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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넷플릭스가 바꾼 미디어산업, CJ 이미경은 어디로 가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  2020-07-14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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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미디어콘텐츠산업을 바꿔놓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추천할 것 없어?”라고 묻던 사람들이 이제는 “넷플릭스 추천 좀 해달라”고 말한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미디어콘텐츠의 소비형태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흐름에 옮겨 타는 것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거대 자본들도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미디어콘텐츠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CJ그룹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CJ그룹의 미디어콘텐츠사업을 사실상 진두지휘해 온 이미경 부회장이 이런 격동의 미디어시대에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할지 살펴보자.

◆ 미디어산업의 주도권, 전통채널에서 이미 ‘플랫폼’으로 넘어갔다

미디어콘텐츠산업의 주도권이 플랫폼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하나 있다. 바로 영화관사업이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관객 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70.4% 급감했다.

이러한 관객 수의 급감은 코로나19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수요가 다른 흐름을 타고 있는 면도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수혜를 본 곳이 있다. 넷플릭스다.

넷플릭스 1분기 가입자 수는 2019년 1분기보다 23%나 증가한 1억8300만 명이다.

무엇인가를 보겠다는 고객들의 수요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산업 관련 주가를 봐도 이런 흐름이 엿보인다. CJCGV뿐 아니라 CJENM, 제이콘텐트리, 쇼박스, NEW 등 여러 관련주도 과거와 비교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한 증권사의 분석보고서에서는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목표주가를 높여 잡으면서 “옛 드라마의 넷플릭스 판매분이 반영되면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에게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올려놓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정부와 업계는 플랫폼에 정조준

정부와 업계도 이런 플랫폼시장의 급성장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다.

정부는 6월 말에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마련했다. 시청자들의 빠른 소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산업을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플랫폼기업 5개 육성’이라는 목표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무엇인가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사업자들은 이미 빠른 발걸음으로 내닫고 있다.

SK텔레콤과 지상파방송3사는 웨이브라는 통합 미디어콘텐츠 플랫폼을 출범했다. 영화 배급사인 NEW도 “올해 안에 자체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모두 ‘플랫폼’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CJ그룹, ‘독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플랫폼' 생태계에서 어떤 전략을 내놓나

CJ그룹의 상황은 어떨까?

CJ그룹의 사업은 크게 식품사업을 하는 CJ제일제당과 유통사업을 하는 CJ대한통운, 그리고 미디어와 커머스를 아우르는 CJENM 등 3축으로 구성돼 있다.

매출로만 보면 CJENM의 덩치가 가장 작다.

2019년 매출을 보면 CJ제일제당은 22조 원, CJ대한통운 10조 원인데 CJENM은 3조8천억 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서도 절반만이 미디어와 영화 등이고 나머지는 홈쇼핑 등 커머스사업이다.

CJENM이 미디어콘텐츠와 관련해 얻는 매출이 식품사업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CJ그룹에서 CJENM이 차지하는 위상은 결코 작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CJENM이 CJ그룹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첨병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CJENM은 8월1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담당 사업부인 ‘티빙’을 물적분할해 새 법인으로 세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JTBC의 투자를 받기로 했으며 KT와 LG유플러스도 합세할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CJ그룹이 미디어콘텐츠사업을 키우기 연합군을 형성해 세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다름 아닌 플랫폼사업에는 ‘독식’이라는 생태계 지배의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만 보면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는 지난 2년 동안 10배 늘었다. 이는 국내 토종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인 웨이브와 티빙의 성장속도와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속도다.

디지털플랫폼시대에서는 소위 ‘네트워크 효과’로 승자독식의 구조가 공고해진다. 한 플랫폼에 수요가 쏠리다 보면 다른 플랫폼이 발버둥쳐도 시장의 흐름을 뒤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다.

모바일앱 사용자 수만 봐도 이런 사실이 증명된다. 웨이브와 티빙의 사용자를 다 합쳐도 넷플릭스를 따라잡지 못한다. 국내 연합군들이 넷플릭스 하나를 추격하는데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미경이 쌓아온 CJ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자산에 그 해답이 있다

시야를 넓혀 보면 CJ그룹에 기회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CJ그룹이 미디어콘텐츠사업을 하면서 쌓아온 소중한 경험과 자산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 사업의 한 축을 미디어콘텐츠쪽으로 확장하는데 20여 년 동안 주된 역할을 했다.

이재현 회장은 과거 드림웍스에 투자를 결정하면서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 단순히 영화나 유통에 그치지 않고 멀티플렉스도 짓고, 영화도 직접 만들고, 음악도 하고, 케이블채널도 만들 거야.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되는 거지”

그러면서 미디어콘텐츠와 관련된 사업들을 모두 이미경 부회장에게 맡겼다. 이미경 부회장이 평소 문화에 큰 애착을 보였다는 점을 놓고 전적으로 믿고 맡긴 것이다.

CJ그룹이 1995년에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했던 것도 사실상 이미경 부회장의 작품이다.

애초 드림웍스가 투자를 유치하려는 쪽은 삼성그룹이었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과 진행한 협상에서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얘기만 하고 짧게 나눈 투자 관련 논의에서는 경영권 보장 등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아 결렬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경 부회장은 달랐다. 이 부회장은 스필버그와 만나 협상을 진행하면서 영화 얘기만 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이 부회장 스스로가 영화광이며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들을 봤다"는 것 등 영화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결국 드림웍스 투자를 성사시켰다.

한국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시대를 연 것도 이 부회장이 만든 작품이다.

CGV강변이 바로 한국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인데 1990년대만 해도 단관 극장 위주였던 영화관에서 여러 스크린을 동시에 보유한 CGV강변을 처음 개관하는데도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이 부회장은 넓은 안목으로 CJ그룹의 미디어콘텐츠사업을 확장해왔다.

케이블방송사업에 진출한 뒤 푸드, 음악채널 등을 계속 인수하면서 2002년 CJ미디어를 설립했다. 현재 CJENM은 20개가량의 채널을 보유한 명실상부 한국의 종합방송사업자로 성장했다.

CJ그룹이 육성한 미디어콘텐츠는 세계적으로 한류를 알리는데도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CJENM이 2012년부터 주최하는 케이팝콘서트 케이콘(KCON)은 현재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한류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년 미국과 일본에서 개최하고 있으며 비정기적으로 프랑스, 멕시코, 호주, 두바이, 태국 등에서 열리기도 한다.

동남아시아 넷플릭스 순위를 봐도 CJENM 계열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이 상위권에 올라있다.

CJ그룹이 지금까지 쌓아온 미디어콘텐츠와 네트워크 등을 살펴볼 때 이러한 유무형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플랫폼 전성시대에 대응하는 CJ그룹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CJ그룹이 다져온 역량과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여러 통신사업자 및 콘텐츠제작사와 손잡아 연합전선을 구축한다면 아시아의 넷플릭스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넷플릭스가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디즈니가 내놓은 '디즈니+'같은 플랫폼이 넷플릭스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도 있다. 

CJ그룹이 아시아에서 지배력을 확고히 다진다면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로 뻗어나갈 체력을 키우는 것도 해낼 수 있다.

◆ 이미경의 제1과제는 ‘질 높은 콘텐츠’ 확보

하지만 이런 도약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콘텐츠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디즈니 등은 자체적으로 미디어콘텐츠 제작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것이 모두 콘텐츠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CJ그룹은 과연 어디에 주안점을 둬야 할까?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이나 기생충 등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는지를 살펴봐도 비슷하다.

방탄소년단은 각 멤버들이 노래를 직접 작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들의 고민이 세계인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외국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내 고민을 방탄소년단이 대신 해주는 것 같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생충도 똑같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들여다봤을 때 오히려 가장 넓게 세계를 매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과 가장 한국적인 것을 통해 세계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정리할 수 있다.

CJ그룹이 미디어콘텐츠사업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도 세계인들의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콘텐츠 저변에 심을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흐름 못 읽은 자’에게 더 이상 미래는 없다

역사 속에서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던 기업들은 모두 말없이 사라졌다.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블록버스터'를 들 수 있다.

블록버스터는 1985년 미국에서 탄생한 기업으로 한때 북미 비디오 대여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전성기 때는 미국 전역에 3천 개 이상의 체인점 보유했고 캐나다와 일본 등에도 진출해 세계적으로 9천여 개의 매장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가 뜨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2000년에 블록버스터에 인수를 주문하기도 했지만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가 무슨 가치가 있겠냐며 인수를 거절했다고 한다. 시대의 흐름을 내다보지 못한 대표적 실패 사례다.

각국의 영화계가 몰락한 사례도 있다.

홍콩 영화만 하더라도 1980~1990년대 초반에 전성기를 누렸다. 1년에 200여 편의 영화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제작되면서 질적 저하에 시달리고 점차 영화산업 전반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영웅본색'이나 '천녀유혼'이 성공한뒤 아류작들만 쏟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홍콩 영화 전성기를 주도하던 배우와 감독들이 홍콩을 떠나기 시작하면서 몰락이 가속화했다. 2002년 '무간도'로 잠시 반등을 꾀했지만 현재까지도 영화산업 회복의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문화는 한때 와패니즈라는 말까지 만들면서 서양에서도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지녔다.

하지만 애니메이션과 소위 ‘오타쿠’ 문화에 맞는 콘텐츠에만 집중하다 보니 현재는 일본 이외의 국가에서는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흐름을 외면했을 때 기업과 사업들이 어떻게 붕괴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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