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의 코앞에서 ‘유령주식 배당’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고가 발생한 만큼 책임론이 무섭게 일고 있다. 향후 그의 거취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 ▲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를 두고 구성훈 대표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구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하기는 했으나 주식을 매도한 직원과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한정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에 더 불을 당겼다.
금융감독원 역시 구 대표를 직접 면담하고 책임 질 것을 요구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구성훈 대표의 사과문에 경영진과 삼성증권 자체의 사과가 미흡해 구 대표에게 이와 관련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구 대표의 사과문이 입력 실수와 도덕적 해이 등 '직원의 잘못'에만 치중돼 있고 경영진의 사과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책임을 구 대표 등 경영진이 져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할 수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9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삼성증권 측에서는 담당자 개인의 실수라고 발표했으나 직원의 입력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삼성증권에서는 6일 실무자의 클릭 실수 한 번으로 100조 원가량이 증발할 뻔한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우리사주를 배당하면서 배당금 28억 원이 입력돼야 하는데 100조 원어치인 삼성증권 주식 28억 주가 실수로 입고된 것이다.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가운데 16명은 501만2천 주가량을 매도하기도 했다.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유령 주식이 배당뿐 아니라 거래까지 됐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은 취약한 결제 시스템뿐 아니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관한 CEO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투자자들로부터 구 대표를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구 대표로서는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안돼 전례없이 험난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구 대표는 3월 말 정기주주 총회를 거쳐 삼성증권 CEO로 공식 취임했다. 삼성자산운용을 거친 후 삼성증권으로 이동하는 전통적 경로를 밟았다.
평소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삼성자산운영에서 3년 동안 자산운용의 수탁고를 100조 원 가까이 늘리는 등 적극적 경영전략을 펼치기도 한 만큼 회사 안팎에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구 대표는 시작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꿰이게 됐다. 당장 그의 최대 과제로 꼽히던 발행어음 인가 취득도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발행어음 업무는 초대형 IB(투자은행)의 주요 사업이다.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1년 만기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삼성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로 선정되기 위해 지난해 초 3천여억 원 규모의 증자를 감수하며 필요조건인 자기자본 4조 원을 충족시켰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 때문에 발행어음 심사가 중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증권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 0.06%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대주주가 형사상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집행유예 상태인 때 등은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금융당국은 이 부회장이 삼성증권과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지만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주주'로 보고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심사를 미뤘다.
다만 삼성증권 내부 문제가 아닌 데다 이 부회장이 2심 판결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구 대표가 부담을 약간은 덜고 발행어음 인가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는데 이번에 초대형 금융사고라는 악재가 터진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어렵게 증자까지 했는데 이번 일로 발행어음 인가가 영영 오리무중에 빠지게 됐다"며 "구 대표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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