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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AI 기업' 내러티브 힘 잃는다, 주가에 프리미엄 지키기 어려워져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4-04-04 16: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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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AI 기업' 내러티브 힘 잃는다, 주가에 프리미엄 지키기 어려워져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3월13일 독일 그륀하이데에 위치한 기가팩토리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무등을 탄 인물은 머스크의 아들 엑스 애쉬 에이-트웰브(X Æ A-Xii).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과 차세대 신사업 분야에서 잠재력을 증명하기 어려워지면서 주가에 붙은 프리미엄도 점차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는 현재 빅테크 기업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시장에서 일반 자동차 제조사와 더욱 비슷한 기업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3일(현지시각)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테슬라 주가가 연초 대비 약 32% 떨어진 상황에도 하방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주가는 1분기 전기차 판매 둔화 가능성에 꾸준한 약세를 보여 왔다. 실제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판매량을 발표한 뒤에는 하락세가 더 깊어졌다.

배런스는 전기차 판매량뿐 아니라 테슬라가 더 이상 혁신적 기술을 선보이지 못 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테슬라는 그동안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로 미래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왔는데 이제는 이러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기업가치에 프리미엄으로 작용하지 못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수 년 전부터 운전자가 차량 조종에 개입할 필요가 없는 수준의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슈퍼컴퓨터 도조(Dojo)를 통해 구동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자율주행 차량은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사업화할 계획도 밝혔다.

이러한 신사업에 시장 기대감이 반영돼 테슬라 주가는 미국 대형 빅테크 기업과 마찬가지로 현재 실적보다 매우 고평가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미국 증시에 돌풍을 일으킨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은 현재 37배 안팎으로 추산된다. 테슬라 주가수익비율은 43배로 엔비디아보다 고평가돼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테슬라가 내놓은 FSD 등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는 시장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옵티머스와 같은 제품도 실제 상용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배런스는 결국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에 프리미엄이 약화되며 일반 완성차기업과 점차 격차를 좁힐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대표적으로 토요타 주가수익비율은 10배 안팎에 불과하다.

결국 배런스는 “테슬라는 이제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로 전락할 수 있다”며 성장세가 더딘 기업 주가에 지나친 프리미엄이 붙은 데 회의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AI 기업' 내러티브 힘 잃는다, 주가에 프리미엄 지키기 어려워져
▲ 테슬라가 인공지능 기업이라는 내러티브를 잃어 주가 프리미엄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테슬라 쇼룸에 전기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이 전시된 모습. <연합뉴스>
테슬라 인공지능 사업의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핵심 인력 유출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

일론 머스크는 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X 계정에 “오픈AI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직원의 급여를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최근 오픈AI와 샘 올트먼 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올트먼이 오픈AI의 비영리 의무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는 결국 테슬라가 오픈AI에 인공지능 인력 유출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더구나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업 전문 기업인 x.AI마저 테슬라의 엔지니어 인력 유출에 가세하며 ‘집안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IT전문지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테슬라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던 머신러닝(기계학습) 전문가가 최근 x.AI로 이직했다. 핵심 인공지능 연구인력이 테슬라에서 x.AI로 옮겨간 4번째 사례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대신 다른 기업에 인공지능 연구개발 역량을 분산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가 자동차 기업이 아닌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전문기업으로 시장에서 인식되기 시작한 데는 머스크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21년 테슬라 인공지능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자율주행 기술과 옵티머스를 소개하며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차 회사 이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머스크가 테슬라의 인공지능 사업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정황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는 최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테슬라에서 25%의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인공지능 개발의 중심축을 다른 기업으로 옮기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인공지능 기업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진 원인에는 머스크의 경영상 판단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경쟁도 심화하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인공지능 등 신사업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 하면 주가를 방어할 기반은 더욱 찾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배런스는 “투자자들은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로봇공학 등에 도전하는 테슬라를 단순히 자동차 회사 이상의 신화적인 존재라 여긴다”라며 “단기 부진이 이러한 내러티브를 완전히 바꾸지는 않겠지만 투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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