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근의 쉼없는 도전, 와이지원 '절삭공구 세계 챔피언' 보여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5-23 14: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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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의 쉼없는 도전, 와이지원 '절삭공구 세계 챔피언' 보여
▲ 송호근 와이지원(YG-1) 대표이사 회장.
‘Nothing will come of nothing (무(無)에서 생기는 것은 무뿐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에서 왕은 딸 코델리아에게 말한다. 위험과 고통을 감수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송호근 와이지원(YG-1) 대표이사 회장은 창업할 때부터 절삭공구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이미 엔드밀시장에서 세계 1위의 강자이지만 올해는 공격적 투자 덕분에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와이지원은 올해 절삭공구 가운데 인서트 타입의 제품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와이지원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보다 15.5%, 42.1% 늘면서 2011년 이후로 최대 성장폭을 보였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매출 15.1%, 영업이익은 18% 증가하는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와이지원 관계자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회복 중이고 올해는 신규 제품인 인덱서블(Indexable) 제품의 판매도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인덱서블 공구는 절삭날을 바꿀 수 있는 인서트 타입의 제품이다. 

와이지원은 절삭공구를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다.

절삭공구 시장은 크게 솔리드 타입과 인서트 타입으로 나뉘는데 솔리드 타입은 IT제품과 자동차 등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고 인서트 타입은 특수 절삭에 쓰인다.

인서트 타입이 솔리드 타입보다 시장이 2배 정도 크고 기술적 진입장벽도 더 높다. 솔리드 타입으로 엔드밀과 드릴, 탭, 인서트 타입으로는 밀링형, 터닝형, 드릴형 등이 있다.

와이지원은 솔리드 타입에서는 엔드밀로 세계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인서트 타입은 영향력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송 회장은 인서트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수년 동안 투자를 이어왔는데 올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성정환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와이지원은 적극적 투자로 인서트시장에 진입해 글로벌 선두 기업들들처럼 솔리드, 인서트를 아우르는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며 “내년부터 투자가 안정적 수준으로 낮아지면 투자 회수기에 들어설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동헌 한양증권 연구원 역시 “와이지원은 부채가 많고 공격적 투자성향이 단점이지만 시장 성장기에는 ‘투자의 지렛대 효과’가 극대화되는 만큼 추가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지난해 와이지원의 인서트 타입 매출액은 8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올해는 250억 원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와이지원은 국내의 대표적 '히든 챔피언'으로 꼽힌다. 히든 챔피언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분야의 세계시장을 경쟁력 있게 지배하는 우량 기업을 뜻한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명실상부한 ‘월드 챔피언’으로 도약하는 것이 송 회장의 꿈이다.

목표가 큰 만큼 투자 스타일도 공격적이다. 

그는 1981년 창업했다. 인천 청천동에 있는 작은 창고를 빌려 엔드밀 공장을 세우고는 1년 가까이 주야장천 제품 생산에 매달리다 이듬해 제품이 완성되자마자 미국 출장을 떠났다. 시작부터 세계시장을 노렸던 것이다.

샘플이 들어있는 가방과 공구상 리스트를 들고 미국 23개 도시를 40일 넘게 돌아 다니며 제품을 홍보했다. 공구 간판이 걸린 곳이라면 무작정 들어갔고 전화번호부에 있는 모든 공구상에 전화를 걸었으며 잠은 허름한 모텔에서 잤다. 발품을 판 덕분에 1983년 25만 달러어치의 수주를 따냈다.

1988년에는 일본시장에 눈을 돌렸고 1996년에는 영국 북아일랜드에 공장을 세웠다. 유럽시장에서 쏟아지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9년 위기가 찾아왔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와이지원은 창립 이래 첫 적자를 봤다. 하지만 송 회장은 긴축경영 대신 오히려 충주에 새로운 공장을 세우며 설비 투자를 늘렸다. 인력 감축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2010년과 2011년 매출이 각각 40%, 55%나 성장했다.

악재에 허리띠를 졸라매기보다는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송 회장은 칼럼에서 "나는 외부환경의 어려움은 좀처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에 달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일본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의 절삭공구 전문업체인 ‘산쿄공구(三協工具)’를 인수했다. 와이지원이 1980년대 말에 절삭공구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매년 직원을 파견했던 곳이지만 20여 년 만에 거꾸로 인수할 정도로 회사가 커졌다.

현재 와이지원은 인천 본사를 포함해 국내에 모두 8개의 생산공장과 해외에 13개의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매출의 80.2%를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송 회장은 “호랑이 꿈을 꾸면 최소한 고양이는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평균을 꿈꿨다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며 한 분야에서 1등이 되기 위해서는 그 노력 역시 1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와이지원은 세계적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버핏 회장은 2012년 그가 지분 80%를 들고 있는 이스라엘의 절삭공구회사 이스카를 통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와이지원 신주 240만 주를 사들였다. 

'Keep Investing, particularly when the headlines look bleak(계속 투자해라, 상황이 암울해 보일수록)'. 버핏 회장은 올해 주식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편지에서 이렇게 충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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