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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늦추기 어렵다, 정의선 결단이 다가온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1-01-0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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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기업에게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새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위기의 강을 건너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는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리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큰 어려움에 놓일 수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등장도 북한과 미국 관계, 미국과 중국 관계의 변화를 예고한다. 세계 경제질서도 급변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대통령선거 국면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기업에게 불확실성도 커지게 된다.

2021년을 움직일 변수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대응을 미리 짚어 본다. <편집자주>

1. 대선 바이든 친환경 그리고 기업 
2. 새 틀 짜기
3. 그린뉴딜
4. 상생경영
5. 디지털 전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늦추기 어렵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806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의선</a> 결단이 다가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결단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 스마트모빌리티서비스그룹으로 전환, 전기차시대를 향한 시장의 기대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2021년은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적기로 평가된다.

◆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시화

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은 2021년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지금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면 각종 법 개정에 따른 외풍, 외국인주주의 경영간섭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며 “정 회장은 오너경영인이지만 그룹 핵심계열사 보유지분이 미미한 만큼 경영권 승계 정당성 확보 측면에서도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지난해 말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공정거래법 등이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앞당길 이유로 우선 꼽힌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을 ‘총수 일가가 지분 30% 이상 보유한 계열사’에서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로 확대했는데 이에 따라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재 현대글로비스 지분 29.99%를 보유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데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규제대상에 새롭게 포함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는 2020년 12월30일 종가 기준 7천억 원 가량의 가치를 지닌다.

지분규모가 만만치 않은 만큼 현대글로비스의 총수일가 지분을 낮추는 과정과 맞물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시작될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차그룹의 미래사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중요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단순 자동차 제조그룹에서 벗어나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그룹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은 주요 계열사의 분할 합병 등을 동반해 자연스레 사업구조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 과정을 통해 미래사업에 더욱 힘을 줄 구조를 갖출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의 국내 AS·모듈 사업을 분할해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의 개편안을 추진했을 때도 미래사업 경쟁력 강화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그룹의 재원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각 계열사의 사업 역량과 독립성, 자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주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고질적 문제인 순환출자고리도 해소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등 그룹 안에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는데 국내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순환출자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정부는 순환출자를 통한 기업집단의 계열사 지원, 동반 부실화 등을 막기 위해 2013년부터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했고 대부분 대기업집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끊어냈다.

정 회장이 2021년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시대 원년으로 삼고 있는 점도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전기차를 처음 내놓는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받으면 주요 계열사의 기업가치가 전반적으로 올라가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기 수월해진다.

현대차그룹이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 중도에 철회한 것도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준성 연구원은 “2018년에도 확인했듯 성공적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주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대차그룹이 주주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과 미래 성장성 입증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니어링 등 자금줄 계열사 주목

시장에서는 2018년 현대차그룹이 진행했던 대로 현대모비스의 사업 일부를 분할하고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 현대모비스를 지배구조 정점에 놓는 방안, 정 회장이 순환출자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주요 계열사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늦추기 어렵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806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의선</a> 결단이 다가온다
정의선 회장이 2020년 7월14일 경기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청와대가 주최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화상회의 방식으로 참여해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든 출자구조를 바꾸는 지배구조 개편에는 조 단위의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끊기 위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7.2%)을 정 회장이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2020년 12월30일 종가 기준 4조2천억 원이 필요하다.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21.4%), 현대차가 보유한 기아차 지분(33.9%)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각각 8조8천억 원, 8조6천억 원 등 더 많은 돈이 든다.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요 계열사를 향한 지분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한 셈인데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자금줄 역할을 할 계열사로 꼽힌다.

이들은 모두 정 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핵심계열사와 달리 지분 보유의 동기가 상대적으로 낮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분 매각, 현물 출자 등의 방식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2020년 12월30일 종가 기준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23.3%) 가치는 1조6천억 원, 현대오토에버 지분(9.6%) 가치는 2500억 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사가 아니지만 장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을 적용할 때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11.7%) 가치는 9천억 원 가량에 이른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오를수록 정 회장이 손에 쥐는 자금이 늘어나는 구조인데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미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수소운반선사업, 전기차배터리 렌털사업 등에 새로 진출한 데 이어 연말에는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도 참여했다.

현대오토에버는 2020년 12월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와 3사 합병을 결정했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는 모두 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인데 현대차그룹은 이를 합쳐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는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힘입어 2020년 한 해 동안 주가가 각각 29%와 145% 올랐지만 여전히 상승 기대감이 크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어떤 시나리오로 진행되더라도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기초체력과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 등을 모두 고려할 때 현대글로비스는 2021년 반드시 보유해야 할 종목”이라고 분석했다.

정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직접 투자한 지분도 중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 회장은 2400억 원가량을 직접 투입해 지분 20%를 확보하기로 했는데 이는 대기업 오너일가라 하더라도 개인이 감당하기에 적지 않은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그룹과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계약을 맺으며 4~5년 안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등 앞선 미래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은 최근 들어 미국 증권시장에서 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상장에 성공한다면 정 회장에게 큰 투자수익을 올려줄 수 있다.

정 회장은 언젠가는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거나 상속 받아야 하는데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얻는 투자수익이 상속세 재원으로도 쓰일 수 있는 셈이다.

현대모비스는 정 회장의 자금줄은 아니지만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수혜가 기대되는 계열사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놓일 가능성이 큰 데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입증받아야 한다.

현대모비스가 성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현대모비스를 놓는 시나리오는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미래 전장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20년 12월 현대오트론의 자동차용 반도체사업을 현대모비스에 넘기는 결정도 내렸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의 자동차용 반도체사업을 넘겨받으며 미래 자동차를 위한 하드웨어 부품 개발의 핵심 계열사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앞으로 추가적 인재 확보와 자금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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