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임단협 부결, 내놓을 카드 마땅치 않아
카허 카젬은 2020년 한국GM의 노사 임단협에서 잠정 합의안이 부결된 만큼 노조와 새로 합의점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카허 카젬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아 난관이 예상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한국GM 노조)는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놓고 11월30일과 12월1일 이틀 동안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합의안은 찬성률이 45.1%에 그쳐 부결됐다.
카허 카젬은 노조와 새로운 합의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제시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GM은 2020년 코로나19와 노조의 부분파업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카허 카젬이 임금 인상과 같은 당근책을 추가로 내놓기 어렵다.
이번에 부결된 합의안에서 한국GM은 조합원 1인당 성과급과 격려금 등 모두 4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 금액 이상을 제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노조가 강하게 요구하는 부평 2공장의 신차 배정도 카허 카젬 권한 밖의 일이다.
더욱이 노조가 압박을 위해 추가적으로 부분파업을 벌인다면 2021년에도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진다.
앞서 한국GM 노조는 2020년 임단협 타결을 위해 부분파업을 벌이고 잔업과 특근까지 거부해 생산 손실규모가 2만여 대에 이르렀다. 모두 15일 동안 부분파업을 벌였고, 10월23일부터 11월24일까지는 잔업과 특근을 거부했다.
한국GM은 코로나19로 2020년 상반기에만 6만 대에 이르는 생산 손실이 났으며 하반기에도 노조와 임단협 갈등을 빚으면서 생산 차질이 더욱 심해졌다.
△2020년 임금협상 놓고 노조와 골 깊어져 철수설 재점화
한국GM 노사가 2020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GM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국GM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을 놓고 회사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2020년 10월부터 모두 15일 동안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노조는 2020년 임단협에서 성과급과 부평 공장 신차 배정 등을 회사에 요구했다.
이에 한국GM도 부평 공장 투자를 철회하면서 노조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왔다.
한국GM은 2020년 11월6일 2천억 원 규모의 부평 공장 투자 관련 비용 집행을 보류하고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GM은 애초 1억9천만 달러(약 2100억 원) 가량을 투입해 부평 공장에서 차세대 글로벌 모델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를 유보한 것이다.
한국GM 노조의 부분파업에 GM 본사도 우려를 표시했다.
스티브 키퍼 미국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같은 해 11월18일 로이터과 전화인터뷰에서 “한국GM 노조가 생산물량을 인질로 삼으면서 심각한 재정 타격을 주고 있다”며 "한국GM으로 각종 투자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GM) 노조의 행동이 한국을 경쟁력 없는 국가로 만들고 있다”며 “GM은 중국을 포함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연간 500만 대를 생산할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본사 차원에서 한국GM 노조의 부분파업을 경고한 것이다.
한국GM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노사 단체협약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산업은행은 같은 해 11월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산업은행을 찾아 노사교섭 진행상황, 부분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현황, GM본사의 우려사항 등을 설명했다”며 “20일까지 예정돼 있는 부분파업이 조속히 종결될 수 있도록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한국GM 판매 호조
한국GM이 ‘콜로라도’와 ‘트레일블레이저’로 내수판매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GM은 2020년 10월까지 내수판매로 6만7139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1.3% 증가한 수준이다. 코로나19에도 내수에서 꾸준한 판매를 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새로 내놓은 트레일블레이저와 2019년 출시된 콜로라도 등이 인기를 끌면서 판매고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같은 해 10월까지 모두 1만7186대가 팔렸다. 콜로라도는 3911대가 팔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635% 증가했다.
수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GM은 같은 해 10월까지 23만3213대를 배에 실었다. 1년 전보다 16.4% 감소했지만 애초 상반기에 절반 이상 판매량이 꺾인 것과 견주면 뚜렷한 회복세라고 할 수 있다.
한국GM 내부에서는 쉐보레 트랙스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등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만약 생산량만 따라가 준다면 연말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2020년 상반기 북미 자동차 관련 평가기관인 ‘아이씨카(iSeeCars)’의 조사에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판매된 차’에 뽑혔다. 한국GM의 수출 물량이 미국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고객에게 인도되고 있다는 얘기다.
쉐보레 트랙스도 미국에서 2020년 2분기에 2만2466대를 판매해 1분기에 이어 미국 소형SUV 판매 1위에 올랐다.
한국GM은 같은 해 해외에서 7월 2만7644대, 8월 2만1849대, 9월 3만4447대를 판매했다. 해외판매는 1년 전보다 7월은 10.1%, 8월은 20.7%, 9월은 112.3% 늘어났다.
다만 노조와 마찰을 빚은 2020년 11월에는 월 생산량이 꺾이면서 판매도 함께 감소세로 전환됐다.
한국GM에 따르면 노조가 모두 15일 동안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2만 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고 추산했다.
한국GM은 2020년 11월 자동차를 국내에서 6556대, 해외에서 1만4828대 등 모두 2만1384대를 판매했다. 국내판매는 2019년 11월과 비교해 10.5%, 해외판매는 53.7% 감소했다.
△판매량 끌어올리기 위해 신차 15종 출시
카허 카젬이 신차를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카허 카젬은 한국GM에서 2020년 11월 현재까지 모두 7종의 신차 및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해 경영 정상화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카허 카젬은 2018년 5월 경차 ‘더 뉴 스파크’ 출시를 알리며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당시 2023년까지 모두 15종의 신차 및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를 약속했다.
2018년에 더 뉴 스파크를 시작으로 중형SUV ‘이쿼녹스’와 세단 ‘더 뉴 말리부’, 스포츠카 ‘더 뉴 카마로 SS’를 내놨으며 2019년 8월 말과 9월 초에는 각각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SUV 트래버스를 출시했다.
2020년에는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내놨다. 트레일블레이저는 GM이 2018년 KDB산업은행으로부터 7억5천만 달러(약 8958억 원)를 지원받으며 한국GM에 배정하기로 약속한 신차 2종 가운데 하나로 부평 1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카허 카젬은 앞으로 내놓을 차량의 70% 이상을 SUV로 채운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국내에서 높아지는 SUV 수요에 대응해 판매를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쉐보레 브랜드 제품을 놓고 국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2019년 3월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초대형SUV ‘타호’를 비롯해 초대형SUV ‘서버번’, 준대형SUV ‘블레이저’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앞세워 판매 반등 꾀해
카허 카젬은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SUV 트래버스를 앞세워 판매 반등을 꾀하고 있다.
두 차량에 예상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하면서 그동안 한국GM 제품에 약점으로 꼽히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콜로라도는 국내에 4천만 원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돼 왔지만 2019년 8월 가장 낮은 트림(등급) 기준 3855만 원에 출시됐다. 트래버스 가격도 5천만 원을 웃돌 수 있다는 예상을 깨고 2019년 9월 가장 낮은 트림을 4520만 원에 내놨다.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 제품을 미국에서 수입해서 판매할 때마다 국내 완성차기업 제품과 비교해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곧장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카허 카젬은 경차인 스파크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인기 차종을 두지 못한 만큼 두 차량을 ‘반전카드’로 만들기 위해 마케팅전략 수립단계에서부터 공을 들였다.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등 국내 완성차기업 차량과 경쟁관계로 묶이는 것을 피하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가입하기도 했다. 국내 완성차기업 5곳 가운데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한 곳은 한국GM이 유일하다.
카허 카젬은 2017년 취임 이후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이 꾸준히 떨어져 고전을 겪었다.
한국GM의 2017년 판매량은 2016년 판매량보다 26.5% 감소한 13만2378로 집계됐다. 2019년에는 7만6471대를 팔아 2018년보다 18.1% 줄었다.
한국GM은 2017년까지 6년 연속으로 내수판매 3위를 지키다가 2018년 쌍용자동차에 자리를 내줬다.
△노조 반대에도 연구개발법인 분리 추진
한국GM은 2019년 1월 법인 분할 작업을 통해 연구개발을 전담할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공식 출범했다.
이에 따라 기존 한국GM은 자동차와 부품의 제조 및 판매사업을 전담하는 생산법인과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설계 등을 맡는 연구개발법인으로 나뉘게 됐다.
한국GM의 직원 1만3천 명 가운데 연구개발부문에서 일하는 인력 3천여 명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로 자리를 옮겼으며 로베르토 렘펠 GM 수석 엔지니어가 GM테크니컬센터 대표이사에 올랐다.
앞서 한국GM은 2018년 7월 글로벌 제품 개발업무를 전담할 신설법인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생산법인과 연구개발법인을 분리해 한국에서 철수할 때 생산법인은 청산하고 연구개발법인만 남기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보고 법인 신설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GM 2대주주인 KDB산업은행 역시 법인 신설에 제동을 걸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법인 신설을 위한 주주총회 개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일부 인용하면서 한국GM의 임시주총 결의의 효력이 정지됐다.
한국GM은 신설 연구개발법인을 GM의 핵심 준중형 SUV 연구개발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해 산업은행으로부터 법인 설립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과 GM은 2018년 12월18일 ‘주주 사이 분쟁해결 합의서’를 맺었다. 이 합의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법인분리에 찬성하는 대신 GM은 신설법인을 글로벌 차원에서 준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와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 연구개발 거점으로 지정해 최소 10년 동안 유지하기로 했다. 또 신설 연구개발법인에서도 산업은행이 2대주주 역할을 맡기로 했다.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 수혈받아
2018년 5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한국GM 경영 정상화방안을 확정했다.
이 방안에 따라 정상화 자금 가운데 GM 본사는 모두 64억 달러를 부담하게 됐다. 기존 대출자금 28억 달러는 전액 출자전환하고 시설투자에 20억 달러, 구조조정비용 8억 달러, 운영자금 8억 달러 등 36억 달러를 댄다.
산업은행은 시설투자용으로 7억5천만 달러(약 8958억 원)를 출자하기로 했다. 총자산의 20% 이상은 매각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비토권(거부권)도 회복했다. 앞서 2017년 10월 산업은행과 GM본사가 맺은 ‘주주 사이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산업은행은 비토권을 잃었다.
다만 산업은행이 보유한 비토권은 주주간 계약에 의해 발생하는 권리로 자산 매각을 포함해 GM과 산업은행이 협의한 17개 특별의결 사항에서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GM은 5년 동안 지분 매각이 전면 제한되며 이후에도 5년 동안 지분 35% 이상으로 1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10년 동안 한국GM의 경영권을 포기할 수 없도록 못박은 셈이다.
△취임하자 철수설과 맞닥뜨려
카허 카젬은 2017년 9월 한국GM 사장에 취임한 뒤 지속적으로 철수설과 맞닥뜨려야 했다.
그가 부임한 해에 KDB산업은행과 GM본사가 맺은 ‘주주 사이 계약’이 만료되면서 한국GM 철수설이 떠올랐다.
GM본사가 적자를 내는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칼날을 들이대면서 한국GM도 구구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됐다.
카허 카젬의 한국GM 영입도 철수설에 기름을 끼얹는 요인이었다.
카허 카젬은 한국GM을 맡기 전 GM인도 사장으로 재임하며 2017년 3월부터 5월 사이 인도 내수시장에서 수출용 공장만 남기는 등 사실상 철수에 가까운 사업재편을 진행해 구조조정 전문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카허 카젬은 GM 본사의 입장을 전달하며 철수설 진화에 발벗고 나섰다.
카허 카젬은 부임하고 사흘 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한 자동차업계 간담회에서 “GM은 세계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성과를 강화할 수 있는 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군산 공장 폐쇄
한국GM은 생산물량 감소로 2018년 5월에 22년 역사를 지닌 군산 공장의 문을 닫았다.
한국GM은 2011년 군산 공장에서 약 26만 대까지 생산량을 늘렸지만 이후 쉐보레 브랜드와 GM의 연이은 유럽 철수, 내수판매 부진 등으로 연간 생산량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연간 생산량은 2013년 15만 대로 반토막 난 뒤 2017년에는 3만 대로 쪼그라들었다.
한국GM은 판매 부진의 여파로 인력을 계속 감축했고 2018년 2차례 희망퇴직을 신청받으면서 군산 공장 직원 수는 급기야 1800명에서 612명으로 줄었다.
군산 공장 폐쇄로 남은 직원 612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200여 명은 한국GM의 부평과 창원 공장에 전환배치되고 나머지 400여 명은 3년 동안 무급휴직에 들어가면서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결원이 발생하면 순차적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GM호주 엔지니어 출신으로 국제 경력 쌓아
카허 카젬은 1995년 GM호주에 입사한 뒤 GM의 호주 자동차 브랜드 '홀덴' 생산부문에서 선임 엔지니어를 시작으로 생산관리 분야의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2009년 GM태국 및 아세안 지역 생산·품질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2년 GM우즈베키스탄 사장에 임명됐다.
2015년 GM인도에 합류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6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GM인도 사장으로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GM은 인도 내수시장 철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결국 GM은 2017년 수출용 공장만 남기고 인도 내수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