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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로펌 김앤장, 문재인 정부 들어 처지가 불편하다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7-12-10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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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로펌인 김앤장 처지가 문재인 정부 들어 편치 못하다. 정부와 부딪힐 일은 많아지고 여론의 시각도 곱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앤장이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고 1위 체제를 지속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김앤장의 입지와 위상이 후퇴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대 로펌 김앤장, 문재인 정부 들어 처지가 불편하다
▲ 김영무 변호사(왼쪽), 장수길 변호사(가운데), 이재후 변호사.


김앤장은 이전 정부에서 청와대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 중 27.7%가 김앤장 출신이었다. 이명박 정부도 16.6%였다.

김앤장 변호사가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김앤장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면서 청와대가 '김앤장 출장소'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검사 출신으로 김앤장에서 근무한 이인걸 변호사가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발탁되기는 했으나 민정라인이 아닌 반부패비서실에 소속됐다. 

당초 민정수석으로 물망에 올랐던 신현수 김앤장 변호사 역시 민정수석실이 아닌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선임됐다. 영입 숫자 자체도 줄어들었지만 이전 정부에서 김앤장 변호사를 활용하는 방식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 김앤장이 직간접적으로 정부와 부딪히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이전 같으면 불거지지 않았을 논란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앤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김앤장은 공정위 퇴직자들을 영입해 기업 공정거래 업무 자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공정위를 가장 많이 방문한 로펌이 김앤장이라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김앤장은 최근 5년간 공정위를 무려 3168회 방문해 2위인 세종(856회)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할 때부터 직원들에게 대형로펌에 재취업한 전관들과 사적으로 접촉하지 않도록 신신당부했고 10월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이른바 로비스트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그 불똥이 마침내 김앤장으로 튀었다. 공정위는 지난 3일 성신양회 담합사건 이의신청을 대리한 김앤장 변호사를 징계해달라고 대한변호사협회에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공정위 출신인데 지난 국감에서 허위자료로 과징금을 경감받은 사실이 문제가 됐다. 과징금 경감 과정에서 전관예우가 작용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공정위가 로비스트 규정을 만든 이후 처음으로 전관 출신 변호사를 문제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로비스트 규정을 시행할 때 이 변호사를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고용노동부와도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받은 파리바게뜨의 법률대리인이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이미 정부를 상대로 직접고용 지시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법원이 가처분 소송을 기각하고 고용부가 파리바게뜨를 사법처리하기로 하면서 법정 공방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앤장이 정부와 법정공방을 간신히 피한 경우도 있다.

정부가 선택약정할인 등 통신비 인하정책을 펴는데 이동통신3사가 법률자문을 의뢰한 곳 역시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이들의 행정소송 가능성을 검토하기까지 했다. 결국 과학기술부와 이통사가 선택약정할인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보편요금제 등 정책이 추진될 수 있어 잠재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등을 추진하면서 기업들과 마찰이 잦아졌다. 성장정책인 혁신성장도 대기업보다 중소벤처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대표 법무법인으로서 대기업을 자주 대리하는 김앤장과 상대편으로 만날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일반 여론도 김앤장을 우호적으로 보는 입장에서 점점 멀어져간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에서 대기업을 주로 변호하는 김앤장은 비판적 시각을 피해가기 쉽지 않다.

이전까지 대리인인 김앤장에게까지 책임을 물으려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사태에서 김앤장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김앤장을 향한 부정적 시각을 키운 결정적 요인이 됐다. 김앤장이 의뢰인들과 공모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비록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서울지방변호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에 옥시 소송을 대리한 김앤장 변호사들을 징계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협은 올해 9월 이들의 청원을 최종 기각했다.
 
최대 로펌 김앤장, 문재인 정부 들어 처지가 불편하다
▲ 김앤장 법률사무소.

민주노총은 10월 김앤장 사무실 앞에서 김앤장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사업주의 편을 대변해왔다고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김앤장이 갑을오토텍 유성기업 등을 대리한 사례를 들며 김앤장을 “재벌자본 호위무사”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전속고발권 폐지, 대기업 기술탈취 제재, 집단소송제, 징벌적손해배상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을 둘러싼 소송이 늘어나면 김앤장의 업무기회는 많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논란을 빚는 일도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전 한화그룹 3남 폭행 사건 역시 김앤장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을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재벌 후계자에게 변호사가 폭행을 당하고도 두 달이나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아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양면적 이미지가 고착됐다.

물론 김앤장은 국내 로펌 가운데 독보적 지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얼마간 논란이나 이미지 타격이 일어난다 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아메리칸로이어에 따르면 지난해 김앤장은 7억4100만 달러(849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세계 로펌 가운데 54위로 국내에서 이에 견줄만한 곳은 없다.

또 김앤장은 세계적 법률전문지 IFLR은 2018년판 1000대 로펌명단에서 모든 분야에 걸쳐 선두그룹(티어1)에 올랐다. 국내 로펌 가운데 유일하게 14년 연속으로 전 분야 선두그룹에 포함되며 위상을 과시했다.

기업 인수합병에서 김앤장의 실적은 더욱 두드러진다.

김앤장은 한미일 연합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작업 등을 이끌면서 3분기까지 기업인수 법률자문 금액 29조6402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태평양 광장 세종 율촌 등 2~5위를 모두 합해도 김앤장에 미치지 못한다. 자문건수도 45건으로 가장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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