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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팅회사에 사외이사 추천 요청이 급증하는 이유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8-02-21 14: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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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외이사를 놓고 사회적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28명 가운데 24명의 임기가 3월에 끝나는 등 올해 초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들이 많은 상황에서 교체폭이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헤드헌팅회사에 사외이사 추천 요청이 급증하는 이유
▲ 최근 헤드헌팅회사에 사외이사 추천을 요청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외이사들은 예전에는 큰 결격사유가 없는 한 연임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졌다. 지배구조 개선을 놓고 대내외 압박이 커지고 있어 자의든 타의든 대폭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 공공기관과 금융권의 채용비리로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이라 예년의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도 미국처럼 이사회가 제 기능을 수행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이사회가 적절하게 견제하고 조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외이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부터 실질적인 운영에 이르기까지 투명성, 공정성, 다양성, 독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당위론은 이런 배경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주주 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를 주주들로부터 후보를 직접 추천받아 선임하는 새로운 주주친화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룹사 투명경영위원회의 주주 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국내외 일반 주주들로부터 공모한다는 것이다. 투명경영위원회도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기존 4개사에서 현대제철, 현대건설로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윤종규 회장이 앞으로 사외이사와 회장 선임 과정에서 빠진다고 밝혔다. 회장 후보 추천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기되는 이해상충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사외이사 제도가 가장 먼저 시작된 미국에서는 주요 기업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율이 80%에 이른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의 선임과 해임이 결정되는 일이 흔해 사외이사의 입김이 세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조차 그가 데려온 이사들로부터 축출당해 회사를 나가야 했을 정도다. 후보자 풀도 우리나라처럼 대학교수나 전직 관료, 법조계 인사 일색이 아니라 다른 기업 전문경영인까지 폭이 넓다. 사외이사들도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 조언과 함께 경영활동을 감시한다.

전문경영인체제가 대부분인 미국기업에서 사외이사는 대표이사의 경영적 부담을 덜어 주고, 주주에게는 대표이사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존재다. 숙련된 경영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투자자와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회사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갖춘 사람들을 엄선해 사외이사로 임명한다.

만약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시장에서 좋은 인상을 받기 어렵다. 현대자동차그룹과 KB금융지주의 사례는 국내에서도 사외이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외이사 선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공정성, 독립성을 꾀할 목적으로 서치펌을 이용하는 기업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윤승연 전무는 “아직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적당히 분위기를 타는 정도지만 정부 감독기관들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며 "기업 스스로도 일명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받는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본래의 취지와 기능을 찾아갈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윤 전무는 또 “사외이사 후보자들도 예전보다 책임의식을 갖고 지원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며 "거수기 노릇에서 벗어나 조직의 운영과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견제하겠다는 의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커리어케어의 정이연 이사는 “기업들의 사외이사 추천 의뢰가 정말 많이 늘었다"며 "변화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이사는"최근에 터진 채용비리 문제와 공정성 이슈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4차산업혁명과 같은 새로운 이슈도 힘을 보태고 있다"며  "전통적 후보자 풀 외에 IT 전문가도 꼭 포함시켜 달라는 기업들이 많다”고 전했다.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은 사내이사와 다르지 않지만 국내에서 지금껏 그렇게까지 권한을 행사한 사외이사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실질적 필요성과 유용성 때문에 사외이사 제도를 강화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외이사 제도라는 감사기구를 잘 활용해서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책임을 분산해 궁극적으로 주주와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한국기업의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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