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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홈쇼핑 주식에 프리미엄 38.9%, 지주사 파격적 공개매수 가격 선정 이유는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4-03 15: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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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홈쇼핑 주식을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공개매수한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른 필수적 과정이라고 해도 최근 3달 동안의 거래량과 주가를 감안한 가격보다 약 40% 가까운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에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이례적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홈쇼핑 주식에 프리미엄 38.9%, 지주사 파격적 공개매수 가격 선정 이유는
▲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홈쇼핑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결단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로 보이는데 현대홈쇼핑 주식을 왜 비싸게 사는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3일 현대백화점그룹 지주회사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현대홈쇼핑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이날부터 22일까지 현대홈쇼핑 주식 300만 주(지분율 25%)를 1주당 6만4200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시가를 감안해 일정 할증률을 가산해 공개매수 가격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현대홈쇼핑이 공시한 공개매수설명서를 살펴보면 1주당 공개매수 가격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에 결정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홈쇼핑 주가가 2일 5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의 프리미엄이 얹어진 것이다. 이는 다른 기업들이 주식을 공개매수할 때 얹는 프리미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최근 3개월 동안의 현대홈쇼핑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다소 과한 수준에 공개매수 가격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대홈쇼핑 주식 공개매수 가격은 공고일 전 영업일 직전 3개월 동안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주가(각 증권의 가격을 거래량이나 상장주식 수의 가중치로 계산해 평균화한 것)에 38.9%의 할증이 더해진 금액이다.

이는 최근 1년 사이 진행된 다른 기업의 공개매수 가격보다 매우 높은 기준에서 책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샘은 지난해 3월 1주당 5만5천 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당시 3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와 비교한 할증률은 15.5%였다.

지난해 4월 공개매수를 진행한 한세실업 역시 이전 3개월의 가중산술평균주가에 11.9%의 할증을 더해 공개매수 가격을 결정했다. 쌍용C&E는 2월 공개매수 절차를 밟았는데 직전 3개월 동안의 가중산술평균주가에 19.2%의 할증률을 덧붙였다.

다른 기업들이 공개매수 가격을 산정할 때 적용했던 기준들을 살펴보면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스스로 “공개매수 가격은 과거 공개매수를 진행했던 여러 기업들이 산정했던 최근 3개월 동안의 가중산술평균주가에 적정한 프리미엄을 고려해 산정했다”고 설명한 것과 괴리가 커 보인다.

실제로 현대지에프홀딩스와 같이 프리미엄을 40%대로 높게 책정한 기업은 한국앤컴퍼니, SM엔터테인먼트와 같이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기업들에 국한된다. 

현대홈쇼핑이 실적 측면에서 알짜 회사라면 높은 프리미엄이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지도 않다.

현대홈쇼핑은 별도기준으로 최근 3년 동안 매출이 1조 원대에서 제자리걸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021년 1339억 원에서 2022년 1127억 원, 2023년 44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성장성이 높지도 않고 수익성도 좋지 않은 회사의 주식을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주고 사는 것은 공개매수 주체인 현대지에프홀딩스 주주들에게 탐탁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 주주 구성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지선 회장 39.7%,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29.1%, 정몽근 명예회장 8.3% 등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77.1%로 대다수지만 소액주주의 지분율도 19.97%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 2천억 원 전부를 차입한다는 점도 문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BNK투자증권과 약정을 맺고 1년 만기의 500억 원짜리 어음 4개를 할인율 3.79%에 발행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공개매수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진행하는 일이니 문제가 없겠지만 현대지에프홀딩스 소액주주들에게는 주주가치가 침해되는 일이라 판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현대지에프홀딩스 주주들 사이에 현대홈쇼핑 지분 공개매수에 대한 공감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2년 안에 상장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한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2023년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대홈쇼핑 지분은 25%에 그친다.

여기서 이런 의문도 생긴다.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려면 5%만 더 사도되는데 왜 이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 25%를 사들이냐는 것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로서도 굳이 차입금 2천억 원을 들일 필요 없이 약 400억 원만으로도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홈쇼핑의 2대주주인 현대백화점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홈쇼핑 지분 15.8%를 보유한 2대주주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홈쇼핑 주식을 비싸게 쳐주면 현대백화점에게도 그만큼 이득이 될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애초 2022년 9월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현대백화점을 한 축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고 현대그린푸드를 한 축으로 하는 또 다른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반대 탓에 현대백화점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무산되면서 현대지에프홀딩스를 단일 지주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 산하에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현대홈쇼핑 등 주요 계열사를 자회사로 넣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이 현대홈쇼핑 지분을 더 이상 들고 있을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지에프홀딩스에 보유 지분을 넘긴 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투자를 일으키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이런 점을 염두에 놓고 현대홈쇼핑 지분가치를 높게 책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대백화점이 공개매수에 응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현대백화점이 자체적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공개매수 가격을 놓고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결정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홈쇼핑 주식에 프리미엄 38.9%, 지주사 파격적 공개매수 가격 선정 이유는
▲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홈쇼핑 공개매수 가격을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결정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그룹 본사.

현대홈쇼핑은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한섬 주식을 34.6% 들고 있다. 인테리어 관련 계열사인 현대L&C 지분도 100% 보유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지분을 든 사실상의 중간 지주회사라는 특성상 프리미엄이 과하지 않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홈쇼핑의 자산 가치도 높다. 연결기준으로 보면 자산 규모는 2021년 2조6천억 원에서 2022년 2조7800억 원, 2023년 3조4325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홈쇼핑 지분을 50% 이상 확보했을 때 현대지에프홀딩스에게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홈쇼핑은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종속기업이 아니다. 공개매수가 예정대로 순항하면 현대홈쇼핑은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종속기업으로 편입돼 연결기준 실적에 반영된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실적이 증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점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주주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배당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으면 100%의 익금불산입률을 적용받는다. 익금불산입은 수익금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익금불산입률이 100%면 배당금에 대해 세금을 떼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만 만족하는 수준에 현대홈쇼핑 주식을 공개매수한다면 익금불산입률이 80%가 된다는 점에서 20%포인트의 이득을 추가로 얻게 되는 셈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홈쇼핑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가보다 높은 수준에 가격을 산정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7년 동안 현대홈쇼핑 주식의 매물대를 보면 주가 10만~12만 원대에 매수한 사람들의 비중이 21.44%로 가장 많다. 7만~8만 원대 후반에 현대홈쇼핑 주식을 산 사람의 비중도 20.87%이다.

이들을 공개매수에 참여시키려면 현재 주가보다 높은 수준에 공개매수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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