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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그리는 미래는 롯데벤처스에, '롯데 망하게 할 기업'은 어디인가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01-26 16: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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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롯데를 망하게 할 아이디어’를 지닌 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있을까?

신동빈 회장이 그리는 롯데그룹의 미래를 보려면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 롯데벤처스의 투자 현황을 살펴봐야 한다.

◆ 롯데벤처스는 어떻게 운영되나, 인큐베이팅과 후속투자 역할 나눠

2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벤처스가 성장성이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방식은 크게 ‘엘캠프’와 ‘펀드’ 등 2가지 경로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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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엘캠프는 롯데벤처스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롯데벤처스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1차례씩 엘캠프에 참여하길 원하는 스타트업을 선발해 초기자금과 사무실 등을 지원한다. 

롯데벤처스는 2021년 말까지 모두 9개 기수를 선발해 126개 스타트업의 초기 성장을 지원했다.

기업당 최대 5억 원을 투자받을 수 있으며 성장성을 입증하면 후속 투자로 15억 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엘캠프의 경쟁률은 통상 30대 1 정도로 높다.

부산 지역에 특화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 ‘부산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 이는 현재까지 3개 기수를 모집해 모두 23개 스타트업을 지원해왔다.

엘캠프가 초기투자에 집중한다면 펀드는 본격적 성장을 위해 추가투자를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에 후속투자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스타트업 투자 단계에서 시리즈A뿐 아니라 시리즈B, 시리즈C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롯데벤처스는 2021년 말 기준으로 모두 펀드 13개를 조성했으며 운용금액은 2571억 원 규모다.

롯데벤처스가 초기에 조성한 펀드는 범용 펀드의 성격이 강했다. ‘롯데스타트업펀드 1호’ ‘롯데사내벤처펀드 1호’ 등의 이름이 보여주듯 투자대상 기업의 성장성을 중점적으로 봤다.

실제로 이들 펀드는 ‘증강현실 전동칫솔’ ‘24시 즉시배달 온라인 편의점’ ‘로봇 인공지능 플랫폼’ ‘순식물성 마요네즈’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조성된 펀드들은 각각의 색을 지닌다.

'롯데케미칼이노베이션펀드1호'(2019년 12월), '롯데농식품테크펀드1호'(2020년 12월), '스마트롯데 비대면·모빌리티펀드'(2021년 6월), '롯데홈쇼핑이노베이션펀드1호'(2021년 6월), '롯데케미칼ESG펀드'(2021년 9월) 등의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롯데그룹 각 계열사가 추구하는 미래와 부합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성격을 짙다.

롯데케미칼이노베이션펀드는 △수처리용 복합 미생물 생산 △리튬메탈 기반 음극재 생산 및 판매 △페트 선별수거 및 재활용품 생산 등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스마트롯데비대면·모빌리티펀드는 △수입중고차 원스톱 상품화 플랫폼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술 개발 및 서비스 △빅데이터 기반 온디맨드 화물운송 플랫폼 등에 자금을 댔다.

각 펀드의 이름과 부합하는 사업 성격을 지닌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롯데벤처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롯데벤처스가 펀드를 통해 투자한 스타트업은 모두 93개다.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더브이씨에 따르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130여 개의 기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롯데벤처스는 올해만 해도 매스아시아와 버넥트, 론픽 등 스타트업 3곳에 시리즈A, 시리즈B 등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 '롯데 망하게 할 기업 찾아라', 계열사와 시너지 낼 수 있는 스타트업에 집중

롯데벤처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롯데벤처스가 롯데그룹의 미래 사업을 발굴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2015년 8월 롯데미래전략연구소에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와 같은 창업 보육기업을 구상해달라고 주문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전문회사로 스타트업에 초기 사업자금을 대주고 자문을 해주며 필요한 인맥을 제공한다. 다양한 스타트업을 육성한 뒤 이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후속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통상 스타트업 지분의 7%를 받고 자문 및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와이콤비네이터 모델을 언급한 것은 결국 롯데그룹 내부적 역량만으로 발굴하기 힘든 혁신적 기업을 초기부터 지원해 롯데그룹과 전략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나 다름없었다.

신 회장의 주문도 명확했다. “롯데가 망하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신 회장은 롯데벤처스의 전신인 롯데엑셀러레이터가 2016년 2월 출범할 당시 초기 자본금 150억 원 가운데 50억 원을 사재로 출연했을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롯데벤처스가 투자금 회수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일반 벤처캐피탈과 달리 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투자에 집중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인 만큼 역할도 분명하다.

롯데벤처스는 ‘롯데그룹 4가지 주요 비즈니스 분야의 혁신적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큰 혁신을 불러올 성장기술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 등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롯데벤처스는 실제로 롯데그룹에 기회가 될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벤처스가 2021년 10월 선발한 엘캠프 9기의 12개 기업을 보면 이커머스, 시니어, 퍼스널모빌리티, 숙박업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모집한 엘캠프 8기에는 탈모 사물인터넷(IoT) 진단기기 및 맞춤형 솔루션이나 클렌징 코스매틱, 화장품용 천연식물체 융해 기술 소재 기업 등 바이오와 헬스케어, 뷰티 등의 스타트업이 있다.

롯데호텔이나 롯데쇼핑 등 기존 기업들과 협력 가능성이 높은 기업뿐 아니라 롯데가 가보지 않은 사업 분야에도 적극적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 년 전부터 롯데그룹에 새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주력 사업군인 유통과 식품, 화학, 호텔 모두 위기에 빠져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열린 사장단회의(VCM)에서 “새 고객과 새 시장을 만드는 데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롯데벤처스 지분은 2021년 5월 기준으로 신동빈 회장 19.99%, 호텔롯데 39.97% 등 롯데 측 59.96%이며 나머지는 하나금융투자 19.98%, KB증권 19.98%, 기타 0.08% 등으로 구성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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