에 가계부채와 한진해운 사태 등이 터졌다”고 주장했다.
2017년 8월 금융행정혁신위원장에 오른 뒤에도 금융위원회의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의 실효성과 타당성 등을 위원들과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12월 발표된 금융혁신위의 최종 권고안에는 금융위 조직을 금융산업 진흥과 금융감독 등 기능별로 개편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다만 윤석헌은 금융정책부처와 금융감독기관의 완전한 분리에는 이전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금융위 조직부터 기능별로 먼저 바꾼 뒤 정부조직의 변화와 연계해 분리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장에 오른 2018년 5월8일 기자들에게 금감원의 독립성 확보에 관련된 질문을 받자 “어떻게 할 것인지보다 주어진 틀 안에서 어떻게 하면 금융을 독립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하겠다”고 대답해 평소 태도에서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2018년 5월9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상견례를 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진보적 금융학자
국내 금융 관련 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 각종 금융정책에 관련된 평가와 당부를 매체와 칼럼, 논문, 토론회 등을 통해 쏟아냈다.
저축은행의 부실 사태 등 세부적 사안, ‘신한 사태’와 ‘KB 사태’ 등 금융그룹들의 경영권 분쟁,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기업구조조정에 관련된 정부와 금융권의 대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같은 금융상품 등 여러 세부 사안과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 쓴소리를 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2015년 8월 시중은행들에게 구조조정 중인 기업들을 놓고 ‘비올 때 우산 뺏기’를 자제할 것을 요청한 점을 놓고도 국민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은행들은 우산에 여유가 많지 않다”고 비판했다.
금융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한국씨티은행, HK저축은행, KB국민카드 등 금융 관련 회사 8곳의 사외이사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