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토스’로 금융업 전체의 '미들맨' 꿈꾸다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4-06 13: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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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토스’로 금융업 전체의 '미들맨' 꿈꾸다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있을까.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인간의 의지’뿐이라고 본다.

이 대표는 창업 이후 8번의 실패 끝에 ‘토스’로 성공의 기회를 잡았다. 토스의 간편 송금사업을 발판삼아 종합금융 서비스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금융업 전체의 ‘미들맨(중개인)’이 되는 것이 이 대표의 최종 목표다. 

6일 비바리퍼블리카에 따르면 토스는 출시 3년 만에 누적 내려받기가 1500만 건을 넘어섰다. 누적 송금액은 13조 원에 이르고 있다.

토스는 간단히 말하면 계좌이체 서비스를 하는 모바일앱이다. 하지만 기존의 복잡한 과정을 없앴다. 공인인증서도 보안카드도 필요없고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계좌번호가 없으면 전화번호만으로도 보낼 수 있다. 

덕분에 ‘N빵(더치페이)’이 일상인 20~30대 회사원들에게 필수적 어플로 꼽힌다. 

토스가 주목 받으면서 이 대표는 지난해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경제사절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지난해 초에는 미국 페이팔 등이 포함된 글로벌 투자 컨소시엄으로부터 550억 원도 투자받았다.

5명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으로서는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가 토스를 개발해 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원래 치과의사 출신이다. 집안 형편상 빨리 돈을 벌기 위해 서울대학교 치대를 갔지만 기술 혁신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2011년 4월 사업가로 변신했다. 

회사이름도 비바리퍼블리카인데 프랑스 혁명 당시 민중이 외쳤던 구호로 '공화국 만세'라는 뜻이다.

‘혁신의 길’은 순탄치 못했다. 모바일 SNS와 인터넷 투표앱 사업 등을 시도했지만 모두 1년 만에 접었다. 이후 3개월 동안 아이디어 100개를 모으고 8개를 뽑아 테스트해 봤는데 토스가 그 마지막이었다.  

은행의 자동출금서비스(CMS) 기능을 이용해 30초 만에 송금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너무 앞서나간 것일까? 관련 규제를 푸는 데 애를 먹다가 2015년 2월에서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을 해소해준 것’이 토스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송금 서비스가 수익원은 아니다. 송금이라는 범용적 기능을 바탕으로 모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펀드 투자, 부동산 투자, 신용등급 조회 등 금융서비스 중개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토스는 이미 송금 이외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이 절반을 넘어섰다"며 "올해는 사실상 은행과 증권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금융활동이 토스 앱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서비스 질을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의 여러 금융상품을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미들맨’ 역할로 국내에 생소한 금융 서비스업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토스는 지난해만 42개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매월 매출이 30%씩 오르고 있다. 

토스가 신한금융투자와 연계해 내놓은 CMA(종합자산관리계좌)는 두 달 만에 17만좌가 개설됐다. 2016년 전체 은행의 비대면계좌 개설 수가 15만좌인데 이보다 많다. 토스에서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가 나온 뒤로는 신규 가입자의 40% 정도를 40대가 차지하는 등 이용자 폭도 넓어지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월간 기준 손익분기점(BEP)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개인 사이의  송금 건수에서 토스가 비중 5%를 차지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10%를 넘기는 것도 목표로 잡았다. 5대 시중은행이 각각 10~15%를 점유하고 있는데 이 수준을 노리는 셈이다.

성장을 위해 이 대표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기업문화다. 

그는 직원에게도 ‘의지’를 요구한다. 실제로 비바리퍼블리카에는 일을 지시하는 사람이 없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책임을 스스로 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문화는 넷플릭스와 닮았다. 

넷플릭스는 `기업문화의 힘`을 증명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시간을 체크하지 않을 정도로 자유롭지만 성과에 따른 책임도 혹독하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이를 '자유와 책임'으로 이름붙였다.

넷플릭스는 스타트업의 전설로 불리는데 이 대표 역시 국내 최초의 ‘핀테크 유니콘’이 되겠다고 벼르고 있다.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가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가량)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236곳인데 이 가운데 국내 회사는 3곳뿐이며 핀테크회사는 하나도 없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말 핀테크 벤처 캐피탈 H2 벤처와 다국적 컨설팅 그룹 KPMG가 선정한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순위에서 35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순위에 들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금융회사가 등장한 데다 기존 금융회사들도 서비스를 빠르게 간편화하고 있는 만큼 여건은 녹록지 않다. 

치과의사로서 안정된 현실을 버린 이 대표의 의지가 합리적이지만은 않은 셈이다. 그렇지만 헤이스팅스 CEO는 "성공하려면 오늘의 현실에 제약받지 말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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