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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존폐 위기, 혁신가와 몽상가 사이에서 줄타는 머스크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5-09 14: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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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존폐 위기, 혁신가와 몽상가 사이에서 줄타는 머스크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모순적이고 말이 안 된다.” 영화 ‘아이언맨’의 감독 존 파브로는 머스크 테슬라 CEO를 이렇게 평가했다. 

머스크 CEO는 괴짜 억만장자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다. ‘천재’와 ‘사기꾼’ 소리를 동시에 듣는 인물답게 내놓는 아이디어마다 다소 허무맹랑할 정도로 대담하다.

그의 원대한 야망은 테슬라를 키운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회사를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는 말도 듣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존폐를 걱정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회사의 재정적자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생산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모델3는 대당 가격을 3700만 원 수준으로 낮춰 ‘실험적 브랜드’였던 테슬라를 대중화해 줄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 차종이다. 전 세계에서 1천 달러씩 계약금을 내고 출고를 기다리는 소비자가 4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 모델3의 생산량은 주당 2천 대가량에 그치고 있다. 주당 5천 대는 돼야 주문량을 맞출 수 있는데 턱없이 모자라다.

미국 헤지펀드 빌라스캐피탈매니지먼트의 존 톰슨 CEO는 “머스크가 마법을 부리지 않는 한 테슬라는 4개월 안에 파산할 것”이라는 극단적 처방까지 내놨다.

테슬라의 현금 고갈은 심각한 수준이다. 1분기에 순손실 7억8460만 달러(8490억 원가량)를 내면서 현금 보유액도 34억 달러에서 27억 달러로 줄었다. 

블룸버그가 “테슬라는 연료 대신 돈을 태운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테슬라의 현금이 바닥날 우려가 있다며 등급을 B3로 낮추기도 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15년의 창립 역사상 이익을 낸 해가 없다. 올해도 현금 고갈을 막으려면 25억 달러에서 30억 달러 수준의 빚을 내야 한다. 

비관적 전망이 계속되자 테슬라 최대주주인 머스크 CEO는 7일 자사주를 985만 달러(107억 원가량)어치 사들이며 주가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그가 트위터를 통해 공매도 세력에게 “팔려면 조용히 나가라”고 경고를 던지고 바로 다음 날의 일이다.

테슬라에 관한 공매도는 3월 초보다 41% 이상 늘었는데 이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로 비난이 쏟아졌던 페이스북의 2배 수준이다. 그만큼 테슬라의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머스크 CEO의 가열찬 노력에도 테슬라는 생산 지연을 해결하지 않는 한 공매도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며 “그가 자사주를 사거나 트위터를 날리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생산 지연은 ‘로봇을 만드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머스크 CEO의 야심 때문이다. 그는 모델3 공장을 완전 무인화·자동화하겠다며 첨단 로봇을 과감하게 배치했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로 공장 전체가 멈추는 일이 반복되면서 결국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에서 “테슬라의 지나친 자동화는 나의 실수”라며 “인간을 과소평가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용 로봇회사 ‘화낙’의 이나바 요시하루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자동차 공장의 무인화는 2050년이 돼도 어렵다고 분석했는데 머스크 CEO가 지나치게 앞서갔다고 할 수 있다.

“경쟁하지 않는다, 다만 앞서나갈 뿐이다.” 머스크 CEO의 기업가 정신이 이번에는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그는 영화 속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처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 CEO다. 혁신적이다 못해 무모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모험을 주저하지 않는다.

덕분에 테슬라는 쟁쟁한 사업가들이 모인 실리콘벨리에서도 미래기업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때때로 그의 도전들은 혁신인지 기행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머스크 CEO는 7개 이상의 사업을 동시에 지휘하고 있는데 모두 실현이 힘들어 보이는 목표를 향해 간다.

그는 2004년 설립한 항공우주장비업체 ‘스페이스X’를 통해 화성에 인간이 살 도시를 만들겠다며 ‘화성 식민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뇌 연구 회사인 ‘뉴럴링크’에서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도 연구한다. 올해 3월 정부에 쥐를 상대로 한 뇌 이식 실험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2년 전에는 ‘보링컴퍼니’를 세워 1천억 원이 넘는 사비를 털어 넣었다. 땅속을 이동하는 캡슐형 진공 열차 '하이퍼루프'로 미국 LA의 교통체증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재 튜브 설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터널을 굴착 중이다.

미국 CNBC는 “머스크 CEO의 거대한 야망이 테슬라를 죽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너무 많고 거대한 사업들을 추진하다 보니 테슬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최근 사람과 화물 등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개발된 초대형 로켓 '팔콘 헤비'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불가능해보였던 그의 '화성 식민지 프로젝트'에 한 걸음 다가선 셈이다.

이 로켓에서 머스크 CEO는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도록 했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맞춰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가 발표한 곡이다.

스페이스 오디티에서 우주로 떠난 톰 소령은 회로가 고장난 우주선에 홀로 남아 외롭게 표류한다. 14년 뒤에 독일 가수 피터 쉘링은 '톰 소령의 귀환(Major Tom(Coming Home))'이라는 답가를 내놓지만 톰 소령이 정말 집으로 돌아 오는 데 성공하는지는 가사의 해석에 달렸다. 

머스크 CEO는 로켓 '팔콘 헤비'에 테슬라의 빨간색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실어 보냈다. 그가 쏘아 올린 야망이 연착륙에 성공할 지 '우주 미아'가 될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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