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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에 미국 스타트업 투자 가시화, 정부지원 끌어낼 마중물 되나

차화영 기자 chy@businesspost.co.kr 2020-09-15 16: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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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자동차가 미국 자동차유통 스타트업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를 새 투자자로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쌍용차로서는 당장 급한 유동성 위기를 넘고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정부 지원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쌍용차에 미국 스타트업 투자 가시화, 정부지원 끌어낼 마중물 되나
▲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다만 중국 자본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도 안고 있다.

15일 금융권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이르면 이번주 안으로 쌍용차에 구속력 있는 인수 계약서를 제출할 것으로 파악된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는 8월 초부터 중국 지리자동차와 비야디자동차(BYD) 등과 함께 쌍용차의 새 투자자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지리자동차와 비야디자동차와 달리 8월 두 차례 평택공장에서 실사를 진행하고 쌍용차 노조와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는 등 쌍용차 투자를 두고 더욱 진전된 행보를 보이면서 자동차업계는 신규투자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쌍용차 투자자 사이에서도 신규투자를 향한 기대감이 번지면서 쌍용차 주가도 9월 들어 하루를 빼고 날마다 오름세를 이어갔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투자가 이뤄지면 쌍용차는 정부 지원에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받을 길이 열릴 수 있다.

KDB산업은행은 그동안 쌍용차 지원조건으로 대주주의 책임의지와 회사의 자력생존 가능성 등 2가지를 내걸었는데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새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이전처럼 지원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쌍용차에 자금을 얼마나 투자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새 투자자가 쌍용차 투자와 동시에 유동성 위기에 놓이지 않기 위해 최소 2천억 원은 넣을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보고 있다. 

쌍용차 최대주주 마힌드라앤마힌드라는 쌍용차에서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해 보유지분을 넘기는 대신 유상증자 방식으로 새 투자자를 구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강조했지만 사실상 새 투자자가 나타나면 마힌드라앤마힌드라의 지분은 현재 74.65%에서 51%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쌍용차는 당장 제이피모건, 비엔피파리바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외국계 자본에 19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이들로부터 마힌드라앤마힌드라의 지분을 51% 이상으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빚을 냈기 때문이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올해 초 산업은행에 쌍용차 흑자전환에 모두 5천억 원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23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점에 비춰볼 때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도 비슷한 제안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온다.

실제로 쌍용차는 한때 기간산업안정기금 2천억 원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쌍용차는 8월 6개월 만에 내수 판매순위 3위 자리를 탈환한 데다 올해 4분기 티볼리에어와 G4렉스턴의 상품성 개선모델을 내놓고 2021년 초 첫 전기차를 투입하며 판매실적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자금이 들어오면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넘을 수 있어 자력회생 가능성을 입증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산업은행이 공식적으로 ‘쌍용차는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쌍용차는 아직까지도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신청을 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정부 지원을 향한 기대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

쌍용차는 평택시와 함께 꾸준히 노사민정 특별협의체를 열고 경영 정상화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평택시는 7월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무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에게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위한 건의문도 발송했다. 쌍용차가 여전히 정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최근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산업은행이 쌍용차 지원을 거절할 명분이 줄었다는 시선도 나온다. 

다만 쌍용차가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를 새 투자자로 맞게 되면 다시 한번 중국 자본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는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글로벌 사모펀드를 배경으로 두고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해놨다는 말도 나오지만 결국 주주인 중국 체리자동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는 중국 체리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HAAH오토모티브는 체리자동차 SUV 브랜드 '반타스의' 미국 판매를 위해 체리차와 기술협력계약을 맺기도 했다.

체리차는 안후이성 등 중국 지방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중국 5대 완성차업체다. 1997년 설립 이후 중국 승용차 수출을 주도하며 풍부한 자금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자동차업체인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된 뒤 기술 유출에 따른 이른바 ‘먹튀 논란’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사회적 비용을 크게 치른 겪은 경험이 있다. 당시 해고됐던 노동자 복직이 올해 5월에서야 마무리되는 등 쌍용차는 아직도 10년 전의 구조조정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는 이런 점을 의식해 쌍용차 노조와 비공식 면담을 진행하는 등 쌍용차 내부를 설득하는데 힘쓴 것으로 알려졌지만 쌍용차 투자자나 고객 사이에서 제기되는 중국 자본을 향한 거부감까지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 새 투자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따로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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