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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계약금 2500억 돌려받을 수 있을까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0-09-13 15: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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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이행보증금 2500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13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 의견을 종합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전을 시작한다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주장하고 있는 ‘선행조건 미충족’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계약금 2500억 돌려받을 수 있을까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일반적으로 계약 이행을 포기한 계약 당사자는 이행보증금을 포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황의 악화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예측할 수 없었던 사안인 데다가 HDC현대산업개발은 계약 파기의 원인을 금호산업의 불성실한 자료 제공 등에서 찾고 있다.

만약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법원이 이행보증금의 일부를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1일 장 마감 이후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은 HDC현대산업개발이 거래종결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사유로 계약해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런 주장과 달리 이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의 질권 해제에 필요한 절차 이행 통지와 관련된 법적 검토 이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해제의 원인이 매도인인 금호산업 측에 있는 만큼 반환금 청구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투자금융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이 무산됐을 때 법원이 산업은행에게 이행보증금의 일부를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던 전례에 비춰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장이 인정됐을 때 법원이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은 2008년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정상화가 완료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시도했다. GS,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화 등이 공개경쟁입찰에 참가했으며 한화그룹은 6조3천억 원을 제시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은 이 계약과 관련해 2008년 12월29일까지 최종계약을 맺지 않으면 산업은행이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조선업 업황이 현저하게 악화되면서 한화그룹은 최종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양해각서를 근거로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으며 한화그룹은 2009년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한화그룹은 산업은행의 비협조적 태도,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대 등으로 확인 실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해제의 책임을 한화그룹에게만 물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법원은 이 소송에서 한화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한화는 막대한 이행보증금을 지급했지만 확인실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이행보증금 전체를 산업은행이 몰취(박탈)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결국 한화그룹은 이행보증금 3150억 원 가운데 1951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발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조선업의 침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항공업황이 악화된 현재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법원이 판단 과정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이와 같은 상황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HDC그룹 회장에게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카드를 지속적으로 내밀었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 무산의 책임을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에 돌리는 것은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은 정 회장에게 수차례 만나자고 제안하고 실제 만나서도 “원하는 것을 말하면 검토해보겠다”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월26일에는 아시아나항공에게 7천억 원을 추가로 지원해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 규모를 줄여주겠다는 ‘파격적 제안’까지 했다. 

이 회장은 8월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매각이 무산된다면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하등 잘못한 게 없고 모든 법적 책임은 HDC현대산업개발에게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호산업 역시 계약해제의 책임은 HDC현대산업개발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11일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인인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이 거래 관련 계약에 따른 거래종결의무 등을 미이행함에 따라 주식 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계약해제의 책임이 HDC산업개발에게 있다고 명시한 셈이다.

금호산업은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이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재실사를 요구했을 당시에도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상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인수 실사에 필요한 모든 협조를 제공했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과 그 자회사들의 영업 및 재무상태에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았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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