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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굵은 탓에 '팻핑거' 실수로 문 닫은 증권사 많다

임주연 기자 june@businesspost.co.kr 2018-04-09 15: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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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핑거(Fat finger)'. 살찐 손가락? 굵은 손가락? 

삼성증권 직원이 6일 우리사주 배당금으로 ‘원’ 대신 ‘주’를 입력하는 바람에 총 28억1천만 주가 잘못 지급된 사건은 팻 핑거의 한 예다. 손가락이 자판보다 굵어 오타를 내는 것을 이렇게 부르는데 증권업계에서는 단순한 입력이 잘못돼 빚는 주문 실수를 가리킨다. 
 
손가락이 굵은 탓에 '팻핑거' 실수로 문 닫은 증권사 많다
▲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9일 금융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사태는 공매도 시스템 자체와 직업윤리를 두고 근본적 문제 제기를 부른 탓에 더욱 심각해졌지만 작은 손가락 실수가 막대한 손실을 빚거나 아예 증시의 흐름을 바꾸는 일은 국내 안팎에 계속 있어왔다.  

미국에서는 팻 핑거 때문에 증시가 갑자기 붕괴에 가까운 혼란을 겪은 적도 있다. 

2010년 5월6일 씨티그룹 소속으로 추정되는 투자은행 직원은 P&G 주식의 매도 주문을 내면서 M(Million) 대신 B(Billion)를 누르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에 따라 다우평균 30개 종목의 하나인 P&G 주가는 순식간에 직전보다 37%나 빠졌고 다우지수가 15분 만에 998.5포인트(9.2%)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장은 대번에 혼란에 빠졌으며 당시 월가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리먼브라더스가 붕괴됐던 당시와 같아졌다, 초강세 심리가 순식간에 초약세 심리로 바뀌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 증권사 나이트캐피탈은 2012년 8월1일 한 개발자의 실수로 매입 주문을 잘못 넣어 불과 40분 만에 4억61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 새 시스템을 들여오면서 8대의 컴퓨터 서버를 바꿔야 했으나 7대만 바꾸면서 1대의 컴퓨터가 오작동한 것이다.

나이트캐피탈의 주가는 이틀 전보다 63%나 폭락했고 고객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염려해 거래를 끊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결국 나이트캐피탈은 파산 직전에 몰려 경쟁사에 인수됐다. 

미국 대형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2013년 3월20일 주식 옵션거래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발생해 17분 동안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주문이 들어갔다.

골드만삭스는 이 사태로 최소 수백만 달러에서 최대 1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팻 핑거는 미국 증시만의 사고가 아니다. 중국과 유럽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중국 광다증권의 한 직원은 2013년 8월16일 새 시스템을 익히다가 3천만 주를 30억 주로 썼고 천문학적 자금이 한순간에 중국 증시로 유입됐다. 광다증권은 이 일로 신뢰를 잃어 하루 만에 41억 위안(약 7500억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2016년에는 31년 만에 처음으로 영국 파운드화가 직전 거래일 대비 6% 이상 떨어졌다.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 사태의 원인에 누군가의 ‘팻 핑거'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직원들의 단순 실수를 피해갈 수 없었다. 

한맥투자증권의 한 직원은 2013년 12월에 이자율을 ‘잔여일/365’로 적어야 했는데 ‘잔여일/0’으로 적었다. 이 때문에 거래시스템이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수하고 매도하면서 462억 원의 손실을 봤고 한맥투자증권은 결국 문을 닫았다.  

케이프투자증권은 2017년 벌어들인 순이익의 절반가량을 올해 2월에 주문 실수로 날렸다. 풋옵션 거래에서 시장가격의 20%만 받은 것이다. 지난해 초에는 도이치증권 서울지점에서 2조3천억 원 규모의 주문이 잘못 들어가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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