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통해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
금융감독원은 2020년 초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된 기능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업무를 담당하는 금융소비자보호처 조직을 기존 6개 부서, 26개 팀체제에서 13개 부서, 40개 팀으로 확충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내용이다.
최근 금융권을 덮친 파생결합상품 손실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 등에 대응해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고 이미 벌어진 사건에 사후조치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다.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조직은 금융회사의 투자상품 판매와 관련한 사전 감독, 약관 심사 및 판매 단계별 모니터링을 강화해 불완전판매 발생 방지에 힘쓰기로 했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민원과 분쟁을 처리하고 합동조사를 벌이는 기능도 강화된다.
윤석헌은 소비자 피해사태가 재발하거나 피해가 확산되는 일을 막기 위해 강력한 소비자 보호조치를 실행하고 금융회사 대상 감시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금감원의 관리감독이 소홀해 파생상품 사태와 같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조직개편으로 소비자 보호업무를 더 세분화하고 필요한 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변화를 꾀한 만큼 비슷한 소비자 피해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헌은 2020년도 신년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조직과 기능을 확대하고 정비해 소비자 피해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2019년 10월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키코사태 피해기업 구제 위한 분쟁조정안 내놔
금융감독원은 2019년 12월 '키코사태' 피해기업을 구제하는 내용을 담은 분쟁조정안을 내놓았다.
국내 6개 은행이 2008년 벌어진 키코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들에 손실의 15~41%를 배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은 2013년 최종 판결에서 은행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지만 금감원은 2018년부터 키코사태를 원점에서 다시 재조사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외환파생상품의 불완전판매를 벌였을 소지가 있다며 조사를 마친 뒤 분쟁조정위원회를 꾸리고 배상안을 마련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신한은행이 150억 원, 우리은행이 42억 원, KDB산업은행이 28억 원, 하나은행이 18억 원, DGB대구은행이 11억 원, 한국씨티은행이 6억 원을 피해기업에 배상하라는 결론을 냈다.
은행들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고 배상금을 지불한다면 키코사태는 약 12년 만에 완전히 마무리된다.
우리은행은 2020년 3월 초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수락해 배상을 마무리했지만 다른 은행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시간을 더 두고 수락여부를 논의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이 은행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분쟁조정안에 따라 배상금을 내면 배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금감원이 대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고 자체 조사결과를 근거로 은행들에 무리하게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키코사태는 환율 변동에 따라 손실을 볼 수 있는 파생상품 계약을 은행과 맺은 중소기업들이 2008년 금융위기 영향으로 환율이 급격하게 변해 큰 손실을 본 사건이다.
△파생결합상품과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사태
금감원은 2019년 8월부터 본격화된 파생결합상품 손실사태와 2019년 10월부터 진행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에 대응해 소비자 보호조치와 금융회사 제재 등 강경한 대응책을 내놓았다.
파생상품 손실사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파생결합증권(DLF) 상품에서 독일 금리 인하 등 여파로 최고 98%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한 사건이다.
파생결합상품에 가입한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피해가 확산되자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특별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조사결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위험성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는 혐의를 들었다.
금감원은 2019년 11월까지 이뤄진 조사에서 금융회사에 파생상품 손실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결론지으며 금융기관과 CEO를 상대로 한 제재조치를 내놓았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거액의 과태료를 물고 일부 투자상품을 당분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문책경고를 내리는 등 내용이 포함됐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뿐 아니라 모든 은행에서 사모펀드 등 일부 투자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금융회사의 투자상품 판매 절차도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 사후조치를 도입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설계한 무역금융펀드상품의 환매가 중단되며 해당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볼 위기에 처한 사건이다.
일부 펀드는 이미 손실율이 확정됐는데 해외 무역금융펀드는 아직 회계법인의 자산 실사가 진행중이라 피해규모가 얼마나 클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라임자산운용이 펀드를 통해 투자한 자산을 회수하기 어려워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과 무역금융펀드 투자상품을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를 상대로 펀드자산 부실 은폐 정황과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손실률이 확정되고 금감원의 조사도 마무리된다면 파생상품 사태 때와 같이 금융회사 및 경영진을 상대로 한 강력한 제재와 추가 소비자 보호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2019년 9월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첫 회동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출범
2019년 7월18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 출범했다.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이 7월17일 금융위 공무원 1명과 금감원 직원 15명을 특별사법경찰로 지명했다.
금융위 직원 1명과 금감원 직원 5명은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파견 근무를 하고 있고 나머지 금감원 직원 10명은 금감원 본원 소속이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조직은 원승연 자본시장담당 부원장 직속이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은 주가조작, 미공개 정보이용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 출국금지, 통신기록 조회 등 강제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직무범위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특별사법경찰 운영방안’에 따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패스트트랙사건으로 선정해 검찰로 넘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사건 가운데 서울남부지검에서 지휘하는 사건이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의 직무범위를 놓고는 본래 제도의 취지에 걸맞지 않다는 논란이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의 수사 개시 여부를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조직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15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특별사법경찰 출범과 관련해 “금융위가 금감원을 견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참여연대는 “금융위가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데다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에게 근거없이 과도한 권한을 부여했다”며 “만에 하나 금융위가 부당하게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확인되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4년여 만의 종합검사 부활
금융위가 2019년 2월20일 정례회의를 통해 금감원의 ‘금융회사 종합검사 계획안’을 통과한 데 따라 금감원 종합검사가 4년여 만에 부활했다.
금감원 종합검사는 2015년 2월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금융회사의 수검부담을 이유로 폐지됐다.
윤석헌은 2018년 7월 금감원장을 맡은 뒤 불과 2개월 지난 시점부터 금감원 종합검사 부활을 추진했고 반년이 넘는 기간에 금융위와 협의를 거친 끝에 결국 성과를 얻어냈다.
금감원은 2019년 상반기 종합검사 대상으로 KB금융지주, KB국민은행, 한화생명, 메리츠화재 등을 선정했고 하반기에는 신한금융지주, 신한은행, 삼성생명 등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진행했다.
△금융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적 분식회계 결론 이끌어
윤석헌은 금융감독원을 이끌며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윤석헌이 2018년 5월 금융감독원장 임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맞닥뜨린 문제였다.
금감원은 2018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감리한 결과 분식회계라는 의견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 누락을 놓고는 고의로 보고 검찰 고발하면서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금감원에 감리가 부실하다고 재감리를 명령했다.
금감원은 2018년 8월부터 재감리를 시작해 10월에 재감리 결과를 증권선물위원회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재감리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내부문건을 입수해 고의적 분식회계를 입증했고 증권선물위도 11월에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증권선물위원회가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할 때만 해도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자존심을 구기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금융위와 갈등도 언급되며 두 기관 사이의 신경전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금감원이 결정적 증거를 입수해 증권선물위원회가 완전히 금감원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기관의 자존심을 지키게 된 것이다.
윤석헌은 2019년 1월2일 열린 ‘금감원 창립 20주년 기념식 및 2019년 시무식’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처리하는 데 기여한 이목희 회계조사국 회계조사2팀장에 특별포상 중 감사 추천 최우수상을 수여했다.
△소비자 보호 위해 즉시연금 일괄지급 요구하며 보험사 압박
윤석헌은 2018년 7월9일 기자간담회에서 “즉시연금, 암보험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민원, 분쟁 현안을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정, 처리하겠다”고 밝히며 보험사에 소비자 구제를 위한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2017년 11월에 즉시연금과 관련해 삼성생명이 약관상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제기된 민원을 놓고 덜 준 보험금과 이자를 모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삼성생명도 2018년 2월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윤석헌은 기자간담회 이후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삼성생명을 비롯한 모든 보험사에 만기, 상속형 즉시연금의 모든 가입자에게 같은 기준으로 지급하라는 ‘일괄지급’을 요구했다.
삼성생명이 2018년 7월26일 이사회를 통해 금감원의 일괄지급 권고안을 거부하며 본격적으로 금감원과 보험사 사이의 즉시연금 갈등이 시작됐다.
한화생명도 2018년 8월9일 삼성생명에 이어 금감원의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보험사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자 2018년 8월24일로 예정돼 있었던 윤석헌과 보험사 최고경영자 간담회가 연기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2018년 9월부터 즉시연금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한 분쟁조정 신정을 받기 시작했고 11월에는 주요 보험사를 상대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의 보험사 상대 전수조사를 놓고 2019년 종합검사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석헌은 2019년 1월2일 열린 ‘금감원 창립 20주년 기념식 및 2019년 시무식’을 통해 즉시연금과 암보험 사태의 처리를 담당했던 분쟁조정1국과 같은 국 권재순 수석 조사역에 최우수 부서 및 직원상을 수여했다.
| ▲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2018년 7월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열린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암보험 약관 개선안 마련
윤석헌은 암보험 관련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약관 개선안을 마련했다.
암보험 가입자들은 2017년부터 요양병원 입원을 놓고 암 치료의 연장이므로 보험금을 지급받게 해 달라며 금감원에 단체로 민원을 넣었다. 보험사들은 요양병원 입원은 암의 직접치료가 아니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2018년 9월 유방암 진단을 받은 민원인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분쟁조정 신청에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생명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다른 암 환자보다 후유증이 극심했던 해당 사례의 특수성을 고려해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결정했다.
삼성생명이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 것을 놓고 암보험은 즉시연금과 달리 보험의 종류와 종류별 약관이 다양해 일괄지급을 요구하기 어려우므로 개별 사안에 한정해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도 암보험의 특성을 고려해 2018년 9월 암보험 약관 개선안을 내놨다. 개선안은 ‘암의 직접치료’의 구체적 정의를 마련하고 요양병원 입원을 암의 직접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별도로 보험급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문재인 정부 세 번째 금융감독원장 지명
윤석헌은 2018년 5월4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임명을 제청하고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면서 금융감독원장에 올랐다.
윤석헌은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이후 정부에 입성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꼽혀왔다. 2018년 2월 신성환 전 금융연구원장의 후임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결국 2018년 3월에 물러난 최흥식 전 원장, 4월에 사퇴한 김기식 전 원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금감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금융개편의 칼자루를 쥐게 됐다.
학문적 업적은 물론 금융행정혁신위원장과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주요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등 공공과 민간업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기식 전 원장의 위법 여부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질문하는 자료에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에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던 점을 감안하면 윤석헌도 금융학자 출신으로서 과감한 금융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윤석헌은 2018년 5월8일 취임식에서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의 역할은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되면 곤란하다”며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위험관리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헌이 취임식을 치른 날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고에 관련된 검사결과를 내놓으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따라 관련 임직원을 엄정하게 제재하고 직원 21명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윤석헌이 취임하기 전에 진행된 검사 결과였지만 그가 재벌개혁을 주장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증권 사태를 거울삼아 대기업 대상의 금융감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018년 5월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상견례를 했다. 이때 최종구 위원장은 금감원이 금융감독기구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뜻을 밝혔다. 윤석헌도 최종구 위원장과 협력관계를 잘 유지할 방법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금감원장이 된 뒤에는 육성을 반대한 적 없고 직접금융 활성화로 가야 한다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NH투자증권이 2018년 5월23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데에는 윤석헌의 태도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왔다.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서 금융개편 적극 추진
윤석헌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2017년 8월 금융위원장의 민간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금융혁신위) 위원장으로 결정됐다.
윤석헌이 평소 금융당국의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를 주장해 왔던 점을 감안해 문재인 정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017년 8월29일 금융혁신위 발족과 첫 회의에 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금융혁신위는 10월 말까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의 행정 개편안을 만들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권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윤석헌은 금융혁신위 첫 회의의 모두발언으로 “소통 없이 앞서 나간 정부 정책,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유지된 비효율적이고 불투명한 행정절차,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 등이 잔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혁신위는 2017년 10월 1차 권고안을 내놓았는데 금융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인가와 허가 재량권을 행사하는 적정성, 금융권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금융권의 영업관행 개편 등을 큰 틀로 제시했다.
세부내용으로는 금융위 전체회의와 증권선물위원회의 회의록 공개,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 CEO후보 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서 공정성 제고 등을 요청했다. 기존 사례와 다르거나 내부에서 결론을 내리기 힘든 금융회사 인허가는 법제처 등 중립적 외부기관의 의견을 받아야 하는 것도 담겼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인가받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주주 적격성 등을 놓고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었다는 금융감독원의 판단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대형 투자금융(IB)회사의 업무범위 확대가 감독행정보다 금융산업정책에 더욱 힘을 실어 이뤄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20일에 나온 최종 권고안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과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밖에 금융공공기관 중심으로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고 금융지주사 회장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내용 등도 들어갔다.
그러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바로 다음 날인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행정혁신위의 최종 권고안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 부과,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 규제의 적용 유지,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등을 실행하는 데 난색을 보였다.
윤석헌은 2017년 12월25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최 전 위원장이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에 난색을 보인 것을 놓고 “서운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문제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한 은산분리 완화 등에서도 금융위에 쓴소리를 했다.
금융위원회는 2018년 1월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최종권고안 가운데 일부를 받아들여 금융위 직원의 행동강령 마련, 금융업 진입 규제 개편, 금감원 직원을 채용할 때 면접위원의 50%를 외부 전문가로 위촉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 등에는 유보적 태도를 지켰다.
△금융감독 ‘쌍봉체계’ 개편 적극 주장
금융학계에서 일하면서 금융감독원과도 상당한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다.
한림대학교 교수 시절인 2000년 말 ‘금융감독조직 혁신작업반’ 팀장을 맡아 잇따른 비리에 시달리던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통합방안을 내놓는 데 기여했다. 이 통합방안에는 금감원이 금융정책과 구조조정 등의 권한을 재정경제부에 넘기고 건전성 규제 등을 통한 상시 구조조정 업무만 맡는 등 금융감독 본연의 역할에 주력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2004년 5월 정부혁신위원회가 금융감독기구의 공무원화를 추진할 때 김대식 한양대학교 경영대 교수와 함께 낸 ‘금융감독기구의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한국은행과 같은 공적 민간기구로 만들 것을 주장했다.
2012년 6월 ‘한국금융학회 특별 정책심포지엄’에서 다른 학자들과 함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구분해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돌려놓고 감독 기능을 민간 공적기구가 담당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더불어 금융위와 금감원 중심의 체계를 해체하고 가칭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을 신설하는 ‘쌍봉 형태(트윈픽스)’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건전성감독원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감독업무를, 금융시장감독원이 시장 규제와 금융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2013년 7월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당시 한성대학교 무역학 교수) 등 금융과 관련된 경제학•경영학 전공 교수들과 함께 ‘금융위원회를 해체하라’는 내용의 기자간담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금융정책을 기획재정부에 넘기고 금융회사의 감독과 제재를 금감원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2월에도 다른 교수들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동양 사태’와 카드사들의 개인정보 유출사건 등의 재발을 막으려면 금융감독체계를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해 하반기에 터진 KB금융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놓고도 금융위와 금감원의 분리체계가 금융감독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2017년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다시 제기되면서 윤석헌의 의견도 조명을 받았다. 윤석헌은 동아일보의 3월 기사에서 “현재 가속페달(정책)과 브레이크(감독)가 묶여있는 꼴이니 경기 부양과 산업 진흥에 감독 기능이 밀리고 있고 이 때문에 가계부채와 한진해운 사태 등이 터졌다”고 주장했다.
2017년 8월 금융행정혁신위원장에 오른 뒤에도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의 실효성과 타당성 등을 위원들과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12월 발표된 금융혁신위의 최종 권고안에는 금융위 조직을 금융산업 진흥과 금융감독 등 기능별로 개편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다만 윤석헌은 금융정책부처와 금융감독기관의 완전한 분리에는 이전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금융위 조직부터 기능별로 먼저 바꾼 뒤 정부조직의 변화와 연계해 분리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헌은 금융감독원장에 오른 2018년 5월8일 기자들에게 금감원의 독립성 확보에 관련된 질문을 받자 “어떻게 할 것인지보다 주어진 틀 안에서 어떻게 하면 금융을 독립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하겠다”고 대답해 평소 태도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보적 금융학자
국내 금융 관련 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 각종 금융정책에 관련된 평가와 당부를 매체와 칼럼, 논문, 토론회 등을 통해 쏟아냈다.
저축은행의 부실 사태 등 세부적 사안, ‘신한사태’와 ‘KB사태’ 등 금융그룹들의 경영권 분쟁,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기업구조조정에 관련된 정부와 금융권의 대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같은 금융상품 등 여러 세부 사안과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 쓴소리를 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2015년 8월 시중은행들에게 구조조정 중인 기업들을 놓고 ‘비올 때 우산 뺏기’를 자제할 것을 요청한 점을 놓고도 국민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은행들은 우산에 여유가 많지 않다”고 비판했다.
금융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한국씨티은행, HK저축은행, KB국민카드 등 금융 관련 회사 8곳의 사외이사도 역임했다.